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기의 회복세가 확연해지면서 이 참에 내 집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주택 구입에 관한 경험이나 사전 지식이 충분치 않은 이들은 그 과정을 미리 익혀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주택 구입의 과정 중 오늘은 예산 수립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주택 구입은 많은 이들에게 일생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사는 일이 된다. 그런 만큼 여러 면에서 신중히 생각하고 따져보면서 구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특히 금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내 집을 장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 그러면, 자칫 장 기간 집에 치여 사는 결과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힘들게 저축해 모은 돈을 쏟아 부어 산 집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많은 이들이 몸으로 체득했을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같은 교훈을 은행도 체득했다. 그 결과, 은행은 융자 신청자의 소득과 재정 상태를 꼼꼼히 따져본 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주택 구입 자금 융자를 준다. 얼마짜리 집을 무슨 돈으로 살 것인가, 또는 살 수 있을 것인가?
구입 예산으로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가장 큰 변수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융자 가능 액수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다운페이(down payment: 집 값 중 내 돈으로 낼 부분. 최소한도는 집 값의 3.5%이며 상한은 없음)와 비용(집 값의 4% 내지 5% 정도)으로 쓸 돈이 얼마나 준비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은행이 융자로 빌려줄 돈과 내게 준비된 돈 및 준비할 수 있는 돈을 합한 금액이 주택 구입 예산의 한도가 된다.
집을 사려면, 따라서, 내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는 일이 첫째다. 저축된 돈, 주식 등에 투자된 돈, 기존에 집이 있으면 이를 팔아 손에 쥐게 될 돈, 부모, 자녀, 형제 자매 등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돈, 필요하면 누군가에게 꿀 수 있는 돈 등, 집을 사는 데 동원 가능한 자금이 얼마인지 계산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돈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집 값의 20%와 구입 비용을 합한 액수만큼은 되는 것이 좋다. 왜냐 하면, 집 값의 20% 혹은 그 이상을 내 돈으로 내고, 융자를 집 값의 80% 이하로 받을 수 있으면, 융자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소득이나 크레딧은 흠잡을 데 없으나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돈이 충분치 않은 사람을 위해 연방정부 보증(FHA) 융자든 은행 자체의 융자 상품이든, 일정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융자를 주는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우선은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될지 따져보고, 그 숫자를 가지고 융자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해볼 일이다. 집을 사는 데 쓸 수 있는 내 돈은 은행이 인정하는 돈이라야 한다. 현금은 인정이 안 된다. 금융, 투자 기관의 내 계좌에 2개월 이상 있었던 돈은 내 돈으로 인정된다. 일가 친척이 집 사는 데 보태라고 주는 돈은 증여 확인서(gift letter)를 첨부하면, 아무 때나 내 돈으로 인정된다. 증여 확인서를 받기가 번거롭든지 하여 꺼려진다면, 미리 돈을 받아 2개월 이상 내 계좌에 예치해두면 그냥 내 돈으로 인정된다.
집을 찾기 전에 융자 전문가와 접촉하여 융자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또 원하는 융자를 받기 위해 소득세 신고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현재의 신고 소득이 융자를 얻기에 많이 부족한 경우, 1년 혹은 2년의 기간을 두고 소득 신고 액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내 집 장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가급적 속히 융자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융자에 관해 윤곽을 파악해야 어느 정도 가격대의 집을 살 수 있겠는지, 또 그런 집을 사기 위해 내 돈을 얼마나 마련해야 될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융자에 관해 미리 알아보지 않고 집을 찾는 이들을 간혹 만나게 되는 데, 때로는 본의 아니게 신고 소득이니, 저축된 돈이니, 기타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 꼬치꼬치 묻게 된다. 융자가 몹시 까다롭다 보니, 우선 그 기준에 맞는지 알아봐야 하고, 다운페이나 비용에 쓰고자 하는 돈도 은행이 인정해줄 수 있는 돈인지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을 이해하고 순순히 답해주면 다행인데, 부동산 중개인이 남의 자금 사정이나 캐려는 듯이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서로 불편한 일도 없지 않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융자에 관해 알아보는 것이 좋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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