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만큼 핵심을 찌르는 표현도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이야말로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는 인식 때문에 내 아들, 딸만큼은 되도록이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에서 교육을 시키고 싶어 능력이 있거나 힘이 있는 부모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강남으로 혹은 외국으로 보낸다. 한국에서는 이런 부모일수록 맹모의 삼천지교(三遷之敎)를 실천한 훌륭한 부모로 또 능력 있는 부모로 인정받으면서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지니고 자랑스러워한다.
이러한 일들이 우리 삶의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면서 정치권에서나 쓰이던 위장전입이라는 말이 교육현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고 기러기 아빠, 원정출산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에서는 환경 못지 않게 부모나 교사의 의지(意志)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맹모단기지교는 맹모삼천지교와 더불어 우리가 자녀교육을 하면서 반드시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할 만큼 중요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단기지교란 맹자가 공자(孔子)의 손자인 자사(子思)에게서 글을 배울 때, 수레를 모는 연습을 하다가 몸을 다쳤다. 몸을 다친 어린 맹자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베틀에 앉아 길쌈을 하고 있던 맹자의 어머니는 돌아온 아들을 보고도 반가워하기는커녕 정색을 하고 맹자에게 물었다.
“공부는 어떻게 하고 왔느냐?”고 물으시는 말씀에 달리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맹자는 “어머니가 뵙고 싶어서 잠시 집에 다니러 왔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맹자의 어머니는 옆에 놓여 있던 가위를 들어 지금까지 짜고 있던 베를 자르면서 “네가 하던 공부를 중도에서 그만두는 것은 짜고 있던 베를 잘라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맹자를 가르쳤다고 한다. 이 말씀을 들은 맹자는 그 길로 다시 공부를 하러 떠나 후에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후세 사람들이 이를 두고 맹모(孟母)의 단기지교 또는 단기지훈(斷機之訓)이라고 했다.
한석봉 역시 그가 세상에 소문난 명필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그의 뛰어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이 바탕이 되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이끌어 준 어머니의 굳은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예로는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가 있다. 지금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연아 선수가 견디기 힘든 부상에도 불구하고 진통제까지 맞아가며 ‘투혼’을 발휘하여 감동적인 연기로 세계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김연아 선수의 뒤에서 항상 그림자처럼 그를 돌보아 온 어머니의 사랑과 의지(意志)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부모가 되어 자기 자녀들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仁之常情)이다. 이런 마음과 정성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 좋다고만 하면 강남이 아니라 달나라까지라도 보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자식들을 바르게 가르쳐야겠다는 부모의 굳은 의지와 함께 스스로 노력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가르침 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맹자의 어머니나 한석봉의 어머니는 자식의 능력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이를 교육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굳은 의지에서 비롯된 교육적 결단이 자식에게 깨달음을 줌으로써 스스로 공부에 정진할 있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해 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이 불세출의 학자로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맹모단기지교의 깊은 뜻이 오늘날 부모된 우리에게 자녀교육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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