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 중에서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쪽만을 치우치게 사랑하는 것을 편애(偏愛)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콩쥐팥쥐 이야기가 있다면 서양에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마도 편애를 대표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죽 먹은 설거지는 딸 시키고 밥 먹은 설거지는 며느리 시킨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편애라는 이름의 사랑이 있었으니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 아마도 편애는 양(洋)의 동서(東西)를 막론하고 우리의 생활 속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랑임이 분명하다.
편애로 인해서 일어나는 불상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고 다양하다. 지난 2009년 10월 서울 월곡동 다세대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두 부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조사 결과에 따르면 28세나 된 아들이 재혼한 친 어머니가 새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 난 어린 동생만 편애한다는 생각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범죄였다고 한다.
미국 코넬대학교 칼 필머 교수 팀은 친자녀들 중에서도 어느 한 명의 아이만 귀여워하고 사랑한 엄마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훗날 중년이 되었을 때 모두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면접조사를 통해서 이루어진 이 필머교수 팀의 연구 결과에서는 엄마의 70%가 어느 한 명의 자녀에게 감정적으로 더 친근함을 느끼게 되었고 자녀들의 15%만이 “우리 엄마는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셨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필머 교수는 “엄마가 형제자매 중에서 누군가를 더 사랑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눈치 채게 되면 설령 편애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후에 독립을 하거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거나 간에 심리적 행복은 영향을 받게 마련”이라고 설명하면서 “인간사회에서 부모는 자녀들을 똑같이 대해야 한다는 묵시적 기준이 있지만 이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편애가 사실상 있는데도 사람들은 이를 쉬쉬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편애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어쩌면 남아선호(男兒選好)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계를 잇기 위해 남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남아를 더 원하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이것이 사고(思考)로 굳어지게 된 것이라는 설이다. 이 사상은 고려시대 이후에 확립되어 조선시대 유교 문화와 더불어 계승, 강화되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편애의 원인을 특정한 이론이나 역사 등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가 있다. 어떤 집에서는 장남이기 때문에 부모가 각별한 정을 쏟아 붓기도 하고 딸 부잣집의 외동 아들에게서 또는 막내 아들이나 딸에게서도 사랑이라는 이름의 편애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흔히 ‘내리사랑’이라는 말로 합리화하려고 하지만 여러 형제들 중에서 유독 허약한 아들이나 딸에게 또는 다른 자식들에 비해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했거나 좀 부족한 형편의 자식에게는 부모로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쓰이고 정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우리가 부모된 입장에서 내 아이들을 모두 사랑한다며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는 하지만 그 중에는 혹시 다칠세라 ‘살짝’ 깨무는 손가락이 있게 마련인가 보다. 문제는 모든 손가락이 크기나 역할이 다 다른 것처럼 아이들에게 가는 사랑도 그 깊이와 넓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장남은 장남대로 그리고 막내는 막내대로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표출된다는 것을 부모가 알고 열 손가락의 모양과 역할의 ‘다름’과 같이 부모의 사랑은 편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며 이렇게 노력하는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되었을 때 아이들은 ‘어버이의 깊고 넓은 사랑’을 노래하면서 부모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