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지원 끊기자 북 식량구걸 신세
▶ 유엔‘긴급식량사정 실태조사단’ 특별보고서
북한이 국제사회에 긴급 식량지원을 요청한 가운데 지난 2월 16일 뉴욕 거주 미주탈북자 선교회 회원들이 북한주민은 토끼풀도 없어 굶어죽었다며 김정일의 호화 생일잔치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
연 40만톤 지원 중단.국제곡물가 인상으로 사정 악화
북, 지난해 말 국제사회에 식량지원 요청
북한이 지난해 말 국제사회에 긴급 식량지원을 요청하게 된 주요인은 북한의 도발 행위들에 따른 한국의 대북 지원이 중단됐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세계식량기구(WFP)·식량농업기구(FAO)·유니세프(UNICEF)가 북한의 요청에 따라 공동조사, 24일 발표한 ‘긴급식량사정실태조사단’ 특별보고서는 “북한이 식량과 그 이외 물자를 넉넉히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데 있어 특히 한국과 중국의 대북 양자 지원은 중대한 역할을 해 왔다”며 “지난 수년에 걸친 한국의 대북 지원 중단은 북한의 식량사정을 크게 악화시키는 영향을 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이전에 연 40만 톤 이상의 쌀(2005/06년 40만3,500톤, 2006/07년 40만톤)을 북한에 지원해 왔으나 2007/08년에 들어 물량을 11만6,000톤으로 약 70%를 줄인 뒤 2008/9년에 중단했다.보고서는 이에 “러시아를 포함, 미얀마, 베트남과 인도 등 다른 국가들이 곡물과 밀가루를 북한에 제공했으나 한국의 식량지원을 잃은 만큼 보충할 충분한 물량이 못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2005/06년과 2006/07년 높은 국내 생산과 40만 톤씩이 넘는 한국의 지원으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매우 좋았다며 비교적으로 저렴한 국제 곡물 가격으로 인해 2005/06년에 13만 톤을, 2006/07년에 17만 톤의 수입도 가능케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7년에 대홍수를 맞아 국내 생산을 망쳤고 2007/08년도에 한국의 지원이 11만6,000톤으로 크게 줄어들자 곡물 수입 지출을 전년 대비 거의 2배에 달하는 6,200만 달러로 늘려 대응했으나 국제 곡물 시장 가격 인상으로 실제 늘어난 곡물수입량은 전년 대비 3만 톤에 불과했다고 밝혔다.보고서는 이어 “2008/09년에 대해서 비록 2005/06년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곡물생산량이 다소 늘어났다. 그러나 미국의 식량지원이 중단됐고 한국으로부터의 양자 지원도 받지 못했다. 또 전체적으로 대북 양자 식량지원이 줄어들어 총 31만 톤에 불과했고 여기에 국제 곡물 가격이 또 올라 6,200만 달러를 들여 수입한 물량이 전년 대비 2만8,000 톤이 줄어든 17만6,000 톤 이었다”고 기록했다.
이외에도 2009/10년 들어 북한은 중단된 한국과 미국의 대북 양자 식량지원을 다른 지원으로 대처하지 못하자 전년 대비 거의 2배에 달하는 1억1,700만 달러를 들여 28만2,000 톤의 곡물을 수입해야만 했다고 밝혀 한국과 미국의 식량 지원 중단이 북한의 돈줄을 죄이고 있음을 입증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해외 곡물수입 능력이 크게 감소했다며 그 3개 주요 원인을 ▲식량 및 연료의 국제 가격 인상, ▲최대 무역 파트너였던 한국과의 정치적 마찰로 인해 줄어든 대한국 수출 수입, ▲북한 돈의 가치 하락으로 분석해 한국의 대북제재 조치로 북한이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음도 확인했다.
