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철 우(자유기고가)
점잖은 손님 한명이 장난감 같은 작은 액자하나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세금 포함해서 15달러 5센트이다. 손님은 현금으로 지불하겠다고 했다. 나는 큰 선심까지 쓰면서 5센트 깎아줄 테니 15달러만 지불해도 좋다고 했다. 그는 안주머니에서 맵시나는 고급지갑을 꺼내들고 그 속에서 100달러 고액권 한 장을 건넨다. 나는 난처했다. 그리고 당황했다. 거스름돈 85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내 계산기 안에는 75달러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손님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옆집 단골 커피 집으로 달려갔다. 커피 집 아가씨는 나를 알아보고 순순히 100달러 지폐를 잔돈으로 바꾸어 주었다. 뒤돌아온 나는 손님에게 불편을 주어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거스름돈 85달러와 액자를 건네주었다. 그 고객도 ‘땡큐’ 하면서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갔다.
그런데 잠시 후, 문제가 생긴 것이다. 커피 집 주인이 100달러 지폐를 가지고 와서 방금 바꾸어 간 100달러는 위조지폐라는 것이었다. 낭패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모두가 나의 잘못인 것을, 진짜 지폐 100달러를 주고 가짜 지폐 100달러를 뒤돌려 받았다. 한동안 멍하니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그리고 다시 정신차려 생각해 본다. 도대체 나는 지금 얼마를 손해보고 있는
것인가? 85달러, 100달러, 115달러, 185달러, 200달러... 그야말로 수수께끼다. 천지개벽 때 사물의 구별이 모호할 때를 혼돈(混沌)이라 했던가, 독일의 철학자 칸트(1724-1804)는 그의 저서 ‘순수이성판단’에서 모든 판단은 ‘분석판단’과 ‘종합판단’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하였다. 분석판단이란 술어의 개념이 이미 주어의 개념 속에 포함되어 있는 판단이며, 술어의 개념이 주어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판단을 종합판단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모든 물체는 연장을 가진다.” 라고 하는 분석 판단과 우리가 체험한 경험적인 판단, 수학의 인식을 3+5=8 이라든가 ‘직선은 두 점 간의 최단거리’이다, 라고 하는 절대적으로 확실하고 또 선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종합판단을 말함이다. 분석 판단이든 종합판단이든 판단이 명확치 않으면 매사를 망치게 되어 있다. 우리 주위가 산만해지면 판단도 올바르게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렇게 매우 복잡한 것도 아닌듯한 애기다. 사람이 백년을 더 못사는 생물인데 억만년을 살듯이 욕심이 들끓는다. 그래서 남보다 더 많이 갖고, 남보다 더 높이 올라가려고 사람들은 그럴듯한 핑계와 잔꾀를 꾸미고 이웃을 속인다.이런 부도덕한 일들이 우리를 더욱 슬프고 답답하게 한다. 호랑이에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하였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도 옛날보다는 살맛나는 세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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