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가 아니라 원래 있었던 자리로 돌려놓는 겁니다. 전액 기부한다는 전제로 책을 펴냈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 점을 생각하고 사셨을 듯해요."
김제동은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이 팔릴 줄 알았으면 전액이란 말은 안했을 텐데"라며 농담도 잊지 않았다.
김제동은 27일 인터뷰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인세 7천만원을 자신이 만든 ‘환상의 짝궁’ 기금으로 써달라며 아름다운재단에 전달했다.
이날 오후 종로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앞으로 여러가지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을 계속 해가겠다"며 나눔활동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김제동은 작년 7월 MBC ‘환상의 짝궁’에서 하차하며 6천만원으로 프로그램 이름을 딴 ‘환상의 짝꿍’ 기금을 만들어 어린이들을 위한 캠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진행되는 이 사업은 저소득가정 어린이들에게 문화 체험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초 1차 캠프가 진행됐다.
김제동이 이날 전달한 금액은 아름다운재단 인세 기부액 중 가장 많다. 김제동은 앞으로 나올 인터뷰집 후속 시리즈의 인세도 기부할 뜻을 밝혔다.
"같이 기부에 동참하고 책을 사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사실 오늘 일은 인터뷰를 허락해주고 책에 실리게 해주신 분들이 하신 겁니다. 재단은 인세 정산이 계속 될 테니까 알아서 돈 가지고 가세요.(웃음)"
그의 궁극적인 꿈은 대안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숨결학교’라는 이름도 미리 지어놓았다.
"아이들을 위한 캠프를 해보고 아이들이 언제 가장 즐거워하는가, 언제 가장 자유로워하는가를 보고 난 뒤 제대로 된 숨결학교 1호를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목숨을 버릴 정도까지 몰아부친다는 것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이들을 진짜 행복하게 만드는 게 뭔지 고민할 시점이 된 거 같아요."
언제부터인가 방송인이란 단어로 그를 설명하기는 부족해졌다.
청년층을 위한 무료 공연 강사로, 구호단체 활동가로 종횡무진하는 그를 보면 소외된 이들을 위하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가 꼽은 나눔활동의 원동력은 미안함이다.
"제 미안함을 덜어내려는 자위가 제일 커요. 제가 이뤄놓은 것들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도운 겁니다. 우리는 늘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한 곳에서 과잉이 일어나면 반드시 반대편에는 결핍이 있다고 봐요. 저는 부가 편중돼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솔직히 저한테는 더 편중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웃음) 그런 욕심이 과해지면 독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이런 일들을 하면서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것 같아요."
그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해서 함께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3천만원 이상 넘어가는 돈은 반드시 알리고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반값 등록금 요구 시위에 동참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식에 참여하는 그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김제동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문제가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때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 비난을 감수할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연예인은 시민이 가지고 있는 직업입니다. 시민이 직업인 사람은 없어요. 연예인이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하는 분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되 그분들 마음대로 살지는 않을 겁니다. 제 인생이니까요. 저는 다만 (시민으로서) 상식과 몰상식의 차원에서 그런 일에 참여하는 겁니다. 등록금 시위에 참여한 이유는 학생들의 요구가 상식적이기 때문이죠. 제발 공부 좀 하게 해달라고 하는건데."
그는 "오히려 연예인이니까 그런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소득기준으로 봤을 때 소위 상위 1%에 들겠죠. 어떤 이들은 위선이 아니냐고 해요. 그렇지만 내꺼 가지고 잘 먹고 잘 살면 아무 소리 안 하는 게 더 나쁜 것 아닌가요. 1% 임에도 99%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고자 노력하는 걸 가식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 연예인이고 사회자라 제가 말하면 어찌됐든 전달이 돼요. 그런데 힘없는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말할 기회가 없어요. 저는 그런 분들께 마이크를 대드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자로 알려진 그는 "박원순 변호사를 좋아한다"며 "그렇지만 당선이 됐으면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한다. 시장도 시민과 토론하고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심스런 당부를 했다.
선거운동 당시 박원순 후보의 멘토단 가입을 거부한 것에 대해 "내가 무슨 멘토를 하겠냐며 못한다고 했다"며 "그러니까 오히려 내 의견을 더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09년 KBS ‘도전! 골든벨’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하면서 방송 퇴출 논란에 휩싸였던 그는 방송활동이 뜸한 사이 토크 콘서트를 통해 대중들과 직접 만났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방송감각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인해 방송활동에 제약을 받는 연예인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된다.
그는 방송퇴출 문제와 관련, "지금은 전혀 안 그런다.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방송국이) 쪼잖하지 않나"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풍자는 풍자로, 비판은 비판으로,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치적 성향을 갖고 지지하는 사람을 갖는 게 뭐가 그렇게 큰 죄인지 모르겠어요."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은 그에게 단순한 연예인이 아닌, 사회활동가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는 "자꾸 그렇게 되니 코미디를 못하게 된다. 자꾸 시사 프로에서만 연락이 온다"며 농 섞인 투정을 부렸다.
"’나는 꼼수다’에서조차 색깔이 확실하다면서 거부당했어요. 저를 보면 희한하게 뭔가 떠오르나봐요.(웃음) 물론 그럴 수 있어요. 그렇지만 누구를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고는 권리잖아요. 상대 권리가 침해되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 내 권리가 침해당할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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