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탄탄한 이야기..’꽃도령’ 활약 힘입어 시작부터 돌풍
퓨전 사극에 이어 이번에는 판타지 사극이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지난해 사극 붐을 이끌었던 ‘공주의 남자’, ‘뿌리깊은 나무’의 바통을 이어 지난 4일 첫선을 보인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이 방송 3회(11일) 만에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시작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해를 품은 달’은 순수한 허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존 사극과 또다른 지점에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가상의 왕인 ‘성조’와 왕세자 ‘이훤’을 등장시켜 생전 보지 못했던 낯선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러나 그 ‘낯섦’은 익숙하지 않은 이질감이 아닌, 너무 새로워 감탄이 나오는 신선함을 안겨주며 시청자를 흡입하고 있다.
여기에다 초반 6회까지 책임질 아역들이 웬만한 성인연기자 부럽지 않은 활약을 펼치면서 드라마는 남녀노소에 고르게 다가서고 있다.
특히 여진구, 이민호를 필두로 한 미색의 남자 아역들이 ‘꽃도령’으로 불리며 인기 폭발이다. 인터넷에서는 이들에 열광하는 누리꾼들의 글로 그야말로 난리가 날 지경이다.
◇새롭고 탄탄한 이야기 = ‘해를 품은 달’의 힘은 무엇보다 새롭고 탄탄한 이야기에서 나온다.
2010년 최고 화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자 정은궐의 또 다른 작품인 ‘해를 품은 달’은 조선 시대 가상의 왕과 무녀의 기막히고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 아들의 사랑을 상상한 ‘공주의 남자’나, 세종대왕과 사대부 비밀결사 밀본 조직의 대결을 상상한 ‘뿌리깊은 나무’는 그래도 역사적 사실에 이야기의 뼈대를 뒀지만 ‘해를 품은 달’은 시대 배경이 조선시대일 뿐 그 이야기는 100% ‘허구’다.
작가 정은궐은 ‘성균관 스캔들’에서 성균관에 남장여자 유생이 입학한다는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는 ‘해를 품은 달’에서 세자빈으로 간택됐으나 외척세력의 무시무시한 농간으로 죽임을 당한 여성 연우와 왕세자 이훤의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인연과 운명을 그린다.
드라마는 사극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내용은 완전한 판타지이다. 그 중심에는 무속신앙과 무녀가 놓여 있다. 다분히 만화 같은 상상력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과 이를 각색한 드라마는 단순히 특이한 설정에 머물지 않고 거기에 철학적으로, 다양한 일화로 풍성하게 살을 붙여 새롭고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의 문정수 대표는 "사실 원작소설만 봤을 때는 드라마로 옮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스토리 위주라기보다는 굉장히 철학적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각색 과정에서 드라마의 가능성을 봤고, 대본으로 탄생한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매력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대적으로 그리는 조선의 싱그러운 수재들 = ‘성균관 스캔들’과 ‘해를 품은 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조선의 싱그러운 수재들을 현대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두 작품은 모두 조선시대의 청춘을 주인공으로 하는 동시에 한 발짝 더 나가 학문에서 뛰어나고 나라와 백성에 대해 고뇌하는 수재들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문과 함께 무에도 능하다.
이 때문에 늘 사서삼경 등 고전의 문구가 대사에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이는 매력적인 스토리 안에서 결코 고리타분하거나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산뜻한 여운을 남긴다.
또한 두 작품 모두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했던 조선시대에서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학문에 대한 욕심을 불태우는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는 멜로 이상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요한 설정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김윤희와 ‘해를 품은 달’의 허연우는 남자보다도 똑똑하지만 신분의 벽, 시대의 벽에 막혀 더 큰 꿈을 펼치지 못한다. 그런데 사실은 2012년에도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의 머리 위에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이들 작품은 ‘사극’에 머물지 않고 현대를 반영한다.
◇’꽃도령’ 대행진..아역배우 대활약 = ‘성균관 스캔들’이 ‘꽃선비 4인방’을 탄생시켰다면 ‘해를 품은 달’은 ‘꽃도령 4인방’으로 대박이 터졌다.
왕세자 이훤 역의 여진구와 그의 배다른 형 양명군 역의 이민호, 또 세자의 스승 허염 역의 임시완과 훗날 세자의 호위무사가 될 제운 역의 이원근이 그 주인공.
모두 6회까지만 등장할 아역이지만 이들은 ‘아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청춘스타로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여진구와 이민호는 지금껏 쭉 활동을 해왔음에도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나란히 대여섯 살 때부터 시작해 아역활동을 하면서 성장해온 이들은 열다섯 살, 열아홉 살이 된 올해 마침내 앳된 기운을 털어내고 여심을 울리는 반열에까지 올라섰다.
드라마 팬들이 몰리는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내 ‘해를 품은 달’ 갤러리는 이들에 대한 글로 도배가 돼 있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 김수현, 정일우 등이 19일부터 등장하는데 아역 바람이 거세 성인 연기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을 정도다.
제작사는 "꽃도령들의 모습에 20-30대 ‘이모 팬’들이 들썩이고 있는데 굉장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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