한편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북한이 식량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국제사회가 43만 톤을 지원할 것을 권고해 결국 북한이 국제사회에 그동안 한국이 지원해 오다 중단한 물량을 채워줄 것을 요청한 셈이 됐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 기자의 눈/ ‘공화국(북한) 정보장사꾼’들
북한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내밀은 손에 침을 뱉었다. 그가 백악관에 들어선 뒤 대북 정책을 채 마련하기도 전에 미사일을 발사, 관계 개선 제안에 재를 뿌린 것.당연히 미국 정부와 의회는 ‘괘씸죄’를 적용, 대북 압박 노선을 택했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행위로 맞서자 그 때마다 국제사회를 집결해 ‘스크루’(screw)를 한 회전씩 조이고 있다.
양국 사이는 취임사에서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지목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 당시 보다 더 틀어진 것은 물론 북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도 사상 최강도에 있다.사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북한은 다각 차원에서 여러 차례 미국측에 ‘러브콜’을 보냈다.비공개적으로는 직, 간접 외교 망을 통해, 공개적으로는 소위 ‘북한통’으로 알려지는 미국의 학자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싱크탱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직 관료들을 내세웠다.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제스처’들에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룰 오브 로우’(rule of law)를 존중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포기 의지를 행동으로 입증하기 전에 대화만을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변함없는 자세에서다.또 이명박 한국 정부 들어서 한미 동맹이 강화됨에 따라 한반도와 지역 안보를 위한 남북 관계 개선 없이는 북미 관계 개선도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도 강조해오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그동안 북한이 보내온 여러 비공개 ‘시그널’ 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당시 선택할 것을 제안한 행동의 의지를 찾아 볼 수 없었음을 확인한다.
또 민간차원에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북한의 입장이라며 전달되는 여러 ‘북한통’들의 공개 ‘메시지’들을 ‘대외선전’(propaganda) 정도의 비중으로 취급하고 있음도 의미한다.
북한이 학자, 연구원, 사업가 등 구미에 맞는 특정인들을 선별해 지속적인 방북 및 관리 접촉을 허용하고 또 그들 ‘북한통’은 북한의 ‘선전도구’ 역할을 충실히 해 자칭 ‘대북 창구’ 지위를 유지하며 개인적 이윤과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공생관계’(symbiotic relationship)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미국의 여러 ‘북한통’들은 방북 후 돌아와 “관계 개선 바램”, “개방 변화 의지”, “진솔 대화 희망” 등 북한이 대외에 알리기를 원하는 내용들을 속속 발표하고 미국이 북한에 다가갈 것을 주문한다.
한 사례로 지난 해 12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대표적 ‘북한통’ 토니 남궁은 국내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허용 의사가 있다고 주장하고 더 나가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까지 말했다.
마치 양측의 기존 입장에 무슨 큰 변화가 일어 북미 관계가 다시 진전 괴도에 올랐음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앞서 2009년 12월에도 “오바마 임기 내 북핵 빅딜 가능성”을, 미국 대선을 앞둔 2007년 6월에는 “미 민주당 집권 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큰 진전 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그럴 때마다 언론은 “북미 대화 재개 실마리?”, “관계 개선되나?”, “냉각 상태 돌파구 마련?” 등 어김없이 추측 기사들을 뽑아냈다. 언론은 그의 직업이 ‘대북 창구’ 역할을 내세워 미국 민간단체와 기업, 언론 등의 자문역을 하는 유료 ‘컨설턴트’(consultant)라는 점은 간과한다.
즉 북미 관계의 전망과 그의 개인 사업이 직계돼 있음을 무시하고 ‘북한통’ 자격에 초점을 두어 수시로 ‘북한 대변인’ 감투를 씌워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언론의 이 같은 처우는 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북한통’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언론 보도가 빗나가고 북한의 진의 파악에 자주 혼선이 빚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북한과 북미 관계의 현주소를 올바르게 이해, 분석하는데 있어 이들 ‘북한통’의 활동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제각기 분야에서 개인적인 이윤 추구가 내포된 ‘공화국(북한) 정보장사꾼’들이라는 배경을 감안한 차원에서 접근할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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