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정말 좋아하고 닮고 싶어요. 연기도 잘하고 눈빛이 섹시하죠. 굉장히 매력있는 배우예요."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로 처음 주연 자리를 꿰찬 배우 송중기를 3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어떤 배우를 제일 좋아하냐는 질문에 그는 꽃미남 배우에서 깊이 있는 배우로 거듭난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꼽았다. 그가 지닌 특장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 당연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송중기의 인지도는 상당하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늘 가운데 자리는 아니었지만, 어디서든 유난히 빛이 났다. 타고난 곱상한 외모 덕이 크긴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원래 "승부욕이 강하다"는 그가 배우라는 일에 쏟고 있는 집중력은 TV와 스크린에서 서서히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KBS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조연 ‘구용하’로 스타덤에 오른 데 이어 최근 SBS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세종 이도의 젊었을 때 역할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에서 그는 첫 주연배우로서 연기를 마음껏 펼쳐보였다. ‘한국의 디캐프리오’가 되겠다는 꿈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벌써 주연을 맡다니 뿌듯하고 제 자신이 기특해요. 나름의 노력도 있었지만, 데뷔 이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엄친아’로 불릴 정도로 타고난 게 많아 뭇 남자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남들보다 뛰어난 점으로 ‘현실감각’과 ‘승부욕’을 꼽았다. ‘안 되겠다’ 싶으면 빨리 돌아서고, 일단 시작하면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기질이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쇼트트랙 선수로 뛰었고 국가대표 선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그만한 재능은 없다는 걸 깨닫고 깨끗이 포기했단다. 운동을 그만두고 나서는 공부를 시작했고 또 지기 싫어하는 마음에 열심히 하다보니 성적이 잘 나왔다.
"그렇게 좋아했던 쇼트트랙을 그만두고서 방황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나쁜 길로 빠지진 않았지만, 어린 마음에 그런 상처와 실망감을 공부로 풀었던 것 같아요. 승부욕 때문에 사실 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는데, 그게 공부가 막 좋아서 한 게 아니라 대학(성균관대 경영학부)에 들어가니까 자연스레 방향이 틀어지더군요."
"대학 때 끝내주게 재미있게 놀았다"는 그가 주로 논 곳은 대학 방송국 동아리방. 방송국에서 그는 아나운서를 했다. 그러다 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대학 2학년 때.
"어릴 때부터 막연히 배우의 꿈은 있었어요. 그래서 고3 때도 연극영화과를 쓸까 생각하기도 했죠. 그런데 확신이 없었죠. 어린 마음에 그냥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일까봐 걱정됐고 부모님도 그 성적으로 굳이 연극영화과를 쓸 필요가 있냐고 하셨죠. 그런데 진짜 먹고사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나이가 되니까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연기학원에 등록하고 보조출연자로 시작했죠."
그의 연기 경력에서 가장 두드러진 작품은 ‘성균관 스캔들’. 이전까지 주로 소녀 팬들이 대부분이었던 그에게 수많은 누나 팬들과 일본의 어머니 팬들까지 생겼다.
"메인 주인공이 아니고 비중이 적을 거란 것도 알았지만, ‘구용하’가 주는 필(feel)이 너무 좋아서 이건 꼭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작품이에요. 구용하 캐릭터는 되게 여성스럽고 예쁘장해도 극중 가장 마초같은 캐릭터거든요. 은근히 ‘색기’도 있고요. 그런 매력을 나이 많은 누나들이 좀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웃음)."
다시 1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가 또 사극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의 젊었을 때 역할로, 4회 분량에 출연했다.
"사실 다른 드라마의 주연 배역이 얘기되고 있었고, 주변에서 다들 ‘이제 주인공 할 수도 있는데, 4회 분량을 니가 왜 하냐’고 말렸죠. 그런데, 대본을 받고는 후루룩 몇 분 만에 다 읽을 정도로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드라마를 과감히 포기했죠. 내용이 굉장히 깊고 어려운 연기라 두렵긴 했지만, 이 4회 분량이 다른 드라마의 20부 주인공 역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4회 분량이 끝난 뒤에도 그는 최근 세종 이도의 자아 분열을 그리는 장면을 위해 한석규와 함께 한 장면을 더 찍었다.
"가장 아쉬웠던 게 한석규라는 대배우와 호흡을 맞출 수 없다는 거였는데, 작가님에게 이 장면에 대한 얘기를 듣고 정말 기뻤죠. 저로서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대배우와 함께한다는 게 그 어떤 여배우와 찍는 것보다 더 설레었어요. 촬영 전에 선배님이 ‘그동안 잘했다’고 칭찬해주실 때는 눈물이 맺혔어요."
그간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에서 많이 망가진 청년백수를 연기했다.
"백수 캐릭터지만, 지나치게 현실을 대변하거나 사회적인 면까지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어차피 로맨틱코미디고 상대역인 ‘홍실’이가 되게 정적이고 슬픈 캐릭터여서 나까지 그러면 안되겠다 싶었죠. 슬프지만 최대한 유쾌하게 풀려고 노력했어요."
그간 쌓아온 예쁘고 단정한 이미지가 깨지는 게 싫진 않았을까.
"비주얼이 예쁘게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라 헤어스타일이나 옷 다 포기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도전이죠. 사실 ‘엄친아’ 이미지를 굳이 깨고 싶진 않았지만, 이 나이 아니면 언제 도전하나 싶어서 망가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크진 않아요. 다양한 걸 보여준다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요."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저는 아직 어린 배우예요. 스물일곱이면 완전히 어리진 않지만, 남자배우로서는 굉장히 어린 나이라고 봅니다. 액션이나 누아르는 남자배우로서 욕심나긴 하지만,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저 이것저것 공부하고 시도해보고 맞는 게 뭔지, 안 맞는게 뭔지 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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