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져스틴 <메이플우드 음악학원 원장>
청바지! 생맥주! 통기타 ! 이렇게 세 단어만 이야기해도 금방 우리 세대들은 떠올리는 말이 있다. 70년대, 80년대 세대를 의미하는 이미 일반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7080` 이다. 당시에는 젊음의 상징이었던 저 단어들이 지금 젊은 친구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지금도 청바지는 젊은이들이 즐겨 입지만 완전한 `주류`였던 생맥주는 소주 시장에 밀린듯 하고 통기타 포크 뮤직은 주류 시장을 80년대 말 발라드를 시작으로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H.O.T등을 중심으로 아이돌 음악에 완전히 밀려 사랑방에서나 잠자는 그런 음악인듯 했
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포크음악 또는 7080시대의 음악들이 유행이 되는 사건이 있었다. 가깝게는 올초 큰 반향을 일으킨 `세시봉 친구들` 그리고 멀게는 90년대 말 소위 `미사리 카페촌`이라 불리던 라이브 카페의 유행 등이다.
미사리 카페 촌은 올림픽대로를 타고 압구정 잠실 그리고 천호대교를 지나면 미사리 조정 경기장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압구정동에서 불과 15분 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요인이 아마도 이곳이 활성화되는 큰 이유였을 것이다. 게다가 바로 앞에는 팔당 대교를 막 지나온 한강이 또한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었다. 원래 이 미사리는 횟집과 민물 장어를 파는 식당 등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90년대 말 소박한 공간의 라이브 카페들이 자리 잡으며 형성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에꼴드 파리, 해적, 준비된 만남을 위하여, 쉘부르 그리고 바로 옆에 박강성이 출연하던 벤허 그 뒤쪽에 전 영화 감독 진유영이 하는 카페 인간 시장 등이 전부였다.
초창기 미사리에서 활동하던 가수로는 떠나지마를 부른 전원석, 걸어서 하늘까지의 장현철, 한승기 그리고 명동 쉘부르의 예전 멤버들인 채은옥, 강은철, 유익종, 남궁옥분 그리고 포크 락으로 전향한 무정블루스의 강승모 등이 출연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출연진은 언더 그라운드라고 불리우는 히트곡 없는 무명 통기타 가수들이었다. 나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가끔식 어떤 분들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내려오는 내게 물어보는 말이 있다. 저 ``혹시 말이죠? 가수이신가요? `` 허걱 하하…무슨 뜻인지 처음엔 당황 했지만 이말은 ``히트곡이 있으세요?``의 정중한 표현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그곳에서 활동하던 언더 그라운드의 가수들은 이 미사리 카페촌에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히트곡이 있는 진짜 가수(?)들은 출연료가 우리에 비해서 두배 많게는 10배에 달했기 때문에 수지타산을 맞추는데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사실 이 언더 그라운드 가수들이 미사리 카페촌의 진정한 개국공신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미사리에는 일종의 로컬 룰이 있었다. 언더 그라운드 가수들은 바로 옆집에도 출연 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나 같은 경우 쉘부르에 출연 하면서 불과 30미터 거리에 있는 바로 옆집 벤허에도 출연 했다. 일종의 특혜일수도 있지만 사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무명가수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인력부족 현상이었다.
이곳 미사리 카페촌 동네는 원래가 그린벨트 지역에 묶여 있는 곳이라서 건물들이 30평을 넘을수 없었다. 아마도 미사리 쉘부르를 가본 분들은 예전 시골 다방같이 소박한 인테리어에 중앙도 아닌 모서리에 조그만 무대를 만들어 놓고 남궁옥분, 유익종 등 쟁쟁한 가수들이 출연한다는 게 좀 의아 했을 것이다. 이 쉘부르 건물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한층당 15평을 넘을 수 없었다. 15평 밖에 안되는 쉘부르였던 것이다. 후에 이 쉘부르 사장 유창만은 공간에 대한 열망 때문인지 다른 곳에 60평짜리를 하나 더 인수했다. 그런데 옆집 박강성의 벤허는 처음부터 60평이었다. 단층건물 두개를 합해서 만든 기발한
아이디어였지만 그건 불법 개조(?)였다.
이렇게 히트곡 가수와 언더 그라운드 가수들의 조화 속에 소박한 미사리가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으로 라이브 카페가 퍼져 나갔다. 이때부터 7080이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 되기 시작한 것이다. 배철수가 진행하는 ‘콘서트 7080’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지금은 마치 고유명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7080이란 단어는 미사리 카페촌이 히트시킨 단어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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