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주의자들의 메카로 정착한 캔자스의 연례 가을축제
▶ 초원에서 야영·석학들 명강의 들으며 자연과 삶을 명상
9월의 마지막 주말 휘영청 보름달이 대낮처럼 환하게 밝히고 있는 600에이커 드넓은 초원. 캔자스시티의 근교 샐리나에 위치한 토지연구소‘랜드 인스티튜트’가 주최하는‘초원 페스티벌(Prairie Festival)’이 열리고 있는 곳이다. 스모키 힐 강둑 위로 신나는 밴드의 음악소리가 밤의 풍경을 들뜨게 한다. 근처 통나무 헛간에선 수백명이 춤추는 즐거운 댄스파티가 한창이다. 머지않은 곳 언덕마루엔 아직 꺼지지 않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정담이 뮤지션들의 부드러운 연주 속에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준다.
토지연구소 소유의 과수원과 초원 곳곳엔 수백명 방문객들의 텐트가 세워졌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데는 이보다 좋은 방법도 드물 것이다.
“여기서 야영 하는 것은 너무 아름다워요. 작은 스토브에서 아침식사를 만들고 밤에는 코요테의 울음소리를 듣지요”라고 아이오와 주 마운트 버논의 코넬 칼리지 대학생으로 환경클럽 회원인 엘렌 파졸은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것보다 여기 있는 것이 환경보호를 체감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34년 동안 매 가을마다 열려온 이 비영리연구소의 ‘초원 페스티벌’은 환경보호와 농업과 세계 식량에 관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메카가 되어왔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음악이 연주되고 그림이 전시되는 가운데 행해진 강의와 워킹투어 주제는 기후변화와 농업, 그리고 화석연료 사용 감축 등에 집중되었다.
올해 페스티벌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1,200여명, 멀리 도꾜에서 날아 온 참가자도 있었다. 페스티벌이 처음 시작되었던 30여 년 전보다는 로컬주민 참가자들도 많이 늘었다. 처음엔 각 지역에서 모여든 참가자들을 보는 보수적인 캔자스 주민들의 시선은 불안했다. 긴 머리 히피들, 가끔은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고 차에 치어 죽은 동물을 요리해 먹기도 하는 자연주의자들과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 자신이 식물유전학자로 1976년 랜드연구소를 공동 설립한 웨스 잭슨회장은 이 축제를 “지성적인 민속대회”라고 설명한다. 자연보호를 위한 아이디어들이 음악과 미술, 토착 음식과 이 지역 특산 맥주등과 어울리는 속에서 조율된다는 것이다.
건너 언덕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건초더미에 흩어져 앉아 강의를 듣는 사람들, 이처럼 분위기는 격의가 없지만 강의의 내용은 상당히 심층적이고 진지하다. 우선 환경학계 권위자인 오벌린 대학의 데이빗 오르 교수, 칠리와 아르헨티나에서 200만 에이커의 야생지대를 보호하고 있는 더글러스 톰킨, 아이오와대학의 저명한 농업학자 프레드 키르쉔먼 등 참가 학자들의 명성이 쟁쟁하다.
관계자들이 꼽는 ‘초원 페스티벌’의 성공 비결은 환경보호에 대한 학문과 실제 사이의 벽을 허물고 신성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상아탑과 농사짓는 땅을 연결시킨 것”이다. 특히 금년엔 미국의 환경운동이 여전히 야생지대 보호에 치중되어있는 것에 대해 농촌과 작은 마을 환경문제를 지적한 웬델 베리의 강의가 관심을 끌었다. 그는 환경보호의 유명저서인 “미국의 불안한 동요:문화와 농업”의 저자로 농업계의 철학자이자 문학적 보이스로 알려져 있다.
지역과 세계를 이어주는 초원 페스티벌의 이 같은 역할에 마음 끌려 2년째 이 축제에 참가하고 있다고 리처드 스타인과 아내 페기는 말한다. 치과의사와 교사인 이들 부부는 “지난해 강의를 듣고 세계를 완전히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면서 환경문제뿐이 아니라 ”우리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큰 그림을 생각하며 방향을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병든 지구에 대한 웬델 베리의 처방은 스타인부부를 비롯한 많은 참가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를 경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베리는 최근 농업과 환경 간의 정치적 줄다리기에 대해 말했다.
“늘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은 아무리 사태가 나빠진다 하더라도 선의를 가진 사람들과 그들의 능력은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지요”라고 그는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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