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카파상 수상자 신진의 작품세계
▶ 버려진 키보드·우산·열쇠·트로피 조합 현대사회 다양한 사람의 그룹초상화로, 스미스소니언 아트 뮤지엄 작품전 등 ‘차세대 설치작가’ 주류화단·언론 주목
2012 카파(KAFA)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신진(Jean Shin)은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미술계의 차세대 주자로 집중 조명한 바 있고 2009년 스미스소니안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에서 작품전을 가졌을 정도로 이미 주류화단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다.
버려진 키보드, 우산, 열쇠, 트로피, 군복, 와인병, 복권티켓 등 일상 오브제들을 오랫동안 모으고 노동을 들여 기념비적인 대형 조형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하는 신진은 이러한 작품행위를 통해 개인과 사회, 커뮤니티 등의 문제에 대한 관심과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에브리데이 모먼츠’(Everyday Moments)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증한 크고 작은 트로피 2,000개를 모아 나열한 것이다. 당첨되지 않은 수천 장의 복권티켓을 일일이 접어서 쌓아 도시의 모습을 조형화한 ‘기회의 도시’(Chance City), 엄청나게 많은 넥타이를 철조망에 매어놓은 ‘언타이드’(Untied), 수많은 처방약병을 쌓아올리고 샹들리에처럼 매달아 놓은 ‘케미컬 밸런스’(Chemical Balance III), 2만2,528개의 컴퓨터 자판을 모아 직물처럼 변모시킨 ‘텍스타일’(Textile), 자판의 키(enter, backspace, control, shift, alt, esc, return, home 등)를 벽면을 따라 배열한 ‘키 프라미시즈’(Key Promises) 등 우리가 매일 사용하면서도 무가치하게 대했던 오브제들을 모아서 완전히 다른 결과물로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표현하려는 메시지가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에서 그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일상적 오브제를 축적하여 개념적 탐구물로 변형시키는 나의 작품은 삶의 잔재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거기 내재한 낙관성에 말을 거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조각품과 대형설치물에서 나는 우리의 집합적인 추억, 욕망, 실패와 연결된 오브제의 과거를 상기한다. 부러진 우산이나 당첨되지 않은 복권티켓 같은 보잘것없는 사물들은 더 이상 쓸모없기 때문에 이내 잊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삶의 흔적을 갖고 있다. 이런 일상의 허물을 수백 혹은 수천 개씩 함께 쌓아올려 재건축한 나의 조각품,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읽을 수 있다. 개인의 정체성과 그룹의 정체성, 하나와 전체, 사소한 것과 과도한 것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나의 설치물은 대량생산과 소비주의의 산물들이 사람의 손에 의해,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통해 변형되는 과정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여러 커뮤니티로부터 기증받은 헌 물건들은 그 상태를 통해 사용했던 사람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작가는 이것들을 함께 설치함으로써 현대사회의 그룹 초상화를 만들 수 있다며 보다 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역사를 작업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한다.
현대사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그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신진은 무가치하게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들여 꼼꼼한 솜씨로 인상적이고 마력적인 조각품으로 재창조함으로써 특별한 감수성과 감정이입을 보여준다. 그의 예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보잘것없는 사물들도 그것을 한때 소유하고 사용했던 사람이 거기에 투자한 이야기들과 역사, 의미로 인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고 평했다.
올해 카파상 심사는 정도련(뉴욕 MoMA 현대미술관 회화 및 조각 부큐레이터), 리아 올맨(LA타임스 미술비평가), 캐롤 엘리엘(LACMA 큐레이터)이 맡았다.
서울에서 태어나 6세 때 미국으로 온 신진은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술사와 비평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스코웨건 회화조각학교에서 회화와 조각을 공부했다.
뉴욕 MoMA 현대미술관을 비롯, 유니버시티 아트 뮤지엄, 애리조나의 스캇츠데일 현대미술관 등지에서 지금까지 15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폴락 크래스너 재단 지원금,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재단상, 뉴욕 예술재단 펠로십 어워드 등을 수상한 그는 뉴욕시의 공공미술작가로서도 5개의 작품을 설치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카파상 시상식은 22일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며 신씨에게는 상금 1만달러와 내년 봄 LA 한국문화원에서의 작품전 기회가 주어진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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