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면 많은 시간, 몇 날 며칠을 좌절해 있었을 것 같아요. 저였다면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배우 수애(31)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요즘 SBS TV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 이서연을 연기 중이다.
수애는 28일 경기 파주 드라마 세트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연이는 참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면서 "그런 강인한 면모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서연이와 제 상황이 다른 건, 서연이에게는 동생이 있다는 거죠. 누나로서의 책임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동생이 아니면 끝내버릴 수도 있는데’라는 대사도 있듯이…. 서연이의 그런 강인함을 닮고 싶어요. 저는 눈물이 많아서 울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때가 많거든요."
부모 없이 자랐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한 서연은 약혼자가 있는 남자 지형(김래원)과 거리낌 없이 연애를 할 만큼 당찬 면모를 지닌다.
이 때문에 지형과 이별하고 나서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나서도 좌절하기보다는 ‘괜찮다’는 자기 최면으로 난관에서 벗어나고자 애쓴다.
이서연으로 살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묻자 수애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너무 힘들다"고 한다.
"지금 이 나이에 기억을 잃어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드라마 끝나면 정말 많은 휴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수애는 극 초반 서연의 당당함을 강조하느라 ‘경직된 연기’를 한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서연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이후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연’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너무 감사하죠. 시청자 여러분의 질책과 격려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서연이라는 캐릭터가 아프지만 꿋꿋한 캐릭터라고 생각해 초반에 캐릭터를 잡을 때 굳이 우울하게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경직된) 모습이 보인 것 같은데…. 그만큼 저희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두고 계신 거라 생각했습니다."
수애는 "연기하는 동안은 내가 서연이고 서연이가 내가 되는 거라 자신감을 갖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불안해하고 떨려 하면서, 그렇게 매 순간 노력 또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수현 작가의 평가는 어떤지 묻자 "격려를 많이 해 주신다"고 소개했다.
"촬영 전에 격려를 많이 해 주셨어요. 대사량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고 부담감도 있었는데 격려를 많이 해 주셨죠. 어제도 선생님 문자가 왔는데 ‘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천일의 약속’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청순가련형’ 이미지가 강했다는 이야기에는 "제가 맡은 배역이 청순가련형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제가 매번 인터뷰를 할 때마다 강조하는 게 (극 중 캐릭터가) ‘강인한 여성’이라는 거에요. 내면에 강인함이 있다는 거죠. 서연이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저는 매번 제가 해 보지 못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제 안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해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모습을 시청자 여러분께 보여 드릴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천일의 약속’에서 발견한 수애의 ‘새로운 모습’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매 순간인 것 같아요. 1회에서 지형이에게 감정 표현을 할 때도 그렇고 알츠하이머라는 걸 알고 난 뒤 ‘(단어를 기억하지 못했던) 형광펜, 가위’라고 절규하는 장면도 그렇고…. 평생 살면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은 일들이라서요."
그는 "지형과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중 애교를 부리는 걸 찍을 때는 너무 어려워서 대본에 선물 받은 네 잎 클로버를 꽂아두기도 했다"며 웃은 뒤 "스트레스도 받지만 재밌게 촬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극 초반 나온 김래원과의 파격적인 러브신에 대해서는 "친하지 않았을 때 찍어 오히려 덜 어색했던 것 같다"고 한다.
"어려운 신(scene)이었어요. 제가 주도하는 신이었는데 래원씨가 옆에서 많이 도와줬죠. 찍고 나니 친했으면 더 어색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웃음)"
알츠하이머 환자 연기를 위해 비슷한 설정의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참고했느냐는 질문에는 "(여주인공이) 같은 병을 앓고 있긴 하지만 설정이 많이 다르다"며 "대본에 충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제일 많이 참고하는 건 대본이에요.(웃음) 그리고 가장 많이 의지하는 건 함께 하는 배우들이죠. 이상우 씨가 사촌 오빠로 나오는데 호흡이 잘 맞아서 그런 건지 참 애틋하고 애절하게 느껴져요. 지형이에게 하지 못했던 속 얘기를 재민 오빠한테는 할 수 있기 때문일까요."
수애는 최근 극 중 캐릭터에 맞지 않게 명품 의상을 협찬받았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저희 스태프에 부탁한 게 제가 맡은 캐릭터에 몰두할 수 있도록 되도록 명품은 자제해달라는 거였거든요. 제가 들고 다닌 가방과 시계, 신발 모두 내셔널(국내) 브랜드인 걸로 알고 있고요. 딱 하나가 명품인데 사실은 소품 중에 제일 무난해 보이는 걸 고른다는 게…. 어쨌든 앞으로는 이런 논란이 없도록 더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수애의 ‘천일의 약속’은 매주 월ㆍ화요일 밤 9시55분에 방송된다.
(파주=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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