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 선거 역사를 돌이켜 본다면 대세론은 대개 허망한 결과를 가져왔다. 과거의 대세론과 비슷한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 미주동포사회에도 등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 여론조사는 적중률이 매우 낮았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는 정치적인 표현을 했다가 나중에 피해를 당한 사례가 많았다. 미네르바 같이 인터넷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논객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 채 구속되지 않았던가? 국민들은 여론조사보다는 투표를 통해서 직접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여론조사와 투표결과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여론조사에 나타난 박근혜 지지율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아직은 야권에서 박근혜에 대항할만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다. 야권 후보가 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야권 단일후보가 등장한다면 여야 두 후보는 박빙의 경쟁구도로 갈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지금부터 계산해도 1년 3개월이 남았다. 역동적인 한국의 정치현실을 고려한다면 길고도 긴 이 기간 동안 수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벌써 지난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 이후 30%를 넘게 달리던 박근혜에 대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지 않았던가? 박근혜 대세론은 ‘대세’라기보다는 그만큼 유동적인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는 ‘복지’‘평화’‘민주주의와 정의’ 등이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빈부격차는 더욱 커져서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도 망가졌다. 또한 집회나 표현의 자유와 같은 상식적인 국민의 기본권도 침해당하고 있다. 이런 이슈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도 대략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미리부터 복지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또 미국 학술지인 ‘포린 어페어(Foreign Affair)’ 9, 10월호에 글을 기고하여 대북정책을 수정할 의사를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는 누가 뭐래도 과거지향적인 인물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를 선거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선거운동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박 전대표가‘복지’‘평화’‘민주주의와 정의’와 같은 이슈들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 나가기에 벅차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지층을 뛰어넘어 표를 확장할 것이라는 점도 희망사항에 가깝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은 경제 살리기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다른 모든 잘못을 덮어주는 표심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집권을 거치면서 민심은 달라졌다. 경제 살리기 때문에 70년대식 리더십을 인정했던 어제의 국민들이 아닌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민심을 읽지 못하고 보수 아이콘이 되어서 보수표를 결집하는 데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나라당에는 중간층의 유권자에게 매력적인 포용력, 합리성, 도덕성이 모두 부족한데 이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서 배운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결과만 중요시하는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런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중간층 공략에 박근혜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세론을 말한다면 그것은 ‘분석과 전망’은 아니다. ‘희망사항’ 아니면 ‘선거운동’일 뿐이다. 미주동포사회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건실하게 치러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년선거는 미주동포사회가 참정권을 가지고 참여하는 첫 번째 대통령 선거이다. 서울의 온갖 정치세력들이 미주동포사회에 기웃거리고 있어서 가뜩이나 이를 염려하는 동포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대세론 유포보다는 동포사회의 성숙한 정치능력을 키워서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치를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김창수
사람사는 세상
위싱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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