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 축제(KORUS Festival)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에 페스티벌도 달라졌다. 1세 한인들을 위한 소박한 잔치는 지난 10년간 어떻게 변모했을까? 1회 대회 준비위원장과 자원봉사 학생 그리고 현재 축제를 이끌고 있는 준비위원들이 만났다. 1세와 1.5세의 다양한 조합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구성이다.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로부터 코러스 축제의 역사와 변화상, 앞으로의 축제가 나아갈 미래상을 들어보았다.
<진행 및 정리 이종국 기자>
<참석자>
유응덕/ 50대. 1, 2, 3회 준비위원장, 현 설계사무소 운영.
이은정/ 20대. 자원봉사 참여, 1회 가요열창과 3회 청소년가요제 대상, 현 연방 법무부 근무.
김명호/ 50대. 1회부터 준비위원 역임, 현 준비위원장, 뉴욕 라이프 근무.
데이빗 한/ 40대. 현 준비위원, 한스관광 대표.
문인찬/ 30대. 현 무대감독, 자동차 에이전트.
“보여주기 보다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어가야”
“2세들 한국문화 알게 되는 첫 지점”
“연방 하원의원보고 저리 가라 했어요”
“인파 몰려 대사도 걸어서 축제장 도착”
-어느덧 10년이다. 어떻게 코러스 축제가 시작됐나?
유응덕: 워싱턴 한인들은 매년 연말 DC의 아모리 체육관에서 송년파티를 하며 한 자리에 모였다. 세월이 가며 그게 시들해진데다 9.11 사태를 겪으며 중단됐다. 2003년 당시 김영근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이 한인들 전체가 모일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시작됐다.
-축제의 명칭도, 장소도 자주 바뀌었던 것 같다?
김명호: 처음엔 한미축제였다가 3회부터 코러스 축제로 바뀌었다. 장소도 메이슨 디스트릭 공원에서, 3회 때는 폴스처치 고등학교서 했다. 시끄럽다는 주민들 불평 등으로 한 곳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4회부터 8회까지 애난데일 K마트 앞에서 했고 지난해 9회는 훼어팩스 코너에서 열었다. 올해는 불런 공원으로 옮겼다.
-10년전 축제의 모습은 어땠나?
유: 처음엔 애난데일 퍼레이드 행사와 동반해 치렀다. 한인 행렬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후 공원에 가서 축제를 시작했다. 퍼레이드와 축제 두 가지를 하려니 힘이 들었다. 또 10월 말이라 저녁이면 너무 추웠다. 그 후 추석 무렵으로 당겼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치르다보니 시작이 힘들었다. 축제를 계속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말 못할 일화도 많을 듯하다.
김: 첫 회 때 메이슨 디스트릭 공원에 사람과 차량이 줄을 서서 들어갔다.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들도 깜짝 놀라더라. 당시 한승주 주미대사가 오셨는데 행사장까지 들어오질 못하고 공원 풀밭을 걸어서 오실 정도였다.
또 어떤 중년 미국인이 혼자 토요타 차를 몰고 행사장에 들어올라 하기에 내가 저쪽으로 가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탐 데이비스 연방 하원의원이었다. 탐 데이비스 배 축구대회가 열렸는데 거기 오신 걸 내가 미국 온 지 얼마 안 돼 얼굴을 몰라 실수한 것이다.
-이은정 씨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1회 워싱턴 가요열창 대상을 차지했는데 어떻게 출전하게 됐나?
이: 코러스 축제와는 1회부터 인연이 깊다. 당시 브래덕 고등학교 10학년으로 자원봉사자로 친구들과 참가했다. 주부가요열창 예선이 열려 구경하는데 그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혼자 노래 부르는 걸 보고 어떤 스태프가 한번 출전해보라고 권했다. 즉석에서 친구들과 팀을 짜서 나갔는데 그만 대상을 받았다. 8명의 친구들이 백댄서 했고 내가 ‘남행열차’를 불렀다. 부상으로 항공권을 받았는데 친구들과 나누니 100달러씩 돌아갔다. 3회 때는 청소년 가요제에 나가 또 1등을 했다.
