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실질가격 낮고 수요 늘어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실질가격과 명목가격의 차이를 고려하면 지금 금값은 피크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실질 금값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80년 1월21일(847달러)이라는 게 정설이다. 귀금속 업체 GFMS는 당시 가격을 현재로 치면 2,248달러라고 분석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도 당시 가격을 2,211.65달러로 추산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금 수요는 3,812t으로 전년 대비 9% 늘어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금 공급량은 4,108t으로 2%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각국의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 정부기관이 21년 만에 처음으로 금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정부기관들은 1989~2007년 매년 400~500t의 금을 팔아왔지만 2008년 그 양을 절반으로 줄였고 지난해에는 오히려 87t의 금을 사들였다.
그러나 금 생산량을 늘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오랜 채굴로 광맥이 고갈돼 생산단가가 오르고 있어서다. GFMS에 따르면 2009년 광산회사들의 금 생산량은 2,572t이었지만 2001년 생산량인 2,646t을 넘어서지 못했다. 2009년 금 생산비용은 온스당 617달러로 2000년보다 157.1% 뛰었다.
■중국ㆍ인도 등 신흥국 큰 손으로 부상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금 수요가 치솟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전통적으로 금 장신구를 선호하는 데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투자 수요까지 붙었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 금 수요의 51%를 차지한다.
중국은 최근 5년간 금 보유량을 600t에서 1,054t으로 늘렸다. 나탈리 뎀스터 WGC 이사는 “중국은 외환 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6%에서 3%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는 연간 생산량의 3분의1인 1,000t을 더 사들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도의 금 소비액은 381억5,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6% 늘었다. 인도의 현재 금 보유량은 558t으로 올해 770~810t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신흥국들도 금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외환(달러) 보유액이 늘면서 헤지를 위해 금 보유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는 135t, 태국은 16t의 금을 사들였다.
■달러 약세 안전자산 선호
1980~1985년 금값은 큰 파동을 경험했다. 석유값이 폭등했다가 안정을 되찾고 미국이 긴축정책을 펴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금값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미국 재정적자는 부채 한도(14억3,000만달러)에 거의 육박했고 S&P는 미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유럽 재정위기, 중동의 정정 불안 등으로 달러 약세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마크 파버는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어 실물자산은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펜토 유로 퍼시픽 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을 대체 통화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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