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인 마라톤 클럽의 제3기 8주간의 마라톤 교실에 참가한 적이 있다.
두 달 전 버크 레이크 공원에서 시작된 마라톤 교실에 편한 옷차림으로 도착을 하니 40여 명의 지원자들이 모였다.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 긴장한 얼굴들이었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 마라토너들, 엄마 손에 이끌려 나온 학생들, 나름 달리기를 하여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은 젊은이들, 평생 운동을 안한 남편을 위해 같이 지원한 막강한 부인, 자신의 지구력을 키워 보고 싶어서 도전하는 사람들, 이렇듯 여러 가지 이유로 마라톤 교실은 시작되었다.
첫째 주는 마라톤을 위한 달리기에 관한 기초교육으로 옷, 양말, 신발 등 간단하지만 중요한 준비물과 호흡법, 몸의 자세, 팔의 각도, 시선 처리 등 생각보다 까다로운 것이었다. 자세가 나쁘면 잘 달릴 수 없고, 호흡법을 잘못 익히면 오래달릴 수 없고, 팔을 많이 흔들면 피로감이 쌓이고, 앞을 잘 보고 달려야 부상이 없다. 쉽게 보았던 달리기,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올 바르게 배우고 시작 하여야 평생을 건강하게 달릴 수 있다.” “내 몸에 맞게 달리고, 달리다 힘들면 참고 달리지 말고 쉬었다 다시 달리고, 큰 욕심을 내지 말라는 말”로 첫 날은 가볍게 1마일을 달리기로 하였다.
마라톤의 시작은 준비운동이다. 관절을 풀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가볍게 한 후 3개조(왕초보, 운동 조금, 마라톤 도전)로 나누어 달리기 교실이 시작되었다. 운동 조금인 우리 조는 부부, 엄마와 아들, 목사님, 50대 3인방, 그 중에 내가 포함되어 여덟 명의 선수로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나는 평소 걷기와 에어로빅을 하여 자신감을 갖고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후에 산산이 부서졌다. 달리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니 숨이 차기 시작하였다. 몰아 쉬는 호흡으로 중간에 쉬고 싶지만 ‘새로운 도전이다’라고 생각하며 1마일을 천천히 달렸다. 돌아오는 1마일은 열과 땀을 식히며 또 천천히 달렸다. 왕복 2마일을 처음 뛰고 쓰러질 것 같았다. 드디어 마라톤 교실에 입문을 한 것이다.
잠시 후에 평정을 찾은 내 몸은 밝은 기운이 솟으며, 2마일을 달렸다는 자신감에 피로감이 사라지며 기분이 상쾌해졌다. 한 번 달리고 달리기의 매력에 빠졌다. 매주 달리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마라톤이라는 종목에 새로운 자신감도 생기고, 황영조, 이봉주 선수들이 다르게 보였다.
다른 운동에 대한 호기심, 종목마다의 특성과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해야 하며, 꾸준히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간단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호흡도 열리고, 속도도 생기고, 드디어 6주째 4.7마일인 버크 레이크를 여덟 명 모두가 완주하며 서로를 칭찬하였다. 칭찬에는 고래도 춤추 듯이 마라톤 선수가 된 기분이었다.
뛰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기분을 모를 것이라며 서로를 칭찬하기에 조금도 인색함이 없었다. 한 바퀴를 돌고 호흡도 정상으로 빨리 오고, 흠뻑 젖은 땀은 몸을 가볍게 하며 자신감을 갖게 했다.
8주차 마치며 마라톤 교실 종강과 달리기 시합을 했다. 경기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가쁜 숨과 비오듯 쏟아지는 땀방울, 가슴으로 결승선에 골인을 하니, 8주 만에 고치 속 나방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28명 모두가 완주한 4.7마일의 레이스는 땀과 즐거움,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가득 찼다. 메달을 받으며 힘든 일이 생겨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아름다운 도전은 삶에 원동력이 될 것이다.
초여름에 시작한 우리의 도전은 토요 마라톤 클럽으로 결실을 맺어 매주 오전 7시 버크 레이크 공원에서 26.4 마일에 도전한다. 나방을 나비로 만들어 주신 워싱턴 한인 마라톤 클럽회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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