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났다. 그리고 심판도 끝났다. 그런데 놀랍고도 이상한 점은 피고가 받아야 한다 했던 판결을 원고가 받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정확한 판단은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할 수 있겠지만 몇가지 돋보이는 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대북관계다. 대북관계는 뭐니뭐니해도 국민들에게 가장 마음 쓰이는 부분이다. 북한에 대한 공포와 불신이 생리화 되어있는 70-90대 대부분들 뿐 아니라 그 동안의 북한의 행적을 보고 자란 신세대들까지도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얼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서 북한과의 팽팽한 관계를 현 정부의 탓으로만 돌리는 언행은 그럴듯하게 들리면서도 찜찜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 부분이다.
우리 쪽의 입장을 뚜렷하게 세워놓은 뒤에 그들을 대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딘가 저쪽 편에 서있는 것 같은 언동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햇볕정책만 해도 그렇다. 그보다 더 좋은 정책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전 정부들의 수준에 까지 돌아가기 전에 살펴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햇볕을 비추어서 그들의 근본적인 목표가 변했는가 하는 점이다. 햇볕 정책으로 인하여 변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 쪽이 아닌지 돌아 볼 때가 되었다.
또 햇볕정책의 근본 목표와는 달리 한국사회가 너무 왼쪽으로 돌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햇볕도 좋고 퍼주는 것도 용납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저쪽 편에 서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민주주의, 자유, 평등, 평화 등의 가치는 협상이나 양보 대상이 될 수 없다.
햇볕정책의 근본 목표도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었지 우리가 그 쪽으로 돌려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까지도 민주통합당이나 그 주변들과 같지는 않았다. 그때는 그래도 미사일 개발은 미사일 개발로 군사력증강은 군비증강으로 마주 대하지 않았던가. 이제 민주통합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짧고도 분명한 말로 밝혀야 한다.
둘째로 민주통합당의 행동방식에 문제가 있다. 그 현란한 말솜씨! 화려한 춤솜씨!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퍼포먼스! 축제 분위기 조성! 어느 하나 나무랄데가 없었다. 박근혜 씨나 이 대통령이나 정몽준씨나 홍준표씨 등등 여당측의 답답하고 속 터지는 말솜씨나 밋밋하고 멋없는 거동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나. 내용이다. “MB”를 때리는데는 성공했지만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이 없었다. 민생문제, 실업문제, 소득분배등 문제제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가 핵심이다. 여당이 주지 못하는 답을 야당이 주었어야 했는데 화려한 약속들 뿐 해결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품위 있고 책임 있는 언동으로써 수권정당이 될만한 신뢰감이나 위신을 보여줄 수 없었다.
셋째로 경제와 외교문제다. 미국처럼 자본, 시장, 기술을 다 갖추고 있는 나라도 FTA등 여러 자유무역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자본과 시장을 스스로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로서는 FTA를 빨리 할 수록 좋은 것이었다. 불공정한 조항들과 위험조항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전체적으로 보아서 불공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약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미국이 그렇게 위압적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야당들의 반대들에는 반미 색채가 여기 저기 눈에 띄었다. 민주 통합당은 거대 야당으로서 그 태도를 분명히 할 때가 되었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대중은 어리석어 보여도 어리석지는 않기 때문이다.
권경모/ 실버 스프링,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