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커다란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이 갖는 장점을 요약해 보면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잃어버렸던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들의 가정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무관심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온 어머니의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엄마 그리고 그를 찾는 과정을 통해서 역시 상실해 버린 가족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졌다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엄마’라는 존재를 통하여 가족의 소중함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근원과 인간의 원천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엄마를 부탁해’의 열풍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열광’(?) 하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 필자의 진정한 의도와는 달리 이 소설로 인해서 가정에서의 엄마의 가치와 존재를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빠나 자식들의 의미 역시 구체적이고 의식적인 이해의 과정 없이 너무 고백적인 감정이 앞서지 말아야 한다.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각 가족 구성원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와 고백 그리고 상대방의 용서 없는 회개는 깊이 뿌리 막히지 못한 나무와도 같은 것이다.
버지니아를 방문한 신경숙씨가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엄마 역할을 엄마에게만 맡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엄마 역할을 해주는 인간관계의 회복을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공감한다면 작가로서의 보람이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가정은 엄마 혼자 이루어가는 공동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덧붙여 한 가정에 엄마의 역할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각 구성원들이 아빠, 딸, 아들, 형, 누나와 동생 등의 각각의 역할을 또한 건강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한 가정에서 모두가 다 엄마 혹은 아빠와 같은 돌보는 역할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때로는 문제아도 있을 수 있다.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는 여지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가정 안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사랑과 이해로 품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늘 가정이 평안해야 하고 서로 사랑해야 하고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러한 생각 자체가 가정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바로 이러한 역동적인 가정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 한인 이민사회에 유익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와 인간 존재의 실존을, 특히 이민가정으로서의 독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남편과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생각하는 시간들을 갖는 데서 그치지 말고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 가족이 건강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실천적으로 찾아보기를 권한다. 그러나, 완벽한 가정이나 시끄러움이 없는 가정을 만들려는 시도는 오히려 실망과 좌절과 불만을 낳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끝으로 신경숙 작가의 소설의 핵심 모티브가 ‘엄마’라면 그것은 작가의 고유한 경험과 깨우침에서 나온 것이다. 엄마에 대해서 그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한 사람에게는, 엄마라는 단어는 상처와 아픔과 분노와 복수를 떠올릴 수 있다. 아예 엄마라는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도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는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빠 혹은 아들 혹은 딸이라는 말을 통해서 신경숙씨가 표출하고자 했었던 따뜻함과는 영 거리가 먼 이야기들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엄마의 실종에 대한 답이 없지만, 우리 한인 이민가정에서 이러한 귀한 책과의 만남을 통해 가족을 찾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을 부탁해’라고 불러도 큰 하자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