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사들 일찌감치 운항 취소해 피해 최소화
한국이나 미국이나 올해는 특별히 눈이 많이 왔다. 한국에서는 지난 주 폭설로 산간지방 주민들이 고립되고 길에서는 차들이 옴짝달싹 못해 대소동이 벌어졌다. 미국의 북동부 지역에서도 올 겨울 수차례 폭설이 쏟아져 일상생활에 많은 혼란이 빚어졌다. 특히 비행기 여행을 자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악몽 같은 겨울이다. 항공사들은 폭설이 예상될 경우 일찌감치 운항을 취소하는 방법으로 탑승객들의 불편을 덜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미 국내선 8만6,000편 운항 취소
승객들 공항에서 발 묶인 채 악몽 같은 불편 감수
미국에서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4번의 겨울폭풍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미 전국에서 많은 공항들이 몇시간씩 폐쇄되었고 몇몇 공항은 하루 종일 폐쇄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1일 이후 지난 2월11일까지 미 주요 공항 200군데에서 총 8만6,000건의 운항이 취소되었다. 올 겨울은 비행기 운항에 가장 어려운 해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비행기 운항이 이렇게 많이 취소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항공사들이 방침을 바꾼 것이다. 지난해 폭설로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하면서 승객들이 비행기 안에 수시간씩 갇혀 있던 일이 큰 논란이 되면서 항공사들은 방침을 바꾸었다. 폭설 속에서 이륙하려 애를 쓰는 대신 일찌감치 운항을 취소해버리는 것이다. 대신 승객들이 탑승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바꾸는 것을 훨씬 쉽게 만들었다. 종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올 겨울은 폭설이 전에 없이 심하다”고 제트블루 항공사의 총괄운영책임자인 로브 마러스터는 말한다. 제트블루는 지난 2007년 2월이 악몽 같은 달이었다. 케네디 공항이 폭설에 묻혀 수십개 운항 스케줄을 취소해야 했다.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폭설까지 닥치면 항공사들의 경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겨울이 절반쯤 지난 지금까지 폭설이 항공사들의 이윤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항공업계가 선제 대응책을 쓴 덕분이다. 승객 탑승 후 비행기가 이륙하지 않고 3시간 이상 지상에 머물면 엄청난 벌금을 물리는 새 연방법이 시행된 후 항공사들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시간 이상 활주로에 서있었던 국내선은 세편이었다. 그 전해인 2009년 12월의 34편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예정대로 이륙하게 만드는데 전력을 쏟았었다”고 독립 항공분석가인 로버트 허브스트는 말한다. 하지만 활주로 대기시간을 제한한 법이 시행되면서 비행기가 지상에서 발이 묶일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일찌감치 운항을 취소해버린다는 것이다.
심한 폭설은 공항 자체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10년 동안 한번도 폐쇄된 적이 없는 케네디 공항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번의 강력한 폭설로 두 번 항공운항을 중지시켜야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공항인 애틀랜타 공항에서는 지난 1월9일 겨울폭풍 후 수천편의 비행이 취소되었다.
시카고의 오헤어 국제공황과 미드웨이 공항들, 그리고 밀워키의 공항 역시 이달 초 이 지역 사상 세 번째의 엄청난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항공기 운항 연기 및 취소 사태가 속출했다.
대규모 폭설이 닥치면 활주로의 눈을 치워야 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비행기들이 이륙하려면 먼저 결빙을 없애야 한다. 유도로와 서비스 도로들도 치워야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고 짐 가방들도 옮길 수 있다.
지난달 뉴저지의 뉴웍 공항에 눈보라가 들이쳤을 때, 콘티넨탈 항공은 그날 하루 휴스턴의 직원들을 공수해 오는 것이 더 쉽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웍 소재 직원들은 눈 때문에 공항까지 출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혼란을 더 가중시킨 것은 항공사들이 몇해 전보다 운항 편수를 줄이고 탑승인원을 늘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운항이 취소되면 다른 비행기에서 자리를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항공업계의 합병들로 비행기들은 몇몇 큰 허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어느 한 공항이 눈에 덮여 정상가동을 하지 못하면 그 여파가 전국으로 미친다. 예를 들어 시카고가 눈으로 마비되자 눈이라고는 구경도 할 수없는 LA 공항에서 많은 항공편이 취소되었다.
정상 운항에 의혹이 생기는 상황이면 항공사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운항을 취소하는 추세라고 스미스 여행연구소의 잰 프라이택 부사장은 말한다. 항공사 쪽으로 볼 때 자기보호의 방침이자 승객들에게도 조금 나은 방침이라고 그는 말한다. 활주로에서 마냥 갇혀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신 공항에서 마냥 기다려야 한다.
항공사들이 운항 취소를 자주 하면서 한가지 좋은 점은 승객들이 항공권을 바꾸거나 취소하는 데 대해 훨씬 너그러워졌다는 점이다. 여행일정을 바꾸거나 취소하는 데 따른 수수료도 면제해주곤 한다. 아울러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웍을 적극 활용하며 승객들에게 운항취소를 사전에 알려준다.
그렇다고 악몽 같은 여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브루클린에서 교감으로 은퇴한 매릴린 호란은 지난 크리스마스 다음날 눈보라가 몰아쳤을 때 케네디 공항에서 30시간을 갇혀 있어야 했다. 호란과 그의 남편은 오스트리아 항공편으로 비엔나로 갈 예정이었다. 그들은 그 다음날 밤에야 이륙할 수 있었다. 겨울에는 두 번 다시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그는 말한다.
노스캐롤라이너, 더햄의 조앤나 그리슨은 지난 12월말 신시네티 방문 중 폭설로 델타 항공이 비행을 취소하자 자동차로 500마일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항공사가 운항을 재개하기를 기다리느니 운전하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델타항공은 2010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폭설로 인한 소득감소가 7,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9~13일 4일 동안 델타항공의 허브인 애틀랜타가 겨울폭풍으로 마비되면서 델타는 5,550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2월초에 다시 폭풍이 닥치면서 3일 동안 추가로 2,950편의 운항이 취소되었다.
이런 혼란을 틈타 이득을 보는 분야도 있다. 공항 인근 호텔들이다. 지난 2009년 12월에 비해 지난해 12월 공항 인근 호텔 투숙률은 5%가 높아졌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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