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온통 초록으로 모든 것들이 한껏 푸른 초목을 이루며 환희에 젖어있는 듯한 8월의 첫 주말, 지인의 초대로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 테라스 극장에서 열린 ‘수지 김 추모 음악회’에 다녀왔다.
클래식, 성가, 가곡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꾸며진 음악회는 내 가슴에 많은 은혜와 감동을 전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음악은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듯했고 애잔함이 묻어났다. 또한 척박한 이민의 삶의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치유의 공연임을 느꼈다.
음악에 문외한인 나는 첫무대 막을 올린 박지혜 양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바이올린 연주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 양은 “추모 공연은 하나님이 주신 재능으로 수지 김 영혼을 위로하고 가족, 객석(청중)을 뜨겁고 즐겁게 하기 위해 많은 곡을 준비를 했다”고 한다.
수지 김 추모 음악회는 어느덧 10회째를 맞이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수지 김 어머니 비비안 김 회장이 딸을 추모하며 시작한 음악회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김 회장은 딸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후 몇 달을 식음을 전폐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님이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위해 치유 음악으로 추모하라는 하나님의 미세한 음성을 듣고 음악회를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인간의 가슴속에는 수많은 교향곡이 있다. 모성애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아가페 사랑이다. 여러 사람의 후원금과 음악회 수익금 전액은 존스홉킨스 암 센터 연구기금으로 전하고 음악을 전공하는 재능 있는 음악가에게는 장학금을 주어 격려했다.
어머니는 일생에 두 번 탯줄을 자른다고 한다. 자식이 출생할 때 자르고 성년이 되어 결혼하고 혹은 세상을 먼저 떠난 자식에게 마음의 탯줄을 자른다고 한다. 가족은 중력(重力)이다. 중력은 매순간 인식(認識)하지 않지만 중력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그래서 부부 사별(死別)은 머리에 묻지만 앞서 보낸 자식은 평생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모든 예술인의 힘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절대자인 신의 도움을 받는다. 두 귀가 먼 절망 속에서도 베토벤은 위대한 교향곡을 만들지 않았는가. 숱한 역경 속에서 아름다운 삶을 꽃피우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원대한 꿈을 이루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준다. 그래서 아름다운 꿈을 가진 사람은 오늘의 좌절과 절망이 문제되지 않는다.
한 주 전에는 김바울 목사님이 인도한 러시아 선교 합창단의 공연을 감상했다. 김 목사님은 러시아에 선교를 하러 가서 한마디도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역경 속에서도 음악으로는 통하는 젊은 청소년에게 찬양, 한국민요, 가요들을 한국말로 가르쳐 지금은 세계적으로 다니며 찬양사역을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은혜와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음악은 정신과 육체적으로 지친 영혼을 치료한다. 세계적인 흑인 소프라노 마리아 앤더슨이 1939년 부활주일 워싱턴 링컨 공원에서 무료 독창회를 가질 때 거의 7만 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의회 강당에서 가지려고 했으나 흑인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음악회 이후 앤더슨은 “차별과 고통은 처음에는 좌절을 주지만 나는 음악을 통해 나를 강하게 하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슴에 와 닿는 좋은 음악으로 한여름 밤을 시원하게 해준 워싱턴 메트로폴리탄여성합창단(MWC), 온몸과 마음을 열정적이고 감동적인 독주로 보여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양, 피아니스트 고은애, 최윤자, 소프라노 조이스 진, 홍순영 등과 특별히 10년 동안 이 행사를 위해 애쓰신 비비안 김 회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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