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의 알링턴을 출발, 66도로와 병행하는 리 하이웨이(루트 29)를 따라 서남방으로 약 30마일을 달리면 매나새스가 나타난다. 오른쪽 낮은 구릉으로 된 들판에는 “국립 매나새스 전투 사적 공원”이 있으며 그 공원 안에는 말을 타고 망토를 걸쳐 입은 남군의 용장 스턴월 잭슨이 서산에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동상 하나가 서 있다. 바로 이곳이 미국 남북전쟁이 시작된 지점이다.
1861녀 7월 11일, 매나새스 불런(Bull Run)에 있는 스워트 농장에서 회갈색 군복을 입은 윈체스터 민병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것을 목격한 북군의 포토맥 부대가 첫 발포를 함으로써 전쟁의 신호탄이 올려졌다. 선공의 기회를 잡은 북군은 계속 남하하여 남군의 수도인 리치몬드를 압박하니 다급해진 남부 연합의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슨은 긴급령을 내리는 동시 작전의 귀재인 로버트 리 장군을 기용했다. 명을 받은 리 장군은 즉시 병력을 소집, 전열을 다듬고 다음해 8월에는 이 불런 벌판에 돌아와서 북군과의 용호상박의 대격전을 벌린다.
진군 나팔이 울리고 장총을 겨누며 군도를 휘두르고 돌격해 나가는 육탄전, 시체 위에 시체 가 덮이고 총 맞은 말의 시체가 그 위를 덮고 나팔수가 쓰러지고 군기 들고 나가던 기수마저 선혈의 피로 군기를 물들이며 쓰러져 갔다. 호기심으로 몰려든 군중들 속엔 파라솔을 든 여인도 있었으며 마차 타고 상황판단하러 온 국회의원들 모두는 이 처참한 살육전을 보고는 혼비백산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해질 무렵까지 하루 전사자 3천3백 명, 4천 에이커 넓은 땅은 시체로 덮여졌다. 기선을 제압한 남군은 다투어 북진하다 펜실베이니아 게티스버그에 이르렀다. 때에 이를 맞이한 것은 북군의 미드 장군, 엄청난 병력이 남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3일간(7/1-3, 1863)에 걸친 남북전쟁 최대의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전사자 5만 1천2백2명을 위한 위령제는 비통 속에서도 새로운 결단을 다짐하는 숙연한 자리가 되었다.
“87년 전 우리의 조상들이 자유, 평등의 이념을 품고 건설한 이 나라는 지금 미증유의 동족상쟁의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희생당한 영령들을 위해 조그마한 땅 한 자리를 빌려 그들의 영원한 휴식처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드리는 이 몇 마디의 조사는 잊을 수 있겠으나 그들의 희생은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남은 과업을 완성할 것입니다. 주안에서 새로운 자유를 쟁취할 것이며 민중에 의해 세워졌고 민중을 위한 이 정부는 결코 이 지구상에서 멸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브라함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의 전문이다.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일 년이 되고 그의 나이 불과 52세의 일이었다. 역전패의 쓴맛을 본 남군은 퇴각하기 시작하였고 여러 번 전국 만회의 기회를 엿보았으나 북 해군의 해안봉쇄와 군자금의 고갈, 군병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1865년 4월 9일 로버트 리 장군은 결국 북군에 항복하게 된다.
항복하는 날 리 장군은 무장을 한 그대로 버지니아 아포마톡스 코트 하우스 마당에 섰다. 북군 사령관인 유리시스 그랜트(50달러 지폐에 있는 18대 대통령)의 배려에서였다. 어제의 벗이 오늘의 적, 두 장군이 말에서 내려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참으로 감격적이다.
그로부터 15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883년 처음으로 한국 사람이 이 땅에 이민 보따리를 푼 지 129년, 버지니아만 해도 10만 명이 넘어섰다. 이제 그들은 알링턴 또는 애난데일과 같은 낯익은 도시들을 거처 오면서 이곳 매나새스로 개척의 발길을 옮겨 가고 있다. 역사적인 스와트 농장에는 대형 한국교회(KCPC)가 자리를 잡고 있고 대소 각양의 하이텍 사무실이며 수많은 사업장이 군집하고 있다. 동족상쟁의 쓰라린 과거를 갖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라 남다른 감회와 애착을 갖게 된다. 언젠가는 조국이 통일되는 날 아브라함 링컨과 같이 성경에 손을 얹고 대적했던 자들을 용서하고 포옹할 줄 아는 통일 승리의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미국의 7월은 많은 역사가 이루어진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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