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스스퀘어에 내 작품이...황홀했었죠
▶ 한인 최초로 6월 한달간 40개 스크린에 작품 상영
한국인 최초로 타임스 스퀘어에 작품이 상영된 조승호 작가가 타임스 스퀘어의 작품 앞에 서있다.
지난여름 한달간, 타임스 스퀘어 밤하늘에 한인 작가 조승호의 작품이 떴다. 그리고 지금은 뉴멕시코 앨버커키 뮤지엄에서 그의 비디오 아트 설치작이 내년 1월6일까지 전시 중이다. 비디오 작가로 뉴욕 살기 24년간의 스토리를 듣는다.
디지털 아트 작가 조승호, 그는 주로 뮤지엄, 공항, 타임스 스퀘어 등 거대한 전시장에서 자연과 빌딩, 사람을 배경으로 전시한다. 그래선지 스케일이 큰 그의 작품은 철학적, 명상적이다. 오늘도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이번 가을에는 유독 할 일이 많다. 현재 뉴욕의 아시안 예술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아 내년초 선보일 앙코르와트 싱글 채널 작품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작품 마무리를 위해 앙코르와트와 작품촬영 관계로 한국을 다녀오고 지난 9월말에 열린 중국 황조우 아시아 영화제와 독일 드레스덴 컨템포러리 아트 프로젝트 센터에서 그의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이 상영되었다. 이는 브라질 벨로호리젠테 국제단편영화제, 오버하우제 국제단편영화제 출품작이 베스트 작품 프로그램에 선정되어서이다.
“9월 19일부터 뉴멕시코 아트 & 히스토리 앨버커키 뮤지엄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은 2005년부터 제작해 온 ‘Horizontal Intuition’ 시리즈 중 최근작이며 6개의 대형 비디오 스크린에 캘리포니아의 데스 밸리 사막과 한국 서해안의 간조가 등장한다. 끝없는 수평의 사막과 간조로 인한 갯벌로 통하여 형성되는 분할 면들, 차이와 반복을 통하여 자연이 드러내는 시간적 흔적이 우리의 의식과 만나는 시각적 현재를 생성해 낸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한국인 최초 타임스 스퀘어 작품상영
조승호는 지난여름, 한국작가 처음으로 타임스 스퀘어 밤하늘을 그의 작품으로 불 밝힌 경험을 했다. 6월 4일부터 30일까지 매일밤 11시 47분부터 12시까지 2분 30초동안 타임스 스퀘어 대형 전광판 40여개에 일제히 그의 작품 ‘부표(BUOY)’가 동시상영됐다. “솔직히 한달간 얼떨떨한 상태에서 지냈다. 함께 가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타임스 스퀘어의 상영시간에 맞춰 저녁 9시에 만나 영화 한 편을 본 다음 11시 30분에 47가 티켓 부츠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압도하는 느낌이 적어 더 많은 전광판에 상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체로 만족한다. 전시기간동안 다른 작업은 손댈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집중해서 다음 전시작을 준비 중이다”
타임스 스퀘어 작품 상영소감을 말하며 아직도 가슴이 설레는 작가 조승호, 그의 작품은 맨하탄 42가에서 47가까지 5개 블럭에 걸쳐 나스닥, 아메리칸 이글스 타임스 스퀘어 등 모두 15곳에 총 40여개 스크린을 장식했다. 상영시간은 2분 30초이지만 광고료로 따지면 수천만 달러이상, 그는 공공미술 대여료를 받고 이 영광을 누렸다. 당시, 최첨단 빌딩 앞에 선 뉴요커나 뉴욕 방문객들은 잠시 캘리포니아주 데쓰 밸리 사막 속으로 들어가 황금빛 원시자연의 환상을 맛보았다.
타임스 스퀘어협회 주관 디지털 아트 이벤트 ‘빅 스크린즈’ 는 타임스 스퀘어내 여러 스크린 보유사들의 협조를 얻어 한 작품을 상영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한인작가는 처음, 350여 후보 작품 가운데 2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조승호의 작품이 선정된 것. “독일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에 참석 중에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고 여러 작가들이 공동상영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단독상영이라고 했다.”
