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밑에 살고 있는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특성과 생각 그리고 습관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특성이라고도 하고 개성이라고도 하는데 실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은연중에 습득된 행동들이다. 동일한 시대에 함께 살아가고는 있지만 각자가 속해 있는 문화권이 다르고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 다르고 이야기의 주제가 다르고 행동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의 가정에서도 당연히 그러한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 차이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가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버지의 문화가 다르고 아들의 문화가 다르다. 아버지는 아들의 문화가 눈에 거슬리고 이해가 안 될 때가 있고 아들은 아버지의 문화를 이해할 수도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일도 쉽지가 않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가정의 행복지수를 결정해 준다.
아버지의 몸은 지금 미국 땅에 있으나 그 삶은 한국적 문화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어가 그렇고 생활습관이 그렇다. 아이들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통제하려 들고 받아 주려하기 보다는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주려고 야단을 치는 일에 더 익숙하다. 스스로 하도록 격려하고 배려해 주기보다는 대신 해 주면서 아버지로서의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반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말을 걸어오면서 아버지를 ‘You’라고 지칭할 때 깜짝 놀란다. 그러나 그것은 문화적 충격의 시작일 뿐이다.
아들의 몸은 미국 땅에서 이 나라의 문화 속에서 숨 쉬고 자라나고 있다. 보고 듣는 것이 그렇고 언어가 그러하며 교육이 그렇다. “아동중심주의 교육철학”이 싹튼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은 몸은 한국 사람이지만 말과 행동은 물론 생각하는 방법이나 생활습관, 태도, 가치관까지 미국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이러한 변화와는 상관없이 가장이라는 권위를 내세우며 자신이 가정을 지키는 울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자기의 감독과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믿고 또 그렇게 행동을 하고 있다. 아들은 이러한 아버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울타리는 나를 가두어 놓고 있는 두꺼운 벽이라는 생각 때문에 부자(父子)간의 정서적 간격은 넓어지고 그 사이에는 갈등의 싹이 트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아버지와 아들간의 사고와 행동의 차이는 인류학자 보아스(Boas)의 말처럼 문화적인 것이지 결코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다. 인류학적 개념에서 볼 때 문화는 교양과 이성을 뛰어넘어 모든 행위의 총체를 가리키는 개념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그것이 갈등의 골까지 해소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살다보면 알게 돼”라고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의 문화를 알게 되고 아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쯤이면 한씨외전(韓氏外傳)에 나오는 고어(皐魚) 한탄처럼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子慾養而親不待)”.
이럴 때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세대 간 교육 기회의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평생교육 차원에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를 위한 사회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새로운 문화권에서 살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문화적 차이는 물론 세대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교육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젊은이들에게는 부모 세대가 향유(享有)해 온 문화의 특성, 민족적 정체성, 가치관 등에 대한 교육과 함께 부모세대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관련 자료를 제공해 주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들도 머지않아 부모세대가 겪었던 그 문화적 차이, 가치관의 차이 그리고 세대 간의 차이를 경험하게 되는 통과의례를 치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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