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짜 식사에 집안 청소까지… 실리콘 밸리 기업
샌프란시스코의 앤드류 싱코프와 함께 사는 여자친구 알리나 리버만. 싱코프의 직장인 에버노트가 직원 베니핏으로 무료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들은 집안청소를 두고 티격태격할 일이 없어졌다.
실리콘 밸리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에버노트의 필 리빈 사장은 지난해 아내에게 조언을 구했다.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회사가 뭘 하면 좋을 지 건의할 게 있느냐고 물었다. 에버노트에서 같이 일하는 그의 아내는 즉각 대답했다. 집안 청소를 해주라는 것이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직원 베니핏으로 공짜 식사는 물론 집 청소를 해주고, 출산 비용, 입양 비용까지 대주는 것이 한 추세가 되고 있다. 직원들이 집안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작업 능률이 떨어진다는 이유이다.
가족까지 챙기는 직원 베니핏
출산 보너스에 입양 보조금도
에버노트의 250명 직원들, 안내 직원부터 최고 중역에 이르기 까지 모든 풀타임 직원들은 청소 걱정을 안한다. 회사가 돈을 지불해서 한달에 두 번씩 집 청소를 무료로 제공받는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복지가 사무실 안에서 집으로 옮겨가고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자녀 출산 시 직원에게 4,000달러를 준다. 스탠포드 의과대학은 시험적 프로젝트로 의사들에게 집 청소와 저녁식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넨텍은 집으로 가져갈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직원의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학교에 못 갈 경우 베이비시터를 구해준다.
그동안 실리콘 밸리에서는 최고급 카페테리아 식사나 마사지 등 직원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제공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근무처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베니핏들이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직원들의 스트레스뿐 아니라 그 가족들의 스트레스도 같이 덜어주려는 취지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직원들의 집중력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긴장의 요인과 정신산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집안일을 덜어주면 일단 직원들이 그만큼 일할 여유가 더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뿐 아니라고 UCLA의 데이빗 르윈 교수는 말한다. 미국 기업들이 직원에 대한 보상 방식을 바꾸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주식옵션이나 보너스 같이 재정적으로 하던 보상 대신 시간과 마음의 평안을 보상으로 제공하려는 노력이다.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에서는 직원들의 노부모나 조부모가 도움을 필요로 할 경우 도우미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이 회사는 아울러 직원들에게 개인 트레이너와 영양사를 지원하고 부부갈등이나 불임 등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하루 24시간 카운슬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식의 혜택이 점차 퍼져나갈 것으로 딜로이트 중역들이나 다른 전문가들은 믿고 있다.
직장은 집안에서 누군가가 집안일을 맡고 있다는 가정아래 만들어진 것이라고 인사 업무를 오래 맡아온 앤 와이스버그는 말한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상황이 아닌 지 오래 되었고 일과 삶 사이의 압박감이 쌓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스탠포드 의과대학의 심장전문의이자 부학장인 해나 발랜타인 교수는 극도로 과중한 일과에 시달리는 의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집안일 도우미 서비스를 실험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지쳐서 집에 돌아왔는데, 청소할 게 잔뜩 쌓여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탈진의 지름길이지요. 탈진한 의사는 최선의 진료를 할 수가 없어요. 대학 측이 당신과 당신의 삶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이런 식의 베니핏은 궁극적으로 직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회사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 문제들을 흐리게 만듦으로써 인재들을 잡아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학 병원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자꾸 떠나가는 문제는 스탠포드 역시 직면하고 있는 일이다. 환자 진료하랴 그랜트 신청하랴 연구하랴 컨퍼런스 참석차 출장 가랴 대학병원 의사들은 일이 끝도 없다.
그래서 18개월 전 스탠포드는 대학병원 의사들이 왜 그렇게 지쳐있는지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점프 어소시에이츠라는 컨설팅 회사를 고용했다. 이 회사 연구팀은 의사들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출근해 병원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 때까지의 과정을 모두 녹화했다.
그 비디오에서 한 신장 전문의가 한 말을 듣고 연구팀은 충격을 받았다. 출산 휴가 중 그 여의사는 미니밴을 구입해 친구들과 이웃집의 아이들을 학교로 운동연습장으로 실어 날랐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업무에 복귀하고 난 후 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일과 가정이라는 이중의 책임을 챙겨나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케이스들을 목격하면서 발랜타인 박사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애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과 삶의 통합의 관점에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일과 삶을 분리하기보다 함께 융합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 점점 추세가 되고 있다고 관련 학자나 의사들은 말한다. 회사로부터 좋은 보상을 받는 실리콘 밸리의 직원들도 같은 생각이다.
예를 들면 에버노트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앤드류 싱코프(30) 같은 직원이다. ‘삶과 일의 균형’은 넌센스라고 그는 말한다. 사장이 그의 아파트 청소비를 대주면서 싱코프와 그의 여자 친구는 청소를 두고 티격태격 싸울 일이 없어졌다. 그런 보상은 돈을 절약하는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내가 결정해야 할 일 한가지를 없애준 겁니다. 그냥 (청소가) 되어 지니 좋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의 보스인 리빈 사장은 그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휴가비용으로 1,000달러를 지급한다. 단 진짜 휴가여야 한다. 친척을 방문하는 것 같은 여행은 안되고 진짜로 어딘 가를 가야한다고 리빈 사장은 말한다. 직원들에게 마음의 평안이라는 베니핏을 주려는 의도이다. 대신 다른 부문에서는 절약을 해서, 예를 들어 비즈니스 클래스 출장 같은 것은 제공하지 않는다.
행복한 직원들이 질 좋은 상품을 만든다고 그는 말한다.
구글에서도 공짜 식사와 드라이클리닝 등 서비스를 넘어서 이제는 직원의 아기 출산 시 500달러를 지급한다. 그런가 하면 싱싱한 생선을 배달 받아서 직원들이 집으로 가져가도록 주선하기도 한다. 직원에 대한 베니핏이 단순히 공짜 식사를 넘어 개개인과 그들의 건강을 보다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구글의 대변인인 조단 뉴먼은 말한다.
페이스북에서는 직원들이 공짜 저녁식사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고, 야근을 할 때는 가족들이 회사로 와서 같이 식사를 할 수가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 카페테리아에서는 아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아울러 탁아 비용으로 가족 당 3,000달러를 지급하고 입양 보조금으로 최고 5,000달러를 지급한다. 직원과 그 가족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