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집 ‘파트1:미’ 출시…내년 봄 ‘파트2’ 발매
거울을 바라보는 정엽의 뒷모습. 그러나 거울에는 그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정엽(34)의 2집 ‘파트1:미(Me)’ 음반의 재킷 사진이다.
재킷 속에는 얼굴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그의 ‘독사진’들이 즐비하다. 그는 사진 속에서 얼굴을 감싸쥐고 침대에 앉았거나, 창밖을 응시하는 뒷모습이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신파 멜로의 주인공 같다.
음반 수록곡들은 마치 이 주인공의 배경 음악처럼 쓸쓸한 감정들이 넘친다. 안 그래도 ‘낫싱 베터(Nothing Better)’처럼 슬프고 애달픈 노래로 여성들의 가슴을 후벼 판 그였기에 별다른 모험을 한 듯 보이진 않는다.
최근 논현동의 한 녹음실에서 인터뷰한 그는 "나도 누구나처럼 몇 편의 사랑을 하고 힘들어 봤지만 사실 곡 작업 동안 라디오 DJ 하랴, 공연 준비하랴 너무 바빠 외로울 틈도 없었다"며 "게다가 난 우울한 사람도 아니고 비오는 날도 싫어하는 타입"이라면서 웃음부터 보였다.
싱어송라이터들이 현재의 감정을 곡에 담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슬픈 음악이 나올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는 의미다.
당초 2집은 특별한 콘셉트를 정해놓고 작업하지는 않았다. 그의 작곡팀인 ‘허니듀오’ 동료 에코브릿지와 곡을 만들었고 한곡씩 쌓이다 보니 파트1에는 슬픈 노래, 내년 봄 선보일 파트2 음반에는 ‘공존’을 주제로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담기로 했다.
파트1 수록곡들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사랑과 이별 이야기들로, 부득이하게 그의 실제 경험도 배였다.
타이틀곡 ‘눈물나’는 ‘낫싱 베터’의 주인공이던 옛 여자 친구와에 대한 감정의 잔재가 스며있다.
"’이 사람’이란 생각에 2년간 만나며 결혼까지 생각했으니 아무래도 ‘눈물나’를 만들고 부를 때 영향을 미쳤겠죠. 그런데 이런 얘기하는 거 그 친구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요."
진성과 가성을 절묘하게 넘나드는 애절한 창법은 ‘잘 몰랐었다’ ‘위드아웃 유(Without You)’ ‘말도 안돼’ 등 역시 서정적인 곡들에서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그러나 윤종신이 작곡한 포크송 ‘내 사람들’ 외에 과거 히트곡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는 "’잘 몰랐었다’도 사실 처음 시도한 브릿팝"이라며 "그러나 전반적으로 비슷한 스타일로 느껴지는 건 내 히트곡이 2-3곡에 불과하고 ‘가성’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도 늘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고, 조니 미첼의 포크 음악부터 알앤비, 일렉트로니카까지 다양한 장르를 좋아한다"며 "파트2에서는 다양한 색깔을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음악 취향이 잡식이라는 그는 어느 시대와 맞닿아 있을까.
"초등학교 때인 1980년대부터 형을 따라서 라디오 ‘원종배의 영 팝스’를 즐겨 들었어요. 글렌 메데이로스, 웸의 음악을 즐겼고 학예회 때 팝 가사를 한글로 써 노래도 했죠. 또 한창 유로 디스코가 유행할 때는 롤러스케이트장에 있는 DJ 박스에 모던 토킹 음악을 신청하곤 했어요."
이러한 토대는 스스로 아날로그 세대라는 그의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자신의 음악이 과거에 천착하지 않고 시대와 잘 부합하고 있다는 자평도 했다.
"제 음악은 너무 트렌디하지도, 어렵지도 않아요. 에코브릿지와 작업하며 그 중간을 잘 넘나드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절제라는 게 필요한데 아직 사람들이 절제와 여백의 미를 잘못 알아봐주는 것 같아요. MBC TV ‘나는 가수다’만 봐도 그런 음악을 심심하게 느끼거든요."
’나는 가수다’의 초기 출연자인 정엽은 이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수혜자로 불린다.
그는 "사람들이 내게 ‘나는 가수다’의 수혜자라는데 맞는 말"이라며 "나이 지긋한 분도 ‘노래 참 잘한다’고 말해주실 정도로 들어주시는 분들의 폭을 넓혔고 얼굴도 알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엄청난 여파가 있다"고 말했다.
정엽은 멤버 나얼만 부각됐던 브라운아이드소울에서 솔로 가수로 급부상한 멤버다.
"사람들이 나얼만 물어보니 빨리 제 이름을 알려 모든 멤버들이 동등하단 걸 인식시키고 싶었어요. 겉으론 태연했지만 무작정 욕심이 많았죠. 일단 제가 잘 되자는 생각에 라디오 게스트부터 열심히 했어요. 조금씩 단계를 밟으니 멤버들이 보이더군요. 지난해 10월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첫 방송 때 멤버들이 출연했는데 울컥했어요. 최근 역시 솔로 음반을 낸 멤버 성훈이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할 때도 마음이 남달랐고요."
그는 이달 중순부터 2주간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2년간 단 하루도 마음 편히 못 쉰 탓이다.
그는 "아무것도 안 하고 대충 밥 먹고 혼자 가구점 가서 인테리어 소품 보며 보내고 싶지만 여행을 가야겠다는 의무감이 든다"며 "내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나에게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고 싶다. 미국 친척집에 가야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웃었다.
휴식을 다녀온 후 다음 달 24-25일 일산 킨텍스, 내년 1월 올림픽공원 체장에서 브라운아이드소울로 콘서트도 연다.
자신의 계획들을 나열한 그는 나른하고 느릿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음악하니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돈을 벌잖아요. 그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술과 음식을 먹고 그 감성을 다시 음악에 재투자하니까요. 하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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