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회원 20여명 LACMA 방문
▶ 동부의 외국인들 그룹투어 보관소 소장품 등 특별관람 윤봉구 초상화에 깊은 관심
당나라 명장의 연회를 묘사한 19세기 병풍. 정교하게 수놓은 매우 희귀한 라크마 소장품이다.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의 회원들이 라크마의 한국미술부 스튜디오에서 고미술품 컬렉션들을 감상하고 있다.
“이 토기는 9세기 통일신라보다 몇 세기 앞선 삼국시대의 것입니다. 정교한 빗살무늬가 아름답죠? 옥수수 문양이 그려진 이 청자는 13세기의 것이군요. 같은 청자라도 시대에 따라서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청동 부처상의 얼굴 표정 좀 보세요. 7~8세기 것인데 놀랍지 않습니까?”
지난 16일 LA 카운티미술관 한국미술부는 특별한 손님들을 맞았다. 뉴욕에 본부를 둔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KAS)의 회원 20여명이 라크마의 한국미술 컬렉션을 둘러보기 위해 단체로 방문, 중국한국미술부 스튜디오를 찾은 것이다.
KAS는 한국미술 애호가 로버트 털리가 2008년 설립한 한국 전통미술 홍보단체로, 회원 대다수가 외국인들로 이루어진 이 모임은 지난 3년반 동안 주로 동부지역에서 정기적으로 박물관이나 개인 소장가들을 찾아다니며 코리안 아트를 공부하고 감상해 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LA를 방문, 라크마와 퍼시픽 아시아 뮤지엄 그룹투어에 나선 것이다.
이날 ‘귀한 손님들’을 맞은 라크마는 한국 전시실에 걸려 있지 않은 소장품 14점을 보관소에서 꺼내와 보여주는 프라이빗 뷰잉을 제공했다. 삼국시대 토기와 12~13세기 도자기들, 18세기 백자와 7~8세기의 청동부처상, 18세기 허리띠 장식, 나전칠기함, 구족반 등과 함께 몇 점의 회화 및 병풍이 스튜디오의 테이블 위에 펼쳐졌고 KAS 회원들은 탄성을 금치 못하며 보물들을 감상했다.
도자기의 형태와 기법, 무늬와 색깔만 보고서도 정확하게 제작시대를 알아내는 로버트 털리 KAS 회장은 회원들에게 작품들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한국의 삼국시대 유품들은 정말 진귀하고 아름다운데도 경매시장에서 크게 저평가 돼 있어서 아직도 싼 값에 팔린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라크마 관계자들에게 각 미술품의 소장 경로를 물어보며 컬렉션의 우수성에 감탄하고 “라크마는 해외 뮤지엄 중 가장 많은 한국미술품을 갖고 있으며 귀중한 미술품이 무척 많은데 그 내용과 가치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이날의 프라이빗 뷰잉을 위해 라크마에서는 작품 해설자 지나 장과 통역자 해나 유, 한국미술부 큐레이터 바네사 메이 홀터만, 홍보부의 제시카 윤, 그리고 보관창고 담당자들까지 모두 동원돼 이 특별한 관람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 고미술품을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조심하는지, 메고 있는 가방조차 내려놓고 관람하길 원했고 볼펜으로 메모하는 사람에게는 연필을 전해주는 등 극도로 조심과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털리 회장은 “라크마 관계자들이 너무도 친절했고 우리를 위해 소중한 컬렉션을 꺼내와 보여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하고 이날 본 작품 중 변상벽이 그린 ‘일흔 살의 윤봉구 초상’(1750)과 당나라 명장의 연회를 묘사한 19세기 병풍(‘Banquet of Guo-Ziyi’)이 무척 인상 깊었다며 특히 수를 놓은 병풍은 아마도 미국에서 라크마가 유일하게 소장한 희귀품일 것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프라이빗 뷰잉 후 KAS 회원들은 한국전시실로 이동, 라크마가 1년여 걸려 복원한 대형 불화 ‘영산회상도’를 비롯해 여러 시대의 회화 및 도자기, 불상과 동자상 등의 전시품들을 감상했다. 이들은 다음 날인 17일 패사디나의 퍼시픽 아시아 뮤지엄을 방문, 지연수 큐레이터의 안내로 폴 자쿨레 목판화 완본과 신사임당의 그림, 민화들을 관람한 후 돌아갔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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