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 보면 3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옛날이어서 그랬었는지 학생들이 졸업을 할 때쯤이면 학과 교수들에게 선물을 주던 때가 있었다. 그 해 졸업생들은 노란색의 타원형 탁상시계를 선물로 주었다.
아주 예쁘고 고급스러워서 서재를 장식하기에 딱 좋은 선물이기도 했다. 그 탁상시계를 아이들 앞에서 자랑하고 있는데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들이 “아빠, 이 시계를 뜯어보고 싶어요. 시계가 어떻게 가는지 보고 싶어서요” 하는 것이었다.
아들의 말을 듣고 난 후에 나의 대답은 당연히 “안 된다”였다. 무엇이던지 귀하던 시절이라 내가 선물로 받아 온 고급스런 탁상시계를 써보지도 못하고 ‘뜯어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또 뜯는 다면 당연히 그 시계는 못쓰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대답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옆에서 부자간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내의 표정은 “분명히 아들 편”이었다. 시계가 아깝고 귀하기는 해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교육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아내가 무슨 말을 할듯할듯 하다가는 아빠의 체면을 생각해서인지 “그래, 아빠 말씀을 들어라. 그 시계는 누나들이 선물한 것이니까” 하고 아들을 달래주어 사태를 마무리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사태는 마무리 되었으나 내 마음은 불편했고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생활인으로서 아빠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호기심도 중요하지만 그 좋은 시계를 분해해 보다가 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에 거절을 하기는 했으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니올시다’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가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늘 강조한 대목이 바로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창의력’이었고 ‘아이들의 호기심’은 이를 기르는 첫 단계라고 주장하면서 ‘가정과 학교’가 아이들의 창의력 개발을 가로 막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라는 비판에 앞장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쉴 사이 없이 뛰어다니고 놀면서 실수도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보려고 끊임없이 도전하던 어린 아이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잠재되어 있는 재능은 가차 없이 억눌림을 당하고 창의성과는 점차 멀어져 간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책걸상에 몸을 구겨 넣고 ‘교과서와 참고서’에 매달려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도 똑같이 듣고 외워가면서 ‘내일’의 대학입시를 위해서 침묵을 지켜야만 한다.
이러한 교육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은 짓밟히고 얌전하고 말 잘 듣는 로봇(Robot)으로 성장해 가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가정교육의 전형이요 교육시스템인 것이다. 미루어 짐작컨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한국의 학부모들이 온갖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자녀들을 선진국으로 조기유학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이제 세상은 변했다. 이제는 남들보다 공부 좀 잘한다거나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한 개인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에 더해지는 창의력이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표현 그리고 남다른 관점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덕목인 세상이다. 이를 위해서 ‘미래의 주인공’을 가르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독서를 하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동화책이나 만화책 등을 읽는 것은 창의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부모나 교사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 주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창의력은 아이들의 튀는 아이디어나 엉뚱한 생각 등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몰아 부치는 교육환경에서는 기를 펼 수가 없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 부정확함의 원인을 알고 싶어 하는 동기에서 그리고 원리에 대한 이해의 깊이에서 나오는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응용을 통해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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