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나 페이 소로우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의 바비큐 파티 장면에서 비비안 리가 입었던 것과 같은 허리를 한껏 조인 초록색 무늬 드레스를 입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드레스를 모른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확실히 ‘윈디’(Windy, 바람…)는 아니다.
‘윈디’가 무엇이냐고? ‘윈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열성팬을 뜻한다. 이 소설과 영화를 너무나 사랑해 작품의 한 장면인 애틀랜타 대화재 장면을 공항 호텔 연회 룸에서 재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매니아들이다.
애틀랜타로 ‘순례’하는 열성팬 ‘윈디’들 다양한 행사 계획
작품 속 장면 재연, 작가 미첼의 묘지에서 샴페인 파티도
금년으로 150주년을 맞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마가렛 미첼의 대하소설 ‘바람과…’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이다. 또 비비안 리와 클락 케이블이 주연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아직도 미국 최고의 명화로 꼽히고 있다.
48세인 소로우는 윈디들의 왕족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과…’ 관련된 모든 것을 관장하며 매년 몇 차례 모임을 갖는 미 전국의 100인 매니아 중 한명이다.
금년은 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해다. ‘바람과…’의 75주년으로 다양한 행사가 계획되고 있다.
조지아 주 파우더 스프링스에 위치한 소로우의 깔끔한 집 모든 방엔 ‘바람과…’의 흔적이 역력하다. 18년 전 남편이 사다 준 ‘바람과…’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바비인형을 시작으로 지금은 수천 수만 달러 가치의 500여개 아이템들이 각방을 장식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킹사이즈 침대엔 남녀 주인공인 레트 버틀러-스칼렛 오하라 베개가 놓여있고 클락 케이블 운전면허 복사판부터 ‘바람과…’와인, 워터 보틀, 가방, 접시 등과 함께 마가렛 미첼의 장례식 초대장도 있다. 미첼이 1949년 48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지인들에게 전달된 고급스럽게 만든 초대장으로 매니아들이 부러워하는 소장품으로 꼽힌다.
7개국어로 출판된 30여종의 ‘바람과…’ 소설이 서가를 장식하고 있으며 1939년 영화 시사회가 열렸던 애틀랜타 극장에서 가져온 객석 의자도 있다. 소로우는 또 영화 속에 나오는 드레스들의 복사판을 만들에 한 벌에 500달러에 팔기도 한다.
작품 속 드레스들은 대부분 숨을 못 쉴 정도로 콜셋으로 허리를 꽉 조른 후에야 입을 수 있을 만큼 허리선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만든 드레스를 사려고 사람들이 옷에 맞추려고 애쓰며 입어보는 순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요!” 남부의 ‘레이디’가 되어보는 기분을 즐기는 소중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고 그는 말한다.
애틀랜타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작가 미첼은 여기서 살고, 죽고, 묻혔으며 1936년 여기서 소설을 출판했다. 남북전쟁 전후의 남부를 다룬 그녀의 소설은 애틀랜타 주민들이 이도시가 미국 문화에 남긴 가장 큰 공헌 중 하나로 자랑스러워하는 요소다.
‘윈디’들에게 애틀랜타는 약속의 땅이다. 대부분은 75주년을 맞는 6월에 이곳에 모이기로 되어 있다. 이틀랜타 소재 3군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뮤지엄에서 열리는 다큐멘타리 시사회와 미첼의 묘지에서 열릴 샴페인 파티 등 축하행사는 “애틀랜타로의 지구촌 순례”로 명명되었다.
조지아주 마리에타에 있는 ‘바람과…’ 뮤지엄의 코니 서덜랜드 관장은 베테런 ‘윈디’ 들은 주로 백인들로 중년 여성들과 게이 남성들이었으나 요즘엔 하이스쿨과 칼리지에서 더 젊고 다양한 윈디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한다.
“지금까지 이 젊은 층들은 자신들과 생각과 느낌이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임을 갖고 있다는 걸 몰랐던 겁니다. 이젠 이들이 모두 연결되어 하나의 소셜 네트웍을 이루고 있습니다”
윈디들은 1년 내내 전국에 몇 군데 있는 ‘바람과…’ 뮤지엄이나 호텔에서 모임을 갖는데 이들의 모임은 작품 속의 의상을 입고 당시의 장면들을 재연하면서 그동안 잘 아려지지 않았던 소설과 영화에 관한 정보들을 나누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작품의 마지막 4 챕터의 초고가 커넥티컷의 한 도서관에 있다는 뉴스가 이들을 흥분케 한 것은 당연했다.
어떤 모임에는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가 참석해 사인을 해주기도 한다. 물론 클락 케이블과 비비안 리 등 주연배우들은 모두 타계했지만 최근엔 스칼렛과 레트의 어린 딸, 바니 블루 버틀러로 출연했던 캐미 킹 콜론이 이들의 모임에 참석했었다.
그밖에 스칼렛의 여동생이나 멜라니의 아기, 바비큐 파티의 손님들 등으로 출연했던 배우들이 오기도 하는데 이들이 들려주는 영화제작의 뒷이야기나 촬영장의 일화들은 ‘윈디’들에겐 더할 수 없는 기쁨의 선물이 되고 있다.
이들의 모임은 일상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영감을 얻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생존, 그리고 역경 극복이라는 작품의 주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니까요. 이 작품은 우리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희망을 갖게 하는 힘이 있지요”라고 미시간 주의 ‘윈디’ 캐슬린 마카치오(53)는 말한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중 바비큐 파티에서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가 입었던 것과 같은 초록 무늬 드레스를 입은 ‘윈디’ 셀리나 페이 소로우.
스칼렛 오하라의 타라 농장 내부를 그대로 되살린 돌 하우스.
영화 ‘바람의…’ 출연배우들의 서명이 담긴 ‘바람과…’책.
스칼렛 오하라 인형들과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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