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학창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누가 무어라고 해도 시간 관리일 것이다. 시간 관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배워야 하고 중학교 때까지도 자리를 잡아 주지 않으면 이미 늦은 감이 들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기에 컴퓨터 앞에 앉아 공부 대신 비디오게임을 오래 한다든지 책을 펴 놓은 채로 핸드폰을 갖고 문자 메시지를 쉬지 않고 주고받는 자녀들의 모습을 볼 때면 속이 답답해 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면 시간관리 못지 않게 돈 관리도 중요하다. 시간 관리는 어렸을 때부터 그래도 부모님으로부터 어느 정도 잔소리를 들어가면서 훈련을 받을 수가 있는데 돈 관리에 대한 훈련은 꼭 그렇지 않다.
물론 대학교에 가기 전까지 부모님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일정한 용돈을 받든지 아니면 파트타임으로 일해 스스로 자기 용돈을 마련하면서 돈 관리의 훈련을 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집을 떠나 혼자 기숙사나 아파트에서 살면서 예전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의 용돈이나 생활비를 혼자 관리하는 경우, 갑자기 커져버린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고 실수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도 대학교 때 돈 관리를 잘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내가 다니던 대학은 학부생들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조건 졸업할 때까지 기숙사에서 살고, 기숙사 식당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먹고 자는 문제에 관해선 돈 관리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그 외의 경비를 위한 돈 관리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학기 초에 부모님으로부터 책값, 교통비, 간식비와 그 외의 필요한 용돈을 한꺼번에 받았다.
우선 수업에 필요한 책부터 모두 구입한 후 나머지 돈을 학기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일주일에 평균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해놓았는데 이상하게도 이 계산을 거의 매주 다시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한 주에 평균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액수가 줄어드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그러다가 학기가 거의 끝나갈 때면 세탁을 위해 필요한 동전까지 세어가며 전전긍긍 버텨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러한 일은 대학 졸업할 때까지 매 학기 반복되었다.
다행히도 난 기숙사 식당에서 하루 세끼를 먹을 수 있었기에 굶을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일주일 꼬박 세끼를 모두 먹을 수 있는 밀플랜 외의 다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 중엔 학기말이 되면 굶거나 대충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일주일에 10끼나 14끼 정도만 학교 식당에서 해결하는 조금 저렴한 밀플랜을 선택하고 대신 그 돈으로 나머지 끼니는 자유롭게 기숙사 식당 아닌 곳에서 식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돈 관리가 제대로 안되니 학기말이 되면 돈이 다 떨어져 기숙사 식당에서 먹는 때를 제외하고선 식사 해결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라면만으로 몇 주씩 버티거나 아니면 기숙사 식당에서 음식을 훔쳐 갖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이러한 달갑지 않은 경험을 한 번 했으면 그 다음에는 그렇지 않도록 돈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텐데 다음 학기가 되면 마찬가지 현상이 그대로 다시 반복이 되고 그런 상황이 졸업할 때까지 지속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궁할 때 부모님께 연락해 도움을 청할 수도 있겠으나, 미안하거나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부모님 사정도 여유가 있지 않겠다 싶어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대학 3학년이 된 내 둘째 아들 녀석이 이번에도 한 주에 21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밀플랜 대신 조금 저렴한 다른 플랜을 들었다고 한다. 밀플랜에서 아낀 돈으로 나머지 끼니를 기숙사 식당 밖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글쎄 돈 관리를 학기말까지 책임있게 잘 해서 제대로 꾸려갈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든다.
내가 옛날에 주위에서 종종 보았던 친구들처럼 학기말엔 라면만으로 식사를 때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녀석도 돈 관리 훈련을 제대로 받았던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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