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T 리비아사태 계기 전통적 美ㆍ佛 역할 맞교대
리비아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프랑스 정상이 과거 두 나라가 국제 문제에서 맡았던 역할을 맞교대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11일 분석했다.
신문은 프랑스가 주도하고, 미국이 떠밀리듯 참여한 대 리비아 군사작전이 2003년 프랑스의 반대 속에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공격과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즉 8년전 ‘신속하고 예방적인 공격’을 주장했던 미국은 신중론으로 돌아섰고, 이라크전 당시 ‘인내심있는 외교’를 주장하던 프랑스는 신속한 대 리비아 군사개입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IHT는 이런 극적인 변화의 배경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대외 기조 및 성향에서 찾았다.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비아사태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이슬람국가와의 세번째 전쟁을 치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애썼다. 리비아 사태가 다자협력의 모델이 되길 희망하면서 프랑스.영국에 주도권을 넘긴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08년 7월 베를린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 같은 면모를 예고했다.
그는 자신이 ‘세계시민’이라면서 당시 현직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와 선을 긋길 원했다. 또 핵확산, 아프가니스탄 마약재배, 소말리아와 수단에서의 폭력.학살 등을 미국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며 유럽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반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07년 휴가를 미국 뉴햄프셔에서 보내고, 2009년 탈퇴 43년만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복귀하는 등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에서 자주 독자행보를 걸었던 전임 프랑스 지도자들과 다른 면모를 보였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의 위상을 높인 역사적 인물로 남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그가 리비아와 코트디부아르에서 민간인 보호 명목으로 군사력을 동원한 배경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앤-마리 슬로터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은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해 "유럽인들은 ‘우리는 세계를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면서 "마침내 우리는 그 역할을 실제로 맡으려고 나선 한 프랑스인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할을 맞바꾼’ 두 지도자는 각자 자국에서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다고 IHT는 지적했다.
사르코지로서는 리비아 반군의 실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군 기구를 정식 정부로 인정한 것이 부메랑이 될 수 있고, 리비아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이 프랑스에 과도한 짐을 떠안기고 있다’는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오바마 역시 리비아 사태에 관한 한 핸들을 프랑스.영국에 넘겼을지라도 현재 리비아 군사개입에서 지휘권을 행사중인 나토의 주력이 미군이기 때문에 분명한 목표없이 진행되고 있는 서방의 군사개입에 대한 자국 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미국이 주도하지 않는 대외 군사개입은 공화당 일부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도미니크 모이시 프랑스국제문제연구소 선임 고문은 리비아에서 이뤄진 미국과 프랑스의 공조를 ‘정략결혼’에 비유하면서 "미국인 사르코지가 유럽인 오바마와 조우했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그것은 잘못된 만남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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