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요성 커지는 시장 겨냥한 포석… 닛산은 홍콩에 인피니티 본사 설립
최고위급 경영진 상주도 늘어
싱가포르와 베이징도 인기 지역
“문화 이해와 투자 결정에 도움”
<홍콩>지난 달 홍통 비즈니스 중심가에 소재한 시티뱅크 센터 34층에서는 귀를 찢을 듯 북소리가 울려대는 가운데 사자탈춤꾼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이 행사는 바로 이날 새로 문을 연 사무실에 복을 가져다 달라고 비는 전통적인 축하행사였다. 이 사무실은 특별하다. 홍콩의 가장 고급스런 지역에 위치한 이 사무실에 들어선 것은 일본 자동차회사인 닛산의 고급 브랜드 자회사인 인피니티의 글로벌 본부였다.
닛산의 본사는 일본 요코하마에 소재하고 있다. 그리고 인피니티는 일본과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중국에 각각 하나씩 공장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최종 지역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닛산 경영진은 심사숙고 끝에 인피니티의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생산과 판매 계획을 담당할 인피니티의 브레인을 홍콩에 두기로 결정했다. 자동차 업계로서는 꼭 본사를 두어야 할 곳도 아니고 렌트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말이다.
닛산의 럭서리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앤디 파머는 “홍콩의 아름다움은 중국의 관문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성장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비 절감이나 아웃소싱을 위해 홍콩에 본부를 두기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닛산의 결정은 아시아 지역에서 점차 확산돼 가고 있는 광범한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들은 아시아 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지사 영업을 해왔으며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주재원을 파견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최고 경영진들이 합류하고 있다. 이들이 이 지역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GE의 경우를 보자. GE는 의료기기와 터빈 등을 생산하는 가장 대표적인 대기업이다. 지난 해 GE의 부회장이자 글로벌 성장 및 영업 담당 사장인 존 라이스는 부인과 함께 홍콩으로 아예 이주했다. 라이스는 “이 결정은 일부 실제로 필요하기도 했고 일부는 상징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벗어난다는 것은 글로벌 이슈들과 관련해 당신을 더 현명하게 만들어 준다. 다른 렌즈를 통해 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해 준다”고 설명했다.
라이스는 아시아 지역을 수도 없이 여행했으며 지난 1989년 중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중국을 거의 100번 정도 방문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보다 지나 18개월 동안 중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며 홍콩으로 이주키로 한 결정에 만족을 나타냈다.
지난 10월 KPMG 인터내셔널의 책임자가 된 마이클 앤드류도 비슷한 소감을 피력했다. “이곳에 있음으로써 당신이 단지 앵글로-색슨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이 지역에 진정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홍콩에서 일하는 그는 말했다. 세계 각국을 다니는 그는 아직은 시간의 25~30% 정도만을 홍콩에서 보낸다. 그러나 엔드류는 “이것만으로도 당신이 그들의 일부가 되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며 “중요한 비즈니스 인사들과 주기적인 접촉을 가질 수 있고 지나가는 과객이 아닌 그들의 일원으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최근 프랑스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최고위 경영진 2명을 더 홍콩에 상주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매출의 4분의1 이상을 아시아 지역에서 올리고 있다. 이로써 홍콩에 상주하는 이 기업의 최고위경영진은 4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최고경영자인 장-파스칼 트리쿠아에게 직보를 하게 된다. 트리쿠아는 여전히 파리에 있지만 그 역시 아시아 지역을 수도 없이 많이 방문한다.
이코노미스트 기업 네트웍이 실시한 조사 결과들도 최근 아시아 지역에 최고 경영진을 두는 기업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008년 조사에서는 아시아 기업이 아닌 다국적 기업들 가운데 단 19%만이 아시아 지역에 상주하는 최고경영진을 한명 이상 두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지난해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30%로 뛰었다. 또 이 조사에서 오는 2016년까지 경영진을 상주시킬 예정이라고 밝힌 비율도 45.3%에 달했다.
조사를 시행했던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장이 있는 지역으로 제조 공장을 옮기는 정도가 추세였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는 브랜드와 사고방식을 글로벌화 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 됐다. 긴축이 지배적인 곳에 앉아 투자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아시아에 상주하는 것은 이 지역의 잠재력에 대한 기업의 판단을 돕는다고 강조했다.
홍콩만이 이런 추세의 수혜자는 아니다. 양질의 고급인력을 갖추고 있는 싱가포르 역시 대기업들의 최고경영진과 지역 본부들을 유치하고 있다. 홍콩이 중국의 관문이라면 싱가포르는 동남아와 인도 진출을 위한 교두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거대 제약기업인 글랙스코스미스클라인의 신흥시장 책임자인 아바스 후사인은 싱가포르에 상주하고 있으며 프록터 & 갬불의 최고경영진의 한명인 데브 헨레타도 그렇다.
이번 달 골드만 삭스는 마트 슈와르츠를 부회장 겸 아태지역 회장으로 다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베이징에 상주할 예정이다. 이처럼 아시아로 완전 이주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경영진들이 아시아 지역을 과거보다 훨씬 자주 방문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골드만 삭스는 인도의 중요성을 고려해 사상 처음으로 델리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미국의 호텔 기업인 스타우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갔다. 지난 해 스타우드의 고위 경영팀은 본사가 있는 코네티컷과 12시간 시차가 있는 베이징에 한달 동안 머물면서 일을 했다. 15명의 경영팀은 구성부터가 국제적이다. 다수는 미국인이 아니다. 스타우드 최고경영자인 프릿츠 반 파센은 경영팀 가운데 2명은 아시아에 거주하며 한명은 유럽, 다른 한명은 라틴 아메리카에 상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에 한달 동안 머물면서 이들은 지역 문화를 습득하고 주요 비즈니스 인사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체험은 중국 시장이 미국 시장과 어떻게 다른지를 확실히 배우는 계기가 됐다. 반 파센은 “가령 우리들은 많은 중국인들이 마지막 순간에 호텔을 예약하며 예약을 할 때 모바일 기기를 많이 이용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한달 간의 체험은 “힘들기도 했고 더 유익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익이 어려움보다 컸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스타우드는 내년도에 또 다시 중동의 두바이에서 한달 간 머물 계획이니 말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