▶ 샤프·파나소닉 올 수십억 달러 손실 기록…소니도 판매 감소로 고전
시대변화 읽지 못하고 안주한 결과
지속되는 엔고 현상도 경쟁력 저해
몸집 줄이기와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
<도쿄> 오랫동안 연이은 투자 실패와 기회상실이 이어진 끝에 일본의 거대 전자회사들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심각한 증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샤프로 샤프는 지난 주 올 한해 4,500억엔(56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샤프는 생존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까지 밝혔다.
같은 날 파나소닉 주가도 도쿄 주식시장에서 하루 동안에 5분의1이 하락했다. 태양에너지 배터리와 모빌 핸드셋 비즈니스를 손실 처리함에 따라 7,650억엔(96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그래도 가장 나은 소니 역시 3분기에 1,55억엔(1억9,4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모든 제품들의 판매가 감소할 것 같다는 우울한 전망을 곁들였다.
샤프의 한 중역은 “우리는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뛰어난 기술들을 많이 갖고 있지만 이것을 활용할 활력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샤프는 3분기에만 31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것은 예상치를 뛰어 넘는 것이다. 샤프는 성명서에서 심각한 현금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감봉과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프가 가장 심각하긴 하지만 세 기업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유사하다. 이들은 좋은 품질의 첨단 제품들을 생산한다. 하지만 외국의 경쟁업체들 역시 더 낮은 가격에 그렇게 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 가운데 어느 것도 애플 같은 활력이나 삼성전자 같은 마케팅 파워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엔화 강세는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으며 중국과의 영토 분쟁도 부정적 여파를 미치고 있다.
막대한 손실은 잘못된 기술개발과 손실을 내는 비즈니스 철수를 주저한 결과이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약했던 엔화와 미국 부동산 시장 거품으로 생성된 2000년대 중반의 제조업 거품은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닌 약점을 감춰주었으며 결과적으로 잘못된 투자전략을 책하도록 만들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2008년 엄습했을 때 이들 거대 기업들은 과도한 생산설비와 생산인력, 그리고 회수 불가능할 정도의 과도한 투자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과거 방식으로부터의 신속한 탈피 실패는 재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샤프의 몰락은 가장 충격적이다.
이 기업은 제조업 거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봤다.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샤프의 수익은 150%나 뛰었다. 샤프의 최고급 아쿠오스 액정크리스털 디스플레이 TV는 플랫 패널 시장에서 최대 히트 상품이었다. 이 제품은 서일본의 가메야마에서 생산됐다. 샤프는 셀폰 시장도 장악했으며 태양열 배터리도 녹색산업 거품 덕에 아주 잘 팔렸다. 샤프는 TV광고를 통해 최첨단 생산시설들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시작되기 전 이미 분석가들은 플랫 패널 시장의 가격 붕괴를 예상하고 있었다. 신생기업들이 쉽게 따라 잡을 수 있는 제품이 된 것이다. 2008년에는 일본에서 아이폰이 첫선을 보였다. 이것은 일본 스타일 셀폰의 종말을 뜻했다. 중국의 기업들은 전 세계 시장에 저렴한 가격 태양열 패널과 배터리를 공급했다. 게다가 소비자 가전제품 시장에서 아웃소싱은 일반화됐다.
그런데도 샤프는 진로를 변경하지 않았다. 일본 사카이에 새로운 공장을 지었다. 이곳에서는 연간 600만개의 LCD 패널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생산량은 당시 전 세계 시장규모보다도 큰 것이었다. 샤프는 스마트폰 물결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샤프의 일본 내 셀폰 판매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태영열 에너지 시장의 거품이 터졌다. 많은 관련 기업들이 도산했으며 샤프의 배터리 부문 비즈니스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리고 아직도 이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가메야마의 생산 공장은 더 이상 TV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이곳에서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한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파나소닉 역시 2003년 과도하게 플라스마 TV에 투자했다. 샤프 공장에서 멀지 않은 아마가사키에 6,000억엔을 퍼부어 생산시설을 잇달아 세웠다. 또 2009년 산요를 인수하면서 태양열 패널과 재충전 배터리 비즈니스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러나 플라스마는 현재 점차 사라지는 기술이 되고 있으며 태양열 에너지 시장도 고전하고 있다. 파나소닉을 이로 인해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 해 파나소닉은 아마가사키의 공장들 가운데 하나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지은 지 2년도 안돼서이다.
올해 파나소닉의 경영을 맡은 가즈히로 수가는 현재의 곤경에 대해 “우리는 손실을 보고 있는 전자업체들 가운데 하나”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손실을 보고 있는 TV등 제품에서 다른 분야로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개 기업들 가운데 그나마 소니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이 기업의 중역들은 1990년대부터 네트웍과 콘텐츠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그래서 자사 기기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음악과 영화 카탈로그를 열심히 만들어 왔다. 그러면서 경비를 절감하고 일자리를 줄이면서 일부 수익이 나지 않는 부문은 매각했다.
이제 소니의 초점은 디지털 카메라와 이미징 테크놀러지, 비디오 게임, 그리고 모바일 기기에 집중돼 있다. 지난 분기에 LCD와 광학 디스크 제조를 위한 원료를 생산하는 화학부분 비즈니스는 소니의 손실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소니는 현재 내시경 메이커인 올림푸스 투자를 통해 의료분야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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