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0개 주요 대학 졸업 축사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국가ㆍ커리어ㆍ열정ㆍ행복ㆍ두려움 등이다. 버나드 대학에서 연설한 셜 샌드버그(페이스북 최고경영책임자)는“여성 졸업생들이여! 연애와 가정도 중요하지만 커리어 목표를 향해 가스 페달을 깊숙이 밟아라”고 격려했다. 남가주대학(USC)에서 스티브 발머(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열정은 감정표출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몸ㆍ마음ㆍ영혼 모두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럿거 대학에서 토니 모리슨(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은 “의미가 빠진 성공은 황량하고 보이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행복에 안주하지 말고 의미를 찾아 나서라고 일깨웠다. 예일대에서 톰 행크스(영화배우)는 “두려움이 우리의 꿈을 꺾는다”로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 여름방학 동안 가정에서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단어를 조사하면 무엇이 나올까. 아마도 성적ㆍSAT 점수ㆍ대학 랭킹 등이 아닐까 싶다. 숫자를 강조하는 분위기의 결과는 자아도취에 빠지게 할 수 있다. 그것은 <자아와 정체성>저널에 최근 발표된 샌디에고 주립대 진 트웬지 교수 논문의 결론이다. 한 예로 “나는 지적으로 우월하다”라고 생각하는 대학 신입생이 1966년에는 10명중 4명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10명중 6명으로 증가했다. 트웬지 교수는 A학점을 받은 학생이 1966년 19%에서 2009년 48%로 폭증한 것을 미루어 보아 학점 인플레로 인한 자만심이 생긴 것으로 해석했다. 학점이 높다고 우쭐하는 대학 졸업생들로 인해 기업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신의 자격이 넘치는 것으로 여기고 그에 응당한 특별대우를 요구하지만, 정작 자신의 업무력에 관한 조언이나 비평은 반기지 않는 직장 새내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너는 특별하다”라는 말로, 학교에서는 부풀려진 점수로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동안, 휴대폰ㆍ블로그ㆍ검색창도 나르시스로 변신시키는데 한몫하고 있다. 휴대폰은 타인과 통화하는 주목적에서 벗어나 게임과 TV를 즐기느라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의 중추로 자리매김했고, 그것에 부착된 카메라는 사물이나 타인보다 자신의 모습을 찍는데 바쁘게 만들었다. 미니홈피ㆍ페이스북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진 않아, 나는 예쁘니까” “잘빠진 다리와 외모 너는 내게 반하지. 내 앞에선 네 모든 게 무너지고 말 걸…”이라고 노래하게 만들었다. 인터넷 검색창은 ‘혹시 내 이름이 어디에 뜨지 않았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자신의 이름을 하루에도 수십 번 두드리게 만들었다. 나아가 대학 지원을 앞둔 자녀가 있는 부모로 하여금 “우리 아이가 지원하는 대학의 랭킹을 주위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살펴보고 시원치 않은 대학이라고 여기면 어쩌나”라는 어처구니 없는 우려까지 낳게 했다.
자아도취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폭넓은 경험과 남다른 성취로 초청된 졸업식 연사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들이 사회생활에서 깨달은 지혜를 전달할 때 사용하는 단어는 점수나 랭킹같이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실용적인 것이다. 그것을 포착하는 학생이 추구하는 교육의 목적과 여름방학 활동 내역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학생은 선행학습이나 점수 올리기에 연연하기 보다 정확하게 보는 눈, 또렷하고 민첩한 입과 손, 그리고 침착하게 움직이는 마음 빚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혼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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