▲뉴욕 비디오 작가로 살기
조승호는 올해로 뉴욕생활 24년째다. 59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88년 뉴욕에 와 뉴욕대 비디오 아트 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했다.“뉴욕에서 비디오 작가로 사는 것은 만만치가 않다. 4년간은 뉴욕이 너무 좋았고 지금은 조금 지치고 힘들지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같다, 뭐 이런 말들이 가장 싫은데 그것을 넘어서니 살아있더라. 뭔가 주춤거리면 타임스 스퀘어처럼 하나가 뻥 터진다.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으니 좋다” 만일 그가 비디오가 아닌 페인팅을 했더라면 그의 명성과 실력이면 지금쯤 금방석에 앉았을 것이다. 비디오 설치작은 소장가의 콜렉션 대상이 되지 않으니 솔직히 비디오 작가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 왜 그는 비디오 작가로 살까.
“93년 세계3대 단편영화제 중 하나인 독일 오버하우젠 영화제에 갔다가 비디오 작품에 빠졌다. 그냥 비디오 작가가 되어버렸고 이 일이 돈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사실 대학 졸업하고는 뭔들 못하겠느냐는 마음이 들었지만 의외로 많이 나가는 작품제작비, 생활비, 뭐 이런 이야기는 구차하다.”는 조승호.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예술가들은 누구나 고생하고 있고 누구나 열심히 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상황이 언제 올 지 모른다. 또 보장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지금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한다. 그 많은 비디오 작가 지망생들, 이름이 났던 작가들이 지금 어디 있는가, 얼마나 오래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느냐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껏 나온 기사 중 가장 놀랐던 것이 백선생님이 저를 한마디 칭찬했다는 것으로 제가 비디오계의 거장 백남준 선생의 뒤를 이은 후계자란 것이다. 나는 뉴욕에서 비디오 개인전을 여러차례 하면서 백선생님께 초대장도 안보냈다. 백선생님이 일렉트릭 아트 시스템 작업을 할 때 일해 준 적이 있을 뿐이다. 일부러 다가가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떤 식으로든 부탁이나 덕, 이용, 그런 것 자체가 싫었다. 백선생은 그저 같은 뉴욕에 계신다는 것만으로 존경스러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디오 작가로서 애쓰고 있고 계속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조승호는 깐깐하다, 때로 고지식하다, 그러나 때로 순수하고 소심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그는 20년전 우연히 만난 뉴욕의 유명화가 K가 처음 본 그가 맘에 들었는지 고급 셔츠 한 장을 선물했다. 조승호는 국제적 행사나 중요한 만남에 이 와이셔츠를 꼭 입는다. 깃이 다 닳고 낡아도 가장 아끼는 옷이다. 그런데 아직 그분을 찾아뵙지 않는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처음 만난 그를 따스하게 대해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그의 경력과 수상은 자못 화려하다. 1997년 뉴욕현대미술관, 암스테르담 몬테비디오, 토론토 씨네마테크 등에서 개인전을 했고 1998년 라커펠러재단 미디어 아트 부문, 2003년 제롬 재단, 2006년 뉴욕주 예술과 창작기금을 받았다. 2008,2012년 블랙 머라이어 필름 & 비디오 페스티벌 실험비디오 아트 부문 대상 2번, ZKM(1996, 1998) 비디오 아트 국제부문상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브리티시 필름인스티튜트에서 작품 상영을 했고 최근 독일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에 8회째 초청됐다.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삼성 리움미술관에 소장됐고 수원 삼성디지털 비디오센터 상설설치, LA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 터미널에 2년전 설치된 ‘빛의 도시’는 공항 출입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오늘도 조승호는 저녁 7~8시면 자고 새벽 1~2면 일어나서 작업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생활이 불규칙하지만 그에게는 이것이 규칙적인 습관이다. ‘밤이면 아무래도 정신이 집중된다.’는 것.“요즘은 인체에 관한 것, 예를 들면 손과, 자연, 내 나름대로 다른 각도로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그의 시각과 감각은 남다르고 특출나다. 문명과 자연의 만남에 인간이 포함된 복합적 이미지 속에 자연스런 서정성이 나타날 듯한 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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