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 파병된 미 해병 콜턴 러스크 일병이 탈레반에게 저격당했을 때, 맨 처음 달려와 쓰러진 그가 더 이상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지킨 것은 군견 ‘엘리’였다. 그 후 달려온 동료 해병들도 피 흘리는 ‘전우’를 보호하기 위해 으르렁거리는 사나운 래브라도, 엘리의 위협에 다가가기 힘들 정도였다. 훈련 때부터, 그리고 아프간의 위험한 전쟁터 산진 계곡으로 파병될 때도 러스크와 엘리는 떨어질 수 없는 단짝이었다.
캠프 펜들튼 주둔 해병 제5연대 3대대 소속으로 기관총 사수이자 군견병이었던 러스크(20)는 지난해 12월 초 그날의 부상으로 사망했다. 아들의 전사 정황을 전해들은 러스크의 부모 대럴과 캐시 러스크는 아들의 충실한 전우였던 엘리를 입양하여 텍사스 주 오렌지그로브에 있는 자신들의 목장으로 데려가겠다고 군 당국에 요청했고 그 요청은 수락되었다.
입양은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우 드물다. 지난주 러스크 가족은 샌안토니오에 위치한 래크랜드 공군기지의 군견훈련소에서 엘리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요즘 래크랜드를 비롯한 전국 군견훈련소의 담당관들은 무척 바빠졌다. 아프간의 산진과 인근 칸다하르 지역의 전쟁에서 군견들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탈레반들이 가장 ‘애용하는 무기’인 거리 매설 폭탄을 찾아내는데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 매설된 탈레반의 폭탄 찾아내기엔
값비싼 첨단장비보다 개의 후각이 훨씬 효과적
‘해병과 충견’의 감동적 일화 전설처럼 남아
“그들은 아프간 전쟁의 잊혀진 영웅들이지요”라고 쉐인 니커슨 상사(24)는 말한다. 언제나 독일산 셰퍼드 ‘아자’와 함께 산진지역 정찰을 나가는 그는 “군견들은 해병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매일 목숨을 걸고 나간다”고 덧붙였다.
베데스다 군병원으로 위문 갔던 해병대 사령관 제임스 아모스 장군은 부상병들에게 부상당할 당시 군견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부상병들 중 절반 정도에 그쳤다.
아프간 파견 군견 증가를 위한 속성 프로그램 시행을 지시한 아모스 장군은 “모든 정찰은 군견과 함께 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군견공급 해병대 프로그램 디렉터는 길가에 매설된 폭발물을 찾아내기 위한 최첨단 장비에 약 200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것은 잘 훈련된 개들이라고 장담한다. “전자장비들은 실험실에선 뛰어나지만 전쟁터에선 개들을 당해내지 못 한다”라고 군견훈련 담당관 빌 차일드리스는 말한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다목적이며 가장 기동성이 뛰어난 ‘장비’는 개들의 코입니다”
해병대가 지난 4개월 동안 군견과, 최첨단 전자장비, 그리고 주민들의 정보까지 최대로 활용하며 탈레반이 장기간 장악해온 산진지역에서 찾아낸 거리 매설 폭탄은 400개였고 찾아내지 못한 채 폭발된 폭탄은 100개였다.
오랫동안 탈레반이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해내는 폭발물들과 맞서는 싸움을 계속해온 해병에게 4대1이라는 비율은 상당한 성공의 신호다. 물론 아직 희생도 크다. 지난 9월 이후 이 같은 폭발로 해병 31명이 숨졌고 140여명이 부상당했다.
아프간에 파병된 폭탄탐지 군견은 약 170마리라고 훈련담당관 차일드리스는 말한다. 늦어도 여름까지는 그 숫자를 280마리로 늘리는 플랜이 시작되었다. 이 군견들은 아프간 파병 2만명 해병과 해군들에게 보내질 예정이다.
미군의 군견 역사는 남북전쟁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비영리단체인 미 군견협회의 웹사이트는 설명한다. www.uswardogs.org 사이트에는 전사한 군견병과 군견들의 명단이 담긴 K-9 명예의 벽도 있는데 러스크 일병의 이름도 얼마 전 올려졌다.
다른 전쟁들과 마찬가지로 아프간 전쟁에서도 해병대 군견병과 군견의 강한 유대는 전설처럼 남아있다.
길가에 매설된 폭탄이 터지면서 윌리엄 크라우스 병장과 군견 ‘케인’이 쓰러진 것은 크리스마스 며칠 전이었다. 헬리콥터로 후송되던 중 죽어가며 크라우스가 위생병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부상당한 군견을 구하라는 외침이었다. “케인을 헬리콥터에 태워!”라고 그는 의식을 잃어가며 울부짖었다.
케인은 살아나지 못한 채 아프간 전쟁에서 길거리 폭탄에 희생된 5번째 해병 군견으로 기록되었다.
독일산 셰퍼드 ‘그리프’도 거리 매설 폭탄이 터지면서 ‘전사’한 해병 군견 중 하나다. 그리프의 군견병 앨 브레너 일병은 팔다리가 부러지고 손가락이 잘리는 부상을 당했지만 살아남았다.
수술과 재활이 끝난 후 재 입대를 원하는 브레너는 아프간에 파견될 군견훈련을 희망하고 있다. “그곳에서 개들이 없이는, 아무 때라도 폭탄에 날아갈 자세를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그는 말했다.
래크랜드 공군기지에서 열린 엘리의 귀국 환영식은 짧았지만 감동적이었다. 아프간 전선에 두 번 파병되었던 4세짜리 래브라도 엘리는 이 행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제대명령을 받았다.
생전에 콜턴 러스크 일병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엘리를 소개한 후 “무엇이든 내 것은 그의 것이기도 하다”며 절대적 우정을 표현했었다. 아프간에서 가족들에게 전화를 할 때도 온통 엘리 이야기뿐이었다.
러스크 가족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콜턴의 유품 중 하나는 아프간에 파병 전 활짝 웃는 콜턴과 엘리의 클로즈업 사진. 그 사진을 펜던트에 담아 목에 건 어머니 캐시는 제대한 엘리를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젖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제 집으로 가자”
곳곳에 탈레반의 폭탄이 매설된 아프간 전선에서 해병과 폭탄탐지견은 생사도, 휴식도 함께하는 ‘전우’다.
전사한 콜턴 러스크 일병의 동생 브래디가 죽어가는 형의 곁을 끝까지 지켰던 충견 엘리를 안고 있다. ‘제대’한 엘리는 러스크 가족에게 입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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