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 구조조정, 인수합병으로 지점폐쇄 물결
지난해 12월 오하이오에 있는 오하이오 세이빙스 뱅크는 클리블랜드의 노스 모어랜드 지점을 폐쇄했다. 중저소득층의 흑인 밀집 지역 은행이었다. 이 은행은 오하이오 내 29개 지점 중 단 한곳을 폐쇄했는데, 그것이 하필 저소득층 지역 지점이어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점 폐쇄는 부동산 시장 붕괴 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 전국 은행들의 한 추세가 되고 있다. 구조조정의 일환이자 은행 간 인수합병의 결과이다. 그런데 폐쇄되는 지점들이 주로 저소득층 커뮤니티에 몰려 있어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연말 폐쇄된 클리블랜드의 오하이오 세이빙스 뱅크 지점. 2010년 미국에서는 15년만에 처음으로 개설된 지점보다 폐쇄된 지점이 더 많았다. 결과적으로 거의 1,000개 지점이 줄어들었다.
지난 한해 동안 미 전국서 1,000개 지점 줄어
저소득층 지역 지점만 희생돼 주민들 분개
폐쇄된 은행의 자동인출기가 있던 곳이 널빤지로 덮여있다. 저소득층 지역에서 은행이 사라지면 첵캐싱 등 업소가 성행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오하이오 세이빙스 노스 모어랜드 지점은 지난 연말 폐쇄되기 전까지 클리블랜드의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닻의 역할을 했다. 세이커 하이츠의 부촌과 도시 동부의 저소득층 지역의 중간에 있는 위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은행 입구는 널빤지로 둘러쳐져 있다. 클리블랜드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것이자 전국적 은행 지점 폐쇄 추세에 따른 희생이다. 그 희생이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한 추세이다.
지난 2010년 미국에서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개설된 은행지점 보다 폐쇄된 지점이 더 많았다. 그런데 연방정부 관련 자료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가난한 지역에서는 은행들이 문을 닫으면서도 부유층 지역에서는 계속 지점을 늘리고 있다.
2010년 미전국 은행지점 수는 9만8,517개소로 전년도의 9만9,550개소에 비해 거의 1,000개 지점이 줄었다.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의 통계이다.
은행의 지점 폐쇄 추세는 앞으로 몇 년 계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자동화가 부분적 원인이 되고 모기지 붕괴에 따른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가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초과 인출에 대한 수수료가 제한된 것 역시 은행들의 수익을 감소시키게 된다. 초과 인출 수수료는 특히 저소득층 지역에서 은행들의 짭짤한 돈벌이 수단이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한 구좌 관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은행 지점은 중요한 재정 인프라라고 은행업무 분석가들은 말한다.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은행들은 경비를 삭감하고 지점을 폐쇄한다. 하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생긴다”고 보스턴 대학의 은행학 전문가 마크 윌리엄스 교수는 말한다. 저소득층 지역에서 은행이 없어지면 책캐싱이나 페이데이 론, 전당포 같이 서민들을 갈취하는 대부업소들이 그 공백을 메우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FDIC 추정에 의하면 미전국에서 은행구좌를 갖고 있지 않은 가구는 대략 3,000만가구에 달한다. 이들은 은행 보다 훨씬 비싼 금융 업체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은행 지점폐쇄 물결의 근원은 2008년 금융위기이다. 악성 주택융자로 인한 재정 부담에 짓눌린 은행들이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지점 폐쇄를 단행했다.
아울러 은행 간 인수 합병으로 지점들이 폐쇄되기도 했다. 원인이야 어떠하든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지점 폐쇄 현황을 보면 빈곤 지역과 부유한 지역 사이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관련 자료들에 따르면 저소득층(연간 가구당 중간 소득 2만5,000달러 미만) 지역과 중간소득층 (연 소득 2만5,000 ~5만달러) 지역에서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은행지점 숫자는 396개가 줄어들었다. 반면 연소득 10만달러 이상의 부유층 지역에서는 같은 기간 은행 지점이 오히려 82개 추가되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이중 구도를 갖고 있다고 저소득층 권익 옹호단체인 전국 지역사회 재투자 연맹의 존 테일러 회장은 말한다. 중상층 고객 대상 시스템과 저소득층 대상 시스템의 이중구도라는 것이다. 저소득층 지역에서 은행은 구경할 수 없고, 과거 은행이었던 건물을 페이데이 업소들이나 첵케싱 업소들이 둘러싸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30여년 전 발효된 지역사회 재투자 법은 은행들의 차별적 관행을 막고 은행들이 각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그래서 금융기관이 지점을 폐쇄하려면 연방 당국에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의 유야무야 되고 있다.
점점 많은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은행 업무를 보고 있지만 벽돌로 된 은행 건물이 있어야 ‘저축 문화’가 장려된다고 보스턴, 서폭 법과대학의 캐슬린 엥들 교수는 말한다. 어려서부터 부모 손을 잡고 은행에 가서 구좌를 열고 저축을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 지역에서 은행 지점이 폐쇄되면 이런 커뮤니티에서 은행이 하던 문화적 구심점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개별 금융기관들 중 모기지 시장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기관일수록 빈부 지역에 따른 지점 폐쇄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
앨러배머, 버밍햄에 본부를 둔 리전스 파이넨셜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 지역에서 107개 지점을 폐쇄했다. 연방 구제금융 상환액이 35억달러에 남아있는 이 은행이 부유층 지역에서 문 닫은 지점은 한 개에 불과하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로 타격이 큰 유타의 은행, 자이온스 뱅코포레이션은 중저소득층 지역에서 24개 지점을 줄인 반면 부유층 지역에서는 한 개 지점만을 폐쇄했다. 이 은행의 구제금융 상환액은 14억달러이다.
규모가 큰 금융기관들도 다르지 않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중간소득 계층 지역에서 25개 지점을 폐쇄한 데 비해 부유층 지역에서는 오히려 14개 지점을 늘렸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비해 지점망이 훨씬 적은 시티그룹의 경우 극빈층 지역에서 2개 지점을 폐쇄하고 최고 부유층 지역에 3개 지점을 개설했다. 시티그룹측은 은행 발전을 위해 대도시 부유층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은행들은 빈부지역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점을 폐쇄한다는 비판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된 해석이라고 반박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대변인은 2011년 개설 지점 중 3분의1 이상은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며 소득에 따른 차별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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