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3차 대선 토론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오른쪽)과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가 외교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튼에서 22일 밤 열린 3차 대선후보 토론회는 말 그대로 `마지막 혈투’였다. 대선을 보름 앞두고,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히는 플로리다에서,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외교정책을 주제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설전을 벌였다.
당초 별 관심을 끌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던 3차 토론회였으나 막판 판세가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는데다 1, 2차 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각각 1승 1패를 기록하면서 이날 전국의 안방 유권자들과 언론의 이목은 TV로 쏠렸다. 백악관, 펜타곤(국방부), 국무부, 의회 등 이른바 워싱턴 DC의 `메이저 4’ 출입처를 모두 담당한 몇 안 되는 기자 가운데 한 명인 밥 시퍼 CBS 앵커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서로 비스듬하게 마주 보고 앉았다. 선제공격에 나선 것은 1,2차 토론회에 이어 `동전던지기’ 대결에서 3연속 승리를 거둬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권을 얻은 롬니 후보였다.
▲외교정책 공방
그는 리비아 주재 영사관 피습사건에 대한 질문에 시리아, 리비아, 말리, 이집트 이란 등을 모두 언급한 뒤 “우리는 포괄적이고 강력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ㆍ안보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최고사령관으로서 나의 첫 번째 임무는 미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라면서 “당신의 전략은 미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반격했다.
이에 질세라 롬니 후보는 곧 “나를 공격하는 게 어젠다가 아니다”고 비꼰 뒤 대 러시아, 이라크 외교정책 등을 잇따라 언급하며 속사포 공격을 퍼부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롬니 후보는 이날 토론회의 주제인 외교정책을 교묘하게 국방예산 감축과 일자리 문제 등으로 연결시키면서 자신의 전공인 `경제’로 논쟁을 전환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롬니 후보의 `부자감세’ 정책을 문제 삼으면서 공화당의 국방력 강화 공약의 비현실성을 주장했다.
▲리비아 대사 피살
롬니 후보는 첫 질문으로 던져진 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사태 등 중동정책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아랍의 봄’을 맞이해 중대한 기회를 상실했으며, 특히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리비아 공관 피습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조짐을 사전에 포착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의 외교정책이 ‘강한 미국’을 버리고 ‘사과부터 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또 전통적인 맹방인 이스라엘을 홀대했음도 지적했다.
▲빈라덴 사살 실적
지난 4년간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사실상 매듭지은 오바마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실적을 과시했다.
그는 아울러 ‘러시아가 적’이라는 등 롬니가 과거에 했던 발언들을 나열한 뒤 “매번 외교현안이 부각될 때마다 의견을 내놓았지만 모두 틀렸다”고 공격했다. 실제 외교를 다뤄본 경험이 없는 롬니 후보의 약점을 들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지도력’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과거 공화당이 주도한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과거 이라크와 아프간에 국력을 소모하느라 미국의 경제 재건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핵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이나 민간인과 반대세력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시리아 사태 등을 놓고도 두 후보는 신경전을 펼쳤다.
▲대 중국 정책
아울러 최근 미국내에서 확산하는 ‘중국 견제’ 역시 쟁점이었다.
롬니 후보는 자신이 취임하면 즉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핵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아 중동 정책 등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TV토론은 막상막하의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두 후보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선거를 보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두 사람은 동률 혹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초방빅 여론조사
이날 로이터·입소스의 여론조사 결과 두 사람은 46%의 지지율로 동률을 기록했다. 전날 NBC·월스트릿 저널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은 47%로 같았다.
롬니가 두 차례 토론회 이후 4%포인트 내외 뒤지던 격차를 거의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에서 롬니 후보가 미국을 이끌 대통령이 될 자질과 차별화된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경합주의 표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의 주인’을 판가름할 이른바 8대 경합지 판세를 보면 오바마 우세 4곳(오하이오, 아이오와, 위스콘신, 네바다주), 롬니 우세 3곳(플로리다, 뉴햄프셔, 콜로라도주), 동률 1곳(버지니아주)으로 조사됐다고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22일 전했다.
이를 반영한 선거인단 확보수는 오바마 277명, 롬니 235명으로 집계됐다.
결국 이번 토론 이후 2주간 미국 대선의 균형추가 어떤 후보에 기울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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