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클레오파트라였을까? 양귀비였을까? 황진이었을까?
이 세상에서 최고의, 최초의 내 스승은 누구였을까? 페스탈로치였을까? 춘원이었을까? 글 재주가 있다고 칭찬 받은 아들을 “글 공부란 재주보다 노력이 더 필요하다”라며 앞으로 10년을 너는 절에 들어가 노력을 하거라 한 한석봉의 어머니였을까?
역사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펴보면 훌륭하신 명사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만은 조금 다르다. 내가 느끼고 보이는 가장 아름다운 눈의 소유자, 내가 가장 먼저 이 세상에서 만난 사람, 내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 이 분은 바로 나의 어머님이시다.
분만하러,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무신을 벗으며, 마음 속으로 내가 다시 이 신발을 신어 볼 수 있을까 하며 독한 마음을 먹으며 방 안으로 들어가셨다는 옛날의 어머님들! 전화 한 통화면 구급차가 달려와 고이 모시고 가서 별 고통 없이 분만하는 지금도 산고의 고통은 고통 중 고통이라 하는데 어머님의 시대에는 어떠했을까? 그런 고통 후에도 나를 품에 안고 즐거운 마음으로 젖을 내 입에 물려주셨을 어머님을 생각해 보니 무슨 말을 하여 하늘 나라에 계신 어머님께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한 평생을 살면서 어머님의 눈은 잊히지 않는 가장 큰 부분이다. 어머님의 눈은 어찌나 그리 아름다웠는지 그 눈만 바라보면 몸이 괴로우신지, 즐거우신지, 슬프신지, 사랑스러우신지, 칭찬을 하고 계신지, 야단을 치고 계신지, 다 읽을 수가 있었으니 어머님의 그 눈은 정말로 사랑의 눈이요, 자비의 눈이요, 용서의 눈이며, 그야말로 신비의 눈이었다.
그 눈은 내가 어디가 아픈지, 괴로운지 까지도 찾아내어 자기 가슴 속에서 녹여 주시는 용광로 같은 사랑의 눈이셨고, 나를 선한 길로 이끌어 주시는 교육의 눈이기도 했다. 내가 보아온 그 누구의 눈도 엄마의 눈과 같은 눈을 가진 스승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다. 엄마의 웃음 속과 눈 속에는 무한한 신비가 있었다. 웃으시는 그 얼굴 안 눈망울 속에는 언제나 신비로 가득차 내가 그 안으로 녹아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 이것이 내 생에 최고의 스승의 모습이요, 이 세상 누구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눈동자였다.
그런데 그 아름답고 위대해 보이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김포공항 출국장 안에서, 내 생에 처음이며 마지막 눈물을 보이신 것이다. 무슨 눈물이었을까? 엄마 자신도 미국 유학을 꿈꾸시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시고 다시 영어만을 배우시기 위해 배화여고를 다니셨다는 당시의 신세대 여성 중 한 분이었을 텐데. 김연주, 나혜석과 같은 여성 해방 운동가의 영향을 받으셨나? 평생을 사시면서 직설적 화법으로는 말씀은 없었으나 간접 화법으로는 자주 말씀을 해 주신 것 같다. 이들과 같은 연대를 사시면서 이들과 같은 행동을 함께 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시면서 살아가신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어린이의 운명은 언제나 그 어미가 만든다”라는 말을 나폴레옹이 했던가? 재주만을 믿지 말고 노력으로 극복하라는 한석봉의 어머니의 가르침과 같이 언제나 바르게, 어디서나 진실하게 무엇이든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하라 가르치시던 그 엄마가 내 앞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아버지가 개신교의 목사였다는 엄마, 언제나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시려 노력하시던 그 엄마가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희망과 사랑을 따라 내일을 바라보며 떠나는 나를 웃음으로 떠나보낼 줄 알았는데 갑자기 눈물을 보이시니 참으로 황당하기까지 했다.
나는 얼마 전 사십이 넘은 딸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다. 구급차에 실려가 병상에 누워 통증을 호소하는 딸의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며 저 고통을 나와 나누어 가질 수는 없을까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았다. 순간 이 눈물이 바로 나의 엄마가 공항에서 내게 보여주신 뜨거운 눈물의 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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