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 몰라인에 사는 노인 로이스 플로렌스(79)는 최근 의사로부터 대장염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먹는 음식을 바꾸라며 지시사항을 알려줬는데 내용이 상당히 복잡했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봐도 계속 실패를 하던 어느날 그는 지역 수퍼마켓인 하이-비(Hy-Vee)의 약사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약사는 수퍼마켓 내 영양사를 추천해주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노인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었다.
고객들 건강 관심 고조하며
영양사가 상세한 정보 제공
하이-비의 영양사 돈 블로클링거는 거의 한시간이나 시간을 할애하며 플로렌스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 지를 일일이 알려주었다. 매장을 같이 돌며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은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지도 상세하게 안내해주었다. 예를 들면 통밀빵 대신 호밀빵, 아이스크림 대신 토푸티를 먹으라는 것이다.
미 전국에 235개 매장을 가진 수퍼마켓 체인 하이-비는 거의 모든 매장에 정식 영양사를 상주시키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미국에서는 유일한 수퍼마켓이다. 하이-비에 고용된 영양사는 190여명으로 시골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매장을 담당한다.
수퍼마켓들이 상주 영양사에 관심을 갖기 사작했다. 하이-비는 최근의 이런 현상에 관한한 선두주자이다. 수퍼마켓이 영양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건강과 안녕에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을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한편 홀 푸즈 같은 특화 수퍼마켓이나 월마트 같은 거대마켓과의 경쟁에서 이길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지난 3~4년 사이 수퍼마켓들 사이에서 상주 영양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아넷 매기는 말한다. 그는 수퍼마켓 산하 식품과 조리 담당 전문가들로 된 조직의 회장이자 식품 제조 및 소매업계 컨설턴트이다.
이 그룹의 회원 수는 400명이 넘고 계속 늘어나는 중이라고 매기는 말한다. 수퍼마켓 영양사들 중에서 대모로 꼽히는 인물은 웨그만스(Wegmans)에 있는 제인 앤드류스. 지난 1988년 첫 영양사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현재 6명의 팀을 감독하고 있다.
그 외 영양사가 상주하는 마켓은 지역단위 체인들인 메이저(Meijer), 자이언트 이글(Giant Eagle), 바샤스(Bashas’), H-E- B 등. 아울러 크로거(Kroger) 같은 대형 수퍼마켓 체인도 영양사를 고용하는 추세이다.
중서부 지역 수퍼마켓 체인인 메이저는 5명의 영양사를 두고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 한 계절에 100번 정도의 자체 행사를 개최하고 각종 커뮤니티 행사에 80~85번 얼굴을 내밀며 직원들 건강 분석, 매장 내 조리시범, 당뇨나 심장질환 등 건강 주제 교육프로그램 등을 담당한다.
아울러 이들 영양사는 회사 웹페이지를 관리하고 다양한 팸플렛과 책자들을 발간한다.
메이저의 수석 영양사인 샤리 스타인바크는 수퍼마켓 영양사로 일한지 24년이 되었지만 이 직종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은 적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수퍼마켓들이 우리의 가치를 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건강에 좋은 품목들의 매출이 늘고, 고객들이 면담신청 이메일을 보내오고 식품 제조업체들이 영양사들을 자사 컨퍼런스에 초청하는 등의 변화를 수퍼마켓 기업체들이 눈여겨보게 된 것이다.
수퍼마켓 그루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업계 전문가 필 렘퍼트 역시 영양사들의 역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영양 관련분야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물품 구매를 할 때 가격과 홍보를 보고 결정했지만 지금은 제품들이 저마다 좋다고 주장하니 옛날식으로 물건을 살 수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제품이 정말로 그런 효과가 있는지 안전은 한 건지를 알고 판단해줄 사람이 곁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전문적으로 해줄 소매업체 영양사 비즈니스 연맹이라는 단체를 그는 새로 조직했다.
아이오와, 데이브포트에 있는 하이-비 매장의 영양사인 크리스틴 데커는 다이어트에 좋은 식단 제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루 세끼, 두 번 간식의 식사를 주 5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총열량이 1,200~1,500칼로리인 저열량 식사 프로그램이다. 고객들은 일주일에 75달러를 내면 매일 그날 조리할 식재료와 조리법을 받아 갈 수가 있다.
“4주간의 메뉴를 준비해둡니다. 그 기간에 고객들은 한번도 같은 걸 먹지 않지요.”
음식은 신선한 것, 냉동된 것, 건조시킨 것들을 혼합하고 있다고 데커는 말한다. 혹시 고객이 생선이나 브로컬리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를 대체할 다른 음식들도 찾아 준다.
“고객들은 시간이 많지가 않습니다. 혹은 뭘 찾아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식품 포장지에 항상 영양에 관한 것만 써 있는 게 아니고 때로는 무엇이 중요한지 자체를 모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당과 지방 중 어디에 더 신경을 써야 할지를 묻는 고객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일리노이, 록 아일랜드 소재 하이-비의 영양사인 크리시 워터스는 크리스 칼슨이라는 고객 의 케이스를 소개한다. 칼슨이 워터스를 찾아온 것은 혈액검사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332라는 것을 알고 난 후였다.
워터스는 그에게 식습관을 바꾸도록 조언하면서 어떤 육류를 섭취해야 하는지를 매장을 돌며 알려주었다. 아울러 설탕을 끊도록 했다. 그리고는 두달 후 칼슨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170으로 뚝 떨어지고 체중은 27파운드가 줄었다. 판매 비즈니스를 하는 칼슨은 “워터스 같은 사람을 두는 것이 하이-비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나는 잘 안다”고 단언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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