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정부지원 700여‘커뮤니티개발 금융기관’총 400억달러 대출
알라메다 스왑밋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데이빗 민조는 커뮤니티개발 금융기관으로부터 5,700달러의 운영자금을 대출받았다.
사우스LA의 알라메다 스왑밋은 소규모 비즈니스 대출의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상상하기 힘든 곳이다. 카우보이모자에서부터 비디오와 생선 등 잡다한 물건들을 파는 맘 앤 팝 스토어들이 들어선 이곳은 현금손님들이 대부분이고 제대로 된 매출장부 관리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데이빗 만조는 손님들의 크레딧 카드를 긁으며 자신의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 손님들이 크레딧 카드나 데빗 카드로 계산할 때마다 매출의 일부는 그가 받은 5,775달러의 대출 상환으로 빠져나간다. 멕시코 이민자인 만조가 운영하는 미르나스 마켓은 약초치료제와 종교적인 물품 등을 파는 가게다. 그가 부담하고 있는 12%의 대출 금리는 과거 그가 얻었던 대출에 비해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그는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비즈니스가 저조하면 그의 상환액은 자동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되면 그만큼 빨리 대출을 갚는다는 뜻이다. 만조는 “대출 상환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맞춤형 대출
유연하고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 제공
상환율 높고 손실 처리는 2% 불과
민간부분에 있어서의 연방정부 역할을 놓고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 만조가 받은 ‘이지 페이’라는 이름의 대출은 정부와 금융기관들, 그리고 자선기관들의 파트너십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만조에게 대출을 해 준 기관은 ‘오퍼튜니티 펀드’이다. 이 기관은 연방정부가 인가해 준 약 700의 ‘커뮤니티 개발 금융기관’(CDFI)들 가운데 하나이다.
CDFI는 군소은행들과 크레딧 유니언 등이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은 일부 벤처 캐피탈 펀드를 비롯한 커뮤니티 대출 펀드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저소득층과 금융기관 혜택을 받기 힘든 계층들에게 저리의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들이 대출에 사용하는 돈은 연방재무부 지원금을 비롯해 은행과 재단들, 그리고 종교교관 등이 제공한 기금이다.
이런 마이크로 대출은 개발도상국에서 붐을 이뤘던 것이다. 방글라데시에 그라민 은행을 세운 무하마드 유누스는 노벨상까지 받았다. 미국의 주류은행들은 이런 대출에 부담을 느낀다. 관리에 돈이 많이 들고 비용을 충당하려면 금리를 높게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류은행들은 이런 대출을 CDFI를 비롯한 비전통적인 민간부분 대출기관에 대부분 양보하고 있다.
18~36%의 금리로 단기 마이크로 대출을 해주는 영리대출기관 ‘온 덱 캐피탈’의 창립자 미치 제이콥스는 “마이크로 대출은 미국에서 일자리 창출과 계층이동에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은행들로서는 크레딧 점수가 아닌 신뢰도를 바탕으로 창업을 평가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상업은행들로서는 마이크로 대출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CDFI는 작은 비즈니스들에 집중하고 있다. CDFI의 기금은 1970년대부터 종교기관들과 개인들, 그리고 민간 지원 등을 통해 크게 확대돼 왔지만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이 결정적인 힘이 됐다. 1994년 연방재무부 산하에 CDFI를 인증해 주는 정부기관인 ‘CDFI 펀드’가 생겨났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은행들이 CDFI에 자금을 제공할 경우 자동적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했다는 크레딧을 받도록 법을 개정했다. 은행들은 통상 2~3% 금리로 CDFI에 자금을 제공하며 이 돈은 마이크로 대출에 쓰인다.
오랜 기간 동안 CDFI는 400억달러 가량을 미국 내 군소 비즈니스에 대출해 왔다. 마이크로대출업계에서 표준으로 통하는 ‘오퍼튜니티 파이낸스 네크웍’의 책임자인 마크 핀스키는 “우리는 커뮤니티에서 예인선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CDFI는 틈새시장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데 있어서 전통적 금융기관들보다 훨씬 민첩함을 보여 왔다. 가난한 지역의 그로서리 업소들에 대한 대출과 차터 스쿨들의 건물 매입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CDFI에 제공한 4억달러의 감독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웰스파고 은행의 미건 티어는 말했다.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클리어링하우스 CDFI는 지난 15년 동안 샌디에고 소재한 ‘홈리스 자녀들을 위한 모나크 스쿨’과 카슨의 ‘사모아 회중 커뮤니티 교회’가 건물을 구입하는데 대출해 주는 등 모두 9억2,500만달러의 대출을 해 주었다.
CDFI는 고객 친화적인데다 은행들보다 제한규정의 규제를 덜 받아 상환기일과 금리에 있어 훨씬 유연할 수 있다. 연방재무부의 CDFI 펀드 대변인인 빌 루엣은 “이들은 관계에 기반을 둔 은행 업무를 제공할 수 있다”며 “대출이 시행되기 1~2년 전부터 비즈니스와 협력관계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란 ‘맞춤형 지원’ 덕에 CDFI 대출은 연체율이 낮다. 지난 해 CDFI 대출 가운데 손실 처리된 것은 약 2%라고 ‘오퍼튜니티 파이낸스 네트웍’은 밝혔다. 알라메다 스욉밋의 만조에게 대출을 해준 샌호제 소재 이 기관의 연체율은 1% 미만이다. 특히 실적이 좋은 부문은 2억달러에 달하는 부동산 대출이다. 건당 평균 7,800달러인 총 2,500만달러의 소액 대출 부문에서는 성공률이 92% 정도이다. 이 기관의 대출을 받은 비즈니스 가운데 85%는 아직도 영업중이다.
지난 1995년 은행들의 콘서시엄으로 탄생한 오퍼튜니티 펀드는 개인이 1달러를 저툭할 경우 정부와 자선기관 기금으로 2달러를 매칭해 주는 ‘마이크로 세이빙스’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알바니에서 페이스트리와 커피를 팔던 가게를 열었다 문을 닫은 폴 크루스는 이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파머스 마켓에서 고급커피와 차를 파는 비즈니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CDFI는 크로스이 비즈니스 플랜을 검토하고 그의 홀리카우 커피를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크로스는 “오퍼튜니티 펀드가 사용하는 기준은 다르다. 크레딧 점수보다 사람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저축에서 2,000달러를 빼내 마이크로 세이빙스 혜택을 봤다. 오퍼튜니티 펀드는 4,000달러를 매치해 주었으며 그는 이 돈으로 낡은 우편배달 차량을 구입했다. 그리고 올 봄 밴을 꾸미는데 4,000달러 대출을 받아 사용했다.
그러나 차량에 설치한 발전기에 문제가 발생해 돈이 더 필요하게 되자 이 기관은 또 다시 3년 7.5% 금리로 7,500달러를 재융자해 줬다. 크로스는 지난 주 비즈니스에 필요한 차량 준비를 완벽히 마쳤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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