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 높이의 냉각탑은 거미줄로 덮여 있다. 일부는 구리 부품 등을 내다 팔기 위해 분해된 상태고 통제실은 아직도 아날로그 식 다이얼을 쓰고 있다. 23년 전 공사가 중단된 앨러바마 할리웃에 있는 벨라폰티 원자력 발전소 이야기다. 요즘은 컴퓨터 시대 이전에 설계된 핵발전소를 다시 살리기에는 시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반 정부 기관인 테네시 밸리 개발국(TVA)은 이 발전소가 깨끗하고 경제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TVA, 환경 보호 위해 핵발전소 건립 추진
석탄보다 안전하며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지진과 쓰나미로 엉망이 된 후 여러 나라가 핵 발전을 꺼리고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핵 발전 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스위스 당국도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후쿠시마 이후 텍사스는 핵발전소 프로젝트를 취소했고 메릴랜드도 작년 건립을 포기했다. 후쿠시마 이전부터 핵 발전은 에너지 공급 과잉과 천연 개스가 하락, 높은 공사비 등으로 침체에 접어들었었다.
그런데 어째서 최근 18개의 구형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한 TVA는 이미 오랫동안 방치돼 온 핵 발전 시설을 되살리려 하는 것일까. 시카고에 본부를 둔 코피아 캐피털의 파트너이자 핵 전문가인 에릭 보몬트는 “지금은 핵 발전에 투자하기에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루 리지 환경 보호 연맹의 과학 담당자인 루이스 젤러는 “그들은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며 벨리폰티를 살아 있지도 죽지도 않은 “좀비 발전소”라고 불렀다.
젤러는 핵 발전이 직면해 있는 전반적인 문제이외에도 벨라폰티 프로젝트는 비할 수 없는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 발전기가 너무 비싼데다 너무 구형이며 게다가 지진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건립이 추진 된 지 50년만인 2020년까지는 벨라폰티가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건설을 추진 중이다. 건립비용은 이미 들어간 40억달러에 40억~50억달러가 더 들어갈 전망이다. TVA 책임자인 토마스 킬고어는 지금 공사를 마치는 것이 나중에 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단 건설이 끝나면 경비가 덜 든다”고 말했다.
보몬트는 “지금 경비로 따지면 미친 짓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청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 발전소를 추가로 폐쇄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클린 에너지 수요는 늘어난다. 천연 개스 가격도 언젠가는 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핵에너지도 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기존 핵발전소는 노후화될 것이다.
TVA는 또 하나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수요의 변화다. 1988년 공사가 중단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킬고어는 “8~10년 후 변화를 내다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벨라폰티는 훌륭한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이 발전소는 이미 얻기 힘든 허가를 받아냈고 TVA의 독자적인 지위 때문에 다른 발전소 건설 회사보다 장애물이 적다. TVA는 주 당국의 감독을 받을 필요가 없다. 신경 써야 할 주주도 없다. 뉴딜의 일환으로 연방 정부의 승인을 받아 세워졌기 때문에 TVA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은 9명의 이사가 관장한다. 지금 이 기구는 7개 주에 걸쳐 900만 주민에게 전기를 공급한다.
이 기구는 다른 유틸리티 회사와는 달리 연방 재무부와 비슷한 수준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데 이는 돈이 많이 드는 발전소 건립에는 극히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TVA는 요즘 같은 때 핵 발전 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드문 기관의 하나다.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다 1996년 완공된 와츠 바를 제외하고는 90년대 초 이후 시작된 새 핵발전소는 없다.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발전소는 허가를 기다리고 있고 벨라폰티와 비슷한 제2의 와츠 바 공사가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당국 관계자들은 올 여름 벨라폰티 완공에 필요한 자금을 이사회에 신청할 계획이다. 작년 이사회는 이 안 검토를 위해 2억4,800만달러를 배정해 놨다. 현재 TVA는 에너지의 60%를 화석 연료에서 얻고 있으며 이미 환경청의 요청으로 폐쇄키로 한 18개 석탄 발전소외에 여러 개를 추가로 폐쇄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TVA 목표는 2020년까지 클린 에너지 비율을 50%선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벨라폰티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벨라폰티는 미국에서 공사가 가장 많이 중단되어온 핵 발전 프로젝트다. 1970년 TVA는 8년 안에 6억5,000만달러를 들여 이곳에 2기의 원자로를 짓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1974년까지 시작되지 않았고 1988년까지 공사비는 원래 예정의 6배가 들었다.
더 이상 전력 공급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되자 공사는 중단됐다. 1994년 당국은 생산된 전력을 필라델피아 전기 회사에 팔려고 했다. 그러나 협상은 깨졌다. 1997년에는 핵무기에 필요한 트라이티움을 만들기 위한 원자로가 필요했던 연방 에너지부와 협상을 시작했으나 다른 원자로가 선정됐다.
이곳을 지역구로 갖고 있는 공화당 연방 하원인 모 브룩스는 이를 완공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산 개발과 환경 오염 등을 고려할 때 핵 발전보다는 석탄 발전으로 죽은 사람이 훨씬 많다”며 “핵 발전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대안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인근 스카츠버로 시의회도 공사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주민들도 이것이 경기 부양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완공되면 2,8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데 이는 카운티 업체 중 최대 수치다.
기자들이 앨러바마 할리웃에 있는 벨레폰티 핵발전소를 둘러보고 있다.
벨라폰티 핵발전소의 50층 높이 냉각탑.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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