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주간지 타임 매거진 표지에 나의 눈을 확 끄는 기사가 실렸다. 가사 전쟁이라는 제목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남자와 여자가 이제 같은 분량의 일을 하니 더 이상 싸우지 말고 평화를 맺으라고 적혀 있었다. 남녀 사이의 가사분담에 관해서는 평균적으로 여자가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통상적인 생각이기에 관심을 갖고 해당 기사를 자세히 읽어 보았는데 뜻밖의 통계자료를 접할 수가 있었다.
최근에 발표된 2010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가 일하는 모든 시간, 즉 직장일과 가사를 합친 시간을 비교해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하루 평균 8분을 더 일한다는 것이다. 물론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 경우에는 여자가 하루 평균 남자보다 20분 더 일한다고 한다. 여기서 일이라 함은 직장일과 가사 그리고 자녀들을 보살피는데 소요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해당 기사에서 특히 나의 관심을 끈 부분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통계다. 직장일과 가정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에 60%의 남자가 힘들어 한다고 대답한 반면 여자의 경우에는 47%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여자들이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남자들 가운데 가정의 재정문제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가정과 자녀들을 돌보는 책임에도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느끼는 비율도 같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심리적 중압감을 느끼는 남자의 비율이 여자들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이 기사에서 접한 흥미로운 통계를 몇 가지 더 소개하자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자가 자녀들을 돌보는데 사용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53분인데 비해 여자들이 자녀를 돌보는데 들어간 시간은 그보다 단지 17분 더 많은 1시간 10분 정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자녀문제 때문에 시간조정이 필요할 때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고용주로부터 훨씬 더 관대한 반응을 얻는다고 한다. 그만큼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자녀들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오히려 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의외의 통계를 접하면서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나의 법률사무실을 다녀갔던 많은 한인 부부들이 생각났다. 물론 요즈음 한국에도 맞벌이 부부가 많이 증가하고 있고 그러기에 가사도 부부가 분담해 하는 경우가 갈수록 더 늘고 있으나, 미국 한인사회에는 아직까지도 이런 미국사회의 평균적인 모습과 달리 불공평한 가사분담에서 비롯된 부부갈등이 부지기수로 많다. 전업주부로 살다가 미국에 이민와서 가사와 직장일을 병행하게 된 여자들도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힘들어 하고, 한국에서 주로 직장일만 하다가 이제 미국에 와서 가사와 자녀들 돌보는 일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남자들 역시 문화적 충격에 정신적 혼란을 겪는다.
따라서 서로 이해하고 힘든 부분은 대화를 통해 진솔하게 나누며 사소한 일엔 부부간에 서로 좀 더 너그러워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타임 매거진에 나온 기사의 통계처럼 꼭 모든 맞벌이 부부가 비슷한 시간을 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정마다 처한 특수한 상황이나 부부의 성격에 따라 충분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부부가 모두 갑작스런 문화적인 변화와 충격을 감내해야 하는 이민가정의 경우 혹시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더 많은 시간적 희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상대의 입장에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배려심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 한인동포 가정에 가능한 자주 부부간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문화, 서로 배려하고 인내하는 마음이 평균적인 미국 가정에 비해 훨씬 더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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