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여름 방학 기간이라 그런대로 통근길 소통이 잘 되는 편이다. 간혹 아주 조심스레 운전하는 차를 보는데, 지나가다 쳐다보면 출근길에 부모가 자녀들에게 운전 연습을 시키고 있다. 맞벌이 부부들이라 시간이 없다보니, 자녀들에게 운전 훈련을 출퇴근길에 시키는 것이다.
자녀가 열다섯이 되면 부모가 운전할 때 옆에 가만히 앉아있다 앞서 달리는 스포츠카라도 보고 ‘저런 차!’하는 그들의 흥분된 소리를 듣는다. 서서히 D-데이 H-아워가 다가옴을 느낀다. 어느 십대들의 부모들을 위한 세미나에서, 부모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자녀에 대한 통제력이 저하되어 가고 있으며, 자동차의 열쇠를 넘겨주고 나선 그들이 귀가할 때까지 초조해서 못 견딘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평생 운전을 못하게 할 수도 없으니, 인생의 네거리에서 또 하나의 결정 사항이 생긴 것이다. 그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자동차 열쇠를 손에 쥘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차를 안주면 차를 가진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어차피 그들은 한두 번 사고도 낼 테니 미리미리 준비해서 헌차를 팔지 말고 그 때를 대비하는 것도 지혜롭다 하겠다. 보험은 자녀의 이름을 헌차에다 올려야 싸다.
2006년부터 법규가 바뀌어서, 16세 이상 18세 미만인 사람에게는 운전 시험에 합격할 경우 예비 운전 면허증이 발급된다. 이 경우 20세 이하의 사람을 태우고 가거나,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다섯 시 사이에 운전할 때에는 25세 이상의 성인이 동승해서 감독을 해야 한다. 이 예비 면허는 면허증 사진 왼쪽에 적힌 날짜로부터 만 1년간 제재를 받는데, 이 기간 중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경험에 의하면 남자는 젊어서 험하게 운전하다 나이 들면 조심스레 운전하는데, 여자는 정반대인 것 같다. “엄마가 운전하는 차는 어지러워 못 타겠다”는 이웃 자녀들의 원성을 숱하게 들어왔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자녀들은 점점 이기적이 되어간다. 아니면 개구리가 올챙잇적 시절을 기억 못하는가? 어느 자녀는 부모 호주머니 사정은 아랑곳없이, 조르다 안 되면 조개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는 몇 날이고 말을 안 하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이때에는 자녀와의 대화가 아니라 부모의 일방적인 훈계가 시작된다.
십대와의 대화에 있어서 잘 이야기하고 잘 듣는 일은 십대 자녀들 자신에게 자존심과 신용에 바탕을 둔 관계를 이루어 나간다. 대화는 50%의 듣기와 50%의 말하기로 이루어진다. 자신이 50%보다 더 말하게 되면, 이는 대화가 아니라 훈계로 바뀐다. 그래서 자녀와의 대화를 위한 세미나에 가면 “당신은 말을 많이 하십니까? 아니면 많이 들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절대 잘 듣는 사람이 될 수 없다. 부모가 자주 화를 내고 자녀를 야단치면, 그들로부터 외면당한다.
아들이 열다섯 살일 때, 운전면허를 따도 곧바로 차를 안주기로 미리 이야기했었다. 인생에서 가장 이기기 힘든 적이 있다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에, 절제를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차를 운전하면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 방만하게 운전하다가 크고 작은 사고도 낼 것 같아, 그 열풍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다음에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들과 협상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더니, 자동차 보험료로 당시엔 비싸서 친구들은 안 가지고 있던 랩탑 컴퓨터를 하나 사주기로 하니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훗날, 대학에서 전화로 “자신을 위한 아버지의 모든 결정은 옳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I admit…)”고 하니 흐뭇했다.
아들이 차를 운전할 때에는 책임감을 기르도록 규정을 정했었다. 하루 허락된 운전 거리를 정하고 매일 기록하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필요 없이 돌아다니느라 시간 낭비를 할 것 같아서였다. 주말이 오면, 허락 운전 거리를 두배나 세배로 올려줬다. 어차피 부모 몰래 다닐테지만, 그래도 책임감을 기르도록 가르치고 싶었다. 열쇠는 항상 지정된 위치에 두도록 했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화나면 밖에 나가 차를 몰고 광란의 질주를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참고로 대학으로 가는 자녀에게 꼭 차를 캠퍼스로 가지고 가야할 필요성이 없으면, 집에다 두고 갈 것을 권한다. 주차 문제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급한데 좀 태워 달라고 하면 거절할 수도 없으니 청을 안 들어주면 괜스레 미움만 사고, 공부할 시간도 놓친다. 대학은 없이 사는 것을 배우는 인생의 훈련장이다. 배고파도 즐거운 곳이 대학이 아니던가?
고등학교 교사로 한평생 보낸 짐 훼이 (Jim Fay)는 “자녀에게 자동차 열쇠를 넘겨주기 전에 자동차 보험의 공제금액 (deductible)을 자녀에게서 꼭 받아내라”고 조언한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금전에 대해 상당히 이기적인 자녀가 사고 나면 자신의 용돈이 날아간다는 생각에 운전을 상당히 조심스레 한다고 했다. 자동차 보험의 공제금액을 부모에게 내고 자동차 열쇠를 쥔 십대의 사고율이 10% 미만이라니 황금의 위력을 십대에게서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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