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핵개발의 급속한 성공은 첩보공작의 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차대전 전부터 이어온 소련 핵물리학의 축적된 역량과 뛰어난 과학자들의 공헌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수훈의 과학자들로서 쿨차토프 (Igor Kurchatov, 1903-1960), 하리톤(Yulii Khariton, 1904-1996), 젤도비치 (Yakov Zel’dovich, 1914-1987), 사하로프(Andrei Sakharov, 1921-1989) 등을 들 수 있다. 소련과학자들의 핵물리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본격적 핵무기 개발 이전에 이미 충분한 수준에 도달해 있어서 첩보공작의 도움 없이도 개발이 이루어졌을 것이었다.
쿨차토프는 역량있는 과학자며 뛰어난 경영관리자였다. 1920년대 후반 레닌그라드 (지금의 상크트 페테르부르크)의 물리공학연구소의 설립자 요페 (Abram Ioffe)의 지도로 방사능 연구를 수행하였다. 1930년대에 자신의 핵물리연구그룹을 이끌어 소련최초의 사이클로트론을 건설하였고 제자 플로료프 (Georgy Floryov,1913-1998)와 우라늄의 연쇄 핵분렬반응과 원자로의 설계에 대한 기본 구상을 완성하였다. 1942년에는 “수 킬로그람의 우라늄 핵반응의 에너지는 TNT 2만톤의 에너지와 맞먹을 것이다”라고 예언한 바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위력으로 입증되었다.
1943년 원폭의 실현가능성에 관한 영국의 극비문서가 입수되자 스탈린은 핵개발연구를 명령하게되고 쿨차토프가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볼가강변의 사로프에 아르자마스(Arzamas)-16이라는 연구소가 건설되어 본격적 핵개발이 시작되였다. 하리톤과 젤도비치는 핵심 멤버로 참여하였다. 유태인인 하리톤은 1926년 영국 캠브릿지대학 유학하여 3년후 박사학위 취득하고 요페연구소의 폭약연구실을 맡는 한편 1930년대에 들어 핵물리연구를 계속하였다. 1937년에 원심분리에 의한 동위원소 분리법을 제창했으며 1939년에 제자 젤도비치와 핵연쇄 반응조건에 대한 광범한 검토 연구를 발표하였고, 우라늄235의 임계질량을 계산하였다. 하리톤은 핵탄설계의 실무 책임자로서 젊은 과학자들을 이끌고 핵탄개발을 주도하였다. 젤도비치도 유태인 출신으로 핵물리외에, 폭약특성의 연구, 입자물리학, 천체우주물리학, 블랙홀의 열력학등 광범한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성과를 달성하였다.
사하로프는 1947년 소련과학아카데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수소폭탄개발에 참여하여 지대한 공헌으로 소련의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알려졌다, “사하로프 제3의 아이디아”에 바탕한 1955년의 “챠르 봄바” 수소폭탄은 TNT 50 메가톤 위력으로 최대폭발력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스승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탐(Igor Tamm, 1895-1971)과 토카막(Tokamak) 핵융합로를 처음 고안하였다. 토카막은 발전용 핵융합 원자로로서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은 모델로 인정되어, 한, 일, 중, 인, 러, 미, EU 협력으로 건설되고있는 국제열융합실험로 (ITER)도 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쿨차토프와 하리톤은 1953년 수소폭탄의 가공할 파괴력을 보고 핵무기는 절대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깨달았으며 쿨차토프는 그 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연구에 전념하고 핵실험반대를 주창하였다. 사하로프는 자신의 연구의 도덕적 정치적 의미에 고뇌하게되고, 1960년대에 들어 핵확산반대, 대기권 핵실험 반대에 행동으로 나섰으며, 국방관련의 연구금지를 당하게 되었다. 이어 인권운동에 뛰어들었고 1973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으나,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반대하여 국내유배를 당하였으나 고르바쵸프의 등장으로 6년만에 석방되었다. 그는 자신의 연구와 행위가 야기할 여러가지 결과에 대하여 진정으로 반성할 줄 알고 불의와 억압을 고발하고 결연히 저항할 줄 아는 진정한 러시아 인텔리겐챠 전통을 실현한 양심과 행동의 과학자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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