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24일로 정확히 13일 남았다. 레이스 막판이라면 당선자 윤곽이 드러나 누가 백악관 주인이 될지 알 법도 한데 실제 상황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초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 갤럽, 라스무센 등 주요 여론조사를 취합해 전국 평균치를 산정하는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평균 지지율은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47.6%,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47.2%로, 두 후보가 연일 소수점 한자리(0.1-0.4%포인트)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여론 분석가들은 특별한 사건.사고가 있거나 정책이 발표되지 않는 한 오는 11월 6일 투표일까지 후보지지율이 이 수준에서 고착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오바마-롬니 2백명 남짓 선거인단 확보
10개 경합주 131명 놓고 과반수 잡기 올인
◇오바마 1% 포인트 앞서 = 대통령 후보 3차 TV토론회 다음날인 23일 공개된 로이터ㆍ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를 1%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ㆍ입소스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47%, 롬니 후보는 46%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나흘간 온라인을 통한 조사를 토대로 한 이번 결과는 3차 토론 이후 일부 응답이 포함됐다. 22일 로이터ㆍ입소스 조사결과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46%로 같았다.
◇롬니에게 플로리다는= 롬니가 경합주 플로리다를 잡지 못하면 이번 대선은 하나마나 할 것이다.
플로리다는 대통령선거인 수가 29명으로, 캘리포니아(55)와 텍사스(38)에 이어 뉴욕(29)과 함께 세번째로 많다. 10개 전후인 경합주 중에선 최대 규모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5.4%에 불과하지만 초접전 상황에서는 당선 과반(270명) 확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롬니가 플로리다 없이 오바마를 이길 수를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50개주와 워싱턴 DC 가운데 대부분은 유권자의 오래전 정치 성향이나 투표 결과 등으로 이미 오바마와 롬니 쪽으로 갈려져 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는 오바마(민주), 텍사스는 롬니(공화)와 같은 식이다.
후보들의 고민은 아직 지지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경합주를 완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RCP가 23일 현재 전국 및 주 단위 지지율을 토대로 선거인 수를 추정한 결과 22일 현재 롬니 206명, 오바마 201명, 경합 10개주 131명이었다. 라스무센은 오바마 237명, 롬니 235명, 경합 7개주 66명으로 더 좁게 잡고 있다.
RCP 수치로 예를 들어보자.
롬니의 확보 예상 선거인수 206명에다 플로리다와 버지니아(선거인 수 13명)를 보태면 248명이 되고, 오하이오(18명)나 콜로라도(9명)까지 넣으면 275명이 돼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10개 경합주 중 선거인이 가장 많은 플로리다를 오바마에게 뺏기면 나머지 다른 경합주에서 이를 벌충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오바마가 오하이오, 뉴햄프셔(4명), 위스콘신(10명), 미시간(16명), 펜실베니아(20명), 아이오와(6명), 네바다(6명)등 7개주에서 비록 오차범위 안이지만 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롬니는 플로리다, 콜로라도(9명)에서만 우위를 지키고 있으나 격차가 콜로라도 0.2%포인트, 플로리다 1.8%포인트로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버지니아(13명)는 48%로 동률이고 뉴햄프셔는 1%포인트 이내에서 선두가 뒤바뀌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15명)는 5.6%포인트 격차가 유지되면서 롬니 쪽으로 기울었다.
롬니가 그나마 게임을 끌고 가려면 플로리다를 무조건 찍고, 버지니아와 오하이오 둘 아니면 하나라도 건져야 차선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바마에게 오하이오는= 롬니에게 플로리다가 ‘꼭 이겨야 하는(티핑포인트) 주’라면 오하이오는 오바마가 반드시 챙겨야 하는 주다.
자동차 산업의 본거지인 오하이오는 오바마가 제너럴 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를 구제금융을 통해 회생시킨 점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오바마 지역’에 포함됐으나 롬니가 지난 3일 1차 토론 완승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격차가 2%포인트 이내로 줄었다.
오바마는 2008년 전통적으로 공화당 우세 지역인 오하이오에서 일부 표를 얻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4.6%포인트(26만여표) 차로 물리쳤다.
롬니와 그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폴 라이언은 1차 토론 이후에만 14차례 오하이오를 방문하는 등 여전히 경제상황에 불만을 갖는 디파이언스 등 공화당 강세 도시를 오바마로부터 떼어놓으려 애쓰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가운데 오하이오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상징성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롬니의 플로리다처럼 오바마가 오하이오를 잃으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그래서인지 오바마 역시 올해 한 달에 1.5회꼴로 오하이오를 찾았다.
참고로 선거인 수 조합에 펜실베이니아(21명)와 미시간까지 넣으면 두 후보의 무승부(269명 동수) 시나리오가 32가지에 달하고 2000년 앨 고어(민주)처럼 전체 국민투표(총득표)에서 이기고도 선거인수 합계에서 지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여론조사 잘 봐야= 갤럽이 지난 9일부터 공개한 투표예상자(투표 의향이 높은 유권자) 지지율은 22일 현재 롬니 51%, 오바마 45%로 롬니가 10여일째 6-7%포인트를 앞서고 있다.
투표예상자(likely voter) 2,700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 조사의 오차범위가 ±2%포인트이니까 6-7%포인트는 이 범위를 넘는다.
갤럽의 ‘이상치(outlier.신뢰구간에서 벗어난 높은 수치)’를 놓고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프랭크 뉴포트 갤럽 편집장은 폭스뉴스 등과 인터뷰에서 “갤럽의 조사방법은 매우 확고하다(solid). 우리는 정당별 가중치를 일절 두지 않는다"며 “투표예상자 모델은 선거 관심도와 투표 참여 정도를 고려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표심의) 변동을 잡는 게 아니라 투표 열정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군데 조사가 다른 많은 조사와 큰 차를 보인다면 상당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조직적으로 민주당이나 공화당, 한쪽에 유리한 결과물을 산출하는 ‘하우스 효과’(house effect)를 염두에 두고 개별 수치나 추세를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통상 투표예상자 지지율은 선거사무소에 등록된 유권자(등록유권자) 지지율보다 공화당 후보에게 1.5%포인트 유리하게 나오고, 보수적인 라스무센이나 진보적인 PPP의 조사치는 하우스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오바마나 롬니가 3-4%포인트 앞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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