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이다. 한 여름은 이래저래 휴가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휴가(休暇, vacation)를 뜻하는 말들로는 쉼, 말미, 방가(放暇), 바캉스(vacance) 등이 있다. 휴가의 사전적 의미는 ‘학업 또는 근무를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 혹은 그런 기간’을 뜻한다. 여름은 시기적으로 보아도 한 해의 중간쯤 되니 그 동안 해오던 일에서 잠깐 벗어나 새로운 후반전을 위하여 필요하기도 하고, 또한 계절적으로도 여름 무더위를 피하여 몸과 마음을 쉬는 피서(避暑)가 필요한 계절이기도 하다.
여름 휴가 계획이 있는가? 아마 이미 다녀 온 분들도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사업이나 직장의 일은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철저하게 추진하지만, 막상 휴가에 대하여는 준비나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가는 분들이 적지 않다. 아마 고되고 바쁜 일상의 업무에 치여 그저 얼른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휴가는 대개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하여 ‘피곤과 후회 가득한 휴가’로 끝나기 십상이다.
일상의 일도 복잡한데 휴가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써야 하느냐 하는 분도 있다. 비록 휴가에 들어가서는 일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지라도, 휴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사업이나 업무를 계획하듯이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의미 있는 휴가의 시작은 휴가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 시작 된다고 본다.
쉼 혹은 휴가는 선진국 국민들만이 누리는 즐거움이거나 혹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쉼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적당한 쉼은 근로자는 물론 모든 이들의 건강과 창의력 증진 그리고 경쟁력 강화의 필수 요소가 된다. 가족과 함께 하는 쉼은 가족 간의 일체감은 물론 인생의 자산이 되는 좋은 추억과 인생의 행복감을 증진하게 된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을 보면 쉼(안식)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하느님의 계명(출애굽 20:8)으로 나타난다. 쉼은 그저 노는 것이거나 게으름이나 사치가 아니다. 쉼은 우리 내면의 기쁨과 몸의 원기(元氣)와 일상의 행복 그리고 모든 사람들과 자연 환경이 함께 풍성한 생명을 누리며 살도록 불러주신 하느님의 거룩한 초대(招待)이다.
쉼 혹은 휴가는 단순히 일이나 업무를 멈추고 피로를 푸는 것 이외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휴가를 의미하는 영어 Vacation과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는 ‘비운다’는 의미의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왔다. 이는 쉼 곧 휴가란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과 정신을 비워 가볍고 새롭게 하는 자리임을 말하고 있다.
쉼의 또 다른 말로 피정(避靜)이라는 말이 있다. 주로 종교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피정은 세상의 분주함을 피하여 생각을 고요하고 맑게 한다는 피세정념(避世靜念)의 줄인 말로 영어로는 물러섬 혹은 칩거를 뜻하는 말로(retreat) 사용 된다. 종교적으로 쉰다는 것은 분주한 일에서 조용히 물러나, 자신을 성찰하며 인생 본래의 자리인 하느님 뒤로 물러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쉼은 또한 하나 되는 자리요 일체감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한 지붕 안에 사는 가족일지라도 서로 분주하고 일에 매여 있으면 같은 장소에 있을지언정 ‘하나 됨’은 아니다.
올 여름 일상을 떠나 여행을 통한 낯선 경험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레저, 양서(良書)와 함께하는 독서, 한적한 곳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 그리고 진리의 말씀에 대한 깊은 묵상을 통하여 자신을 비우고, 깊이 성찰함으로 심신을 새로이 충전하는 온전한 쉼이 필요하다.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이 바쁘셨던 예수님께서 일상의 분주함과 수고로부터 우리를 온전한 쉼으로 인도하신다.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좀 쉬자(마르 6:31).” 쉼 곧 휴가는 더 건강하고 충만하며 행복한 인생으로 우리를 이끄는 행복한 삶의 쉼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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