-그동안 축제의 규모나 내용 모두 엄청난 변화를 겪었을 텐데 비교해 달라?
김: 처음엔 하루만 열렸다. 인파도 1만 명 가까웠는데 이젠 사흘 동안 5-6만 명 이상 축제에 참가한다. 그리고 한인들뿐만 아니라 미국인, 타 인종들까지 축제를 즐기러 온다. 더구나 축제 준비위원회에 미국인들도 10명이나 참가하고 있다. 포스터를 직접 다 붙이고 다닐 정도로 적극적이다. 프로그램도 풍성해졌다.
유: 미국인 축제 준비위원 참가는 정말 의외이고 놀랍다.
문인찬: 한류의 영향이다. 지난해부터 K 팝 등 한류의 영향으로 많은 미국인들이 오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미국인들만 출전하는 K-POP 컨테스트도 마련하고 관객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도 함께 추는 등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데이빗 한 위원은 1.5세로서 축제를 본 소감은 어떻고 개선할 점은 없나?
한: 작년에 셔틀버스 운행과 비보이 팀 맡아 관리했다. 사실 1세대들을 위한 공연은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비보이 공연은 너무 익사이팅하고 가슴에 와 닿는다. 코러스 축제가 미국 축제보다는 조금 촌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잘 안 지켜지고 정보 전달이 미흡하고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눈에 띈다. 그래도 우리 꺼다. 소중하다. 그리고 아시안을 대표하는 축제다. 미 축제보다 더 익사이팅하다.
유: 좀 미숙한 점이 있는 건 틀림없다. 다만 우리는 전문가들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 만드는 축제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이 쌓이고 상상력이 발휘되며 자본이 뒷받침되면 더 완벽한 페스티벌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축제가 우리의 삶과 한인 커뮤니티에 어떤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이: 나 같은 경우엔 자신감을 키워줬다.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라 남들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했다. 노래자랑 대회서 1등 하며 도전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 자원봉사에 발을 담그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벚꽃축제 코디네이터를 하는 등 그때부터 쭉 봉사활동이 생활화됐다. 책임감도 길러주었고 그리고 한인사회의 일원으로 비 한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계기도 됐다. 지금도 코러스 축제가 열리면 직장 동료들을 초청해 구경시켜준다. 자부심을 느낀다.
김: 코러스 축제는 1.5세나 2세들이 한인 커뮤니티와 처음 접하는 기회다. 또 축제를 통해 한국문화를 처음 접하게 된다. 소중한 기능이다. 그네들이 1세대 행사에 참가할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끔 해야 한다.
유: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우리 2세들이 한국과 한국문화에 관심을 처음 갖게 됐다. 그래서 이듬해 열린 1회부터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많이 참여할 수 있었다. 축제는 2세들이 한인 커뮤니티와 모국과 만나는 첫 단계이자 최전선이다.
문: 축제는 미국사회에 한인들의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을 보여주는 계기다. 한인들의 권익신장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는 백악관 등 주류사회에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위해서 코러스 축제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나?
한: 지난 10년간 어려운 여건 하에서 노력해온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제부터 더 일찍 준비해 보다 체계적이고 규모도 키우며 참가자들이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야겠다.
문: 우리 문화도 알리지만 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한류에 합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 우리가 이렇게 논다는 걸 보여주기보다는 참가자 입장에서 뜻 깊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 특히 한국문화를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
유: 모국 대한민국의 발전의 성과가 축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축제를 더 발전시키려면 봉사자 위주의 준비보다 체계화된 조직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김: 다시 기본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왜 우리는 축제를 하는가? 결국은 동포사회를 위해 하는 거다. 동포들의 이민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새로운 활력을 주는 역할이다. 다문화나 엔터테인먼트 위주로 너무 흘러선 곤란하다. 지금까지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축제에 너무 치중했다. 일반 한인들의 에너지와 열망을 축제에 더많이 수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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