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지사 공화당 거액 기부자 설득
미국 뉴욕 주에서 2년 전 부결됐던 동성 결혼법이 지난 24일(현시시각) 통과된 데는 어떤 힘이 작용했을까?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는 평등 결혼법안은 2009년 민주당이 뉴욕 주 상원의 다수당이었을 때 안건으로 올랐지만 부결됐고 현재 뉴욕 주의 다수당은 동성애와 동성 결혼에 부정적인 공화당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뉴욕 주 상원의 이번 평등 결혼법안 통과는 의외의 결과였다.
표면적으로는 동성애에 대한 대중의 정서 변화와 결혼을 간절하게 바라는 동성 커플의 호소에 마음이 움직인 의원 개개인의 투표가 평등 결혼법안 통과를 가능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안의 통과 이면에는 동성 결혼에 반대 견해를 보였던 공화당을 움직인 권력 역학의 변화가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각) 분석했다.
이런 힘의 변화를 유도한 것은 동성애 결혼에 반대하는 가톨릭을 믿는 앤드루 쿠오모(민주당) 뉴욕 주지사였다.
평등 결혼법안을 발의한 쿠오모 주지사의 여자 친구인 샌드라 리는 게이인 남자 형제가 있다.
쿠오모 지사는 측근들을 통해 월스트리트의 공화당 거액 기부자 3명을 비밀리에 모으고 나서 적극적으로 동성 결혼 합법화를 설득했다. 공화당 기부자 중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싱어는 아들이 게이였다.
이들 기부자는 동성 결혼 합법화를 위한 활동에 각각 수십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모두 100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제공했다. 거액 기부자들의 영향력과 돈은 공화당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마침내 공화당은 평등 결혼법안을 상정하는 데 동의하고 찬반 여부는 의원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쿠오모 지사는 평등 결혼법안과 관련해 공화당 지도력에 공백이 생기자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섰다.
동성애자 인권 단체들도 압력을 행사했다.
5개 단체는 동성 결혼 합법화를 위해 1개로 통합하고 쿠오모 지사 측과 가까운 저명 고문을 영입했으며, 선거구 주민 수천 명의 서명을 받은 엽서를 주요 의원들에게 보냈다.
공화당에 거액을 기부하는 월스트리트의 정치헌금 기부자들과 동성애 옹호 단체들이 가톨릭 교회와 동성애 반대 단체 등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는 집단보다 표로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공화당에 보여준 것이다.
뉴욕 지역 가톨릭 교회의 리더인 티머시 돌란 대주교도 평등 결혼법안 투표 날에 침묵을 지켰다.
돌란 대주교는 이날 시애틀에서 열린 주교회의에 참석해 뉴욕 주의 주도로 의사당이 있는 올버니에 오지 않았고 동성 결혼에 대한 공개 연설도 하지 않았다.
결국, 뉴욕 주 상원에서 평등 결혼 법안은 찬성 33표, 반대 29표로 통과됐고 뉴욕은 미국에서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버몬트, 뉴햄프셔, 아이오와에 이어 6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주가 됐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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