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몇몇 미국 신문에는 ‘하이쿠’라는 칼럼을 마련하고 세상사는 얘기를 써서 투고하는 독자란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HAIKU(徘句)란, 글자를 5-7-5의 순서로 연계 배열한 일종의 소네트 형식의 단시이지만 근본은 일본의 전통 시에서 유래된 말이다. 백제의 사람 왕인(王仁)이 4세기 초에 논어와 천자문을 가지고 왜국 일본에 한문과 유교를 전하였다는 기록이 일본서기라는 역사책에 나온다. 때는 일본의 응인천황의 시대이며 서양에서는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받아들여 국교로 삼은(AD313) 해와 거의 같은 시간대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구전만으로 전해 내려온 이 사건을 왜국 일본에서는 그를 왕인 박사라 존칭하고 역사문헌에 기록하여 일본 문화의 여명을 알린 중대한 사건이었다.
우랄 알타이어계인 그들의 언어가 어떻게 일본말로 분리 분파되었는지는 미지의 상태이며 대략 5천년 전쯤으로 추정할 뿐 물증이 없으니 학자들 간엔 갑론을박으로 이론만 분분할 뿐이다.
왕인 박사의 선물은 실로 천지창조 이래의 일대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왜국은 재빨리 전수받은 한문을 이용해서 자기들의 알파벳을 만들어 내고 곧 이어 한문의 홀수 문장체를 본받아 5-7-5의 문자 배열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 일본의 노래(歌)이며 하이쿠의 시초인 것이다.
일본에는 전통 있는 백인일수(百人一首)라는 시 경시대회가 있다. 그 개회식에 빼놓지 않고 선창하는 시 한 구절이 있으니, ‘이국땅에 핀 조국의 꽃/ 그 아름다움이여/ 그리움이여’로 시작하는 망향시인데 이것이 바로 왕인 박사가 왜국에 귀화인이 되여 첫 봄을 맞이하고 쓴 시이며 그 시에 담은 애절한 감상이 1700년이란 기나긴 세월에도 아직껏 일본 사람들의 혀에 젖고 입술에 닿아 대를 이어가며 이 시를 읊고 있으니 진정 그들은 왕인 박사를 일본의 “노래(詩)의 아버지”라 숭앙하고 있는 산 표증이라 하겠다.
18세기에 들어 하이쿠는 그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바쇼(1644-1694)나 잇사(1763-1827) 또는 부손과 같은 하이쿠의 대가들을 배출한다. 그 중 바쇼는 서정적인 시를 많이 남겨 놓았다. ‘후진 연못에(5) 개구리 뛰어드는(7) 물 풍덩 소리(5),’ 정적을 깨고 풍덩하고 나는 물소리가 여운을 길게 남기고 있다.
바쇼가 어느 날 일찍 일어나 우물가엘 갔더니 밤새 자라난 나팔꽃 하나가 두레박줄을 타고 올라가 예쁜 연분홍꽃을 피우고 있다. 차마 그 연약한 순줄기를 끊어 버릴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물 동냥을 떠난다는 내용의 ‘아사가오니(5) 쓰루베도라레데(7) 모라이미즈(5)에서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지금 세계 하이쿠 인구는 약 800만 명을 헤아리고 있으며 대만과 한국에도 상당수의 애호가들이 있다고 본다. 이 방대한 하이쿠 가족을 이끌고 있는 가인은 ‘마유즈미 마도가’라는 미모의 젊은 시인이다. 그녀는 하이쿠의 소재를 찾아 한국에도 여러 번 방문하였고 작년에는 부산 서울 간 800KM를 도보로 여행한 바 있다.
예술과 하나님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 하였으니 하이쿠는 쓰나미와 마찬가지로 일본어에서 파생한 영어이며 한국의 소주(soju) 또한 웹스터 영어사전에 실려 있는 의젓한 영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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