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대통령궁을 겨냥한 반정부 부족의 포탄공격으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다쳤다고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아라비야가 3일 전했다.
예멘 정부 관리는 이날 수도 사나 대통령궁 경내 모스크(이슬람사원)에 2발의 포탄이 떨어져 살레 대통령이 머리 뒤쪽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날 포격으로 대통령 경호원 7명이 숨지고 라샤드 알-알리미 부총리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알리 모하마드 무자와르 총리, 야흐야 알-라이 의회 의장, 노만 두웨이크 사나 주지사 등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예멘 야권이 운영하는 TV 보도를 인용, 살레 대통령이 포격으로 인해 숨졌다고 한때 보도하기도 했지만, 살레 대통령은 이날 밤 국영TV를 통해 공개된 육성 성명을 통해 "난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살레 대통령은 "이른바 `청년혁명’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무법적 무리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우리의 군과 치안당국에 경의를 표한다"며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들 범죄자를 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레 대통령은 현재 국방부 산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격 주체는 예멘 최대 규모의 하시드 부족 소속 무장대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시드 부족은 지난달 23일 사나에서 정부군과 전투를 개시한 이후 사나 북부의 관공서들을 잇따라 장악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예멘 정부와 하시드 부족은 같은 달 28일 휴전에 합의하기도 했지만 사흘만에 무력충돌이 재개되면서 휴전 협정은 파기됐다.
양측 간 교전으로 최근 열흘 사이 150여 명이 숨지는 등 내전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는 하시드 부족은 이날 오전 예멘군이 부족 본거지를 집중 공격하자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예멘군은 이날 사나 북부 하사바 지역에서 부족 지도자인 사디크 알-아흐마르의 동생 2명의 집에 포격을 가한데 이어 아흐마르의 형제가 운영하는 TV방송국 본사도 공격했다.
아울러 살레 대통령의 측근이었다가 지난 4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며 살레에 등을 돌린 알리 모흐센 알-아흐마르 소장의 자택도 예멘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에서 이탈한 후에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한 아흐마르 소장은 현재까지는 별다른 반격 없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아흐마르 소장이 이끄는 1기갑사단은 사나 시위현장 주변에 배치돼 시위대를 보호하고 있다.
2013년 임기 만료 예정인 살레 대통령은 미국과 이웃국가들의 퇴진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 유지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살레 대통령은 사후 처벌을 면제받는 대신, 조기 사퇴하는 내용의 퇴진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중재안 합의 서명을 앞두고 퇴진 방침을 번복한 뒤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살레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는 지난 2월 이후 넉 달째 이어지고 있으며, 시위 현장에서 숨진 사망자는 2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대통령궁에 대한 공격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한편 살레 대통령이 걸프협력협의회(GCC)의 퇴진 중재안을 수용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유럽연합(EU)도 예멘 정부군과 부족 간 휴전을 촉구하고, 예멘에 체류하고 있는 회원국 국민의 출국을 돕기 위한 조치에 착수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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