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발표를 들은 친정부 시위대들이 이집트 군인을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 버티기 하루만에 돌연 사퇴하기까지
“국민 지지 군 압박이 결정적” 추측
대통령 일가족 홍해 휴양지로 떠나
10일 사임을 않겠다고 버텼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루만에 돌연 사퇴를 선언하고 홍해의 휴양지로 떠나기까지, 막후에는 이집트 군부의 힘이 있었다.
군부가 어느 편도 결정적으로 들지 않으면서 대통령직 고수로 맞섰던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시위대에 무력은 쓰지 않는다. 쿠데타도 않겠다. 공정한 대선도, 비상조치법 철폐도 우리가 보장하겠다. 그러니 시위대는 일상으로 돌아가라…’ 군이 내세웠던 공식 입장이었다.
군은 민주화 요구세력이 ‘100만명 시위’를 벌인 11일 ‘군사령부 코뮈니케 제2호’를 발표하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날 무바라크 사퇴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진 데 비해 한 발 물러서며 벼랑에 선 팔순 독재자의 비위를 맞춰주는 듯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군은 “오는 9월 대선 때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약속하겠다” “현재의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30년간 시행돼 온 비상조치법을 철폐하겠다”고도 했다.
그동안 군은 시위대를 경찰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며 민심을 얻었다. 군 출신 인사가 부통령과 총리를 꿰차며 잠재적 권력 경쟁자였던 무바라크의 아들 가말을 배제시켰다.
하지만 무바라크는 하야를 거부했고, 시위는 급격히 불붙었다. 군부에 주어진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군은 이날 발표된 코뮈니케 2호를 통해 시위를 진압하지도, 방치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를 대신해 전면에 나서 사태해결을 주도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시위가 시작된 이래 군부가 추구했던 것은 시위대와 기존 권부 사이의 ‘위태로운’ 균형이었다. 군부는 둘 중 어느 편을 일방적으로 들 경우 잃을 것이 많은 조직이기 때문이다.
우선 시위대를 막으면 국민적 지지를 잃게 된다. 이집트인은 다수가 ‘군에 의한 지배’의 전통이 강한 수니파 이슬람교도다. 군은 국가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최고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은 군에 대해 형제애적 신뢰를 느낀다. 시위대는 군이 타흐리르 광장에 진주했을 때 탱크바퀴에 기대 잠을 자며 철수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자신들의 유일한 보호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군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군부는 왕정을 무너뜨린 1952년 군사혁명 이후 60여년간 국가 지배체제의 최상위층에 군림해 왔다. 군수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서비스업까지 군 소유 국영기업 영역을 확장했다. 무소불위의 경제적 특권을 누려온 것이다. 시위대를 마냥 방치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뺏기고, 정치적·경제적 특권도 잃게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군사 최고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국민과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10일 ‘코뮈니케 제1호’에 대해 “사실상의 쿠데타 선언처럼 들린다”고 했다. 11일 코뮈니케 제2호는 “군이 다 책임질 테니, 시위대는 우릴 믿고 집에 가라”는 ‘경고 반 달래기 반’의 메시지였다.
알 아라비야 방송은 “무바라크 대통령 가족이 홍해변 휴양지 샤름 알셰이크의 별장으로 떠났으며, 사미 에난 군참모총장이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안보싱크탱크 스트랫포는 “군부가 무바라크를 통제하에 둔 것”이라고 했다. 결국 무바라크는 카이로는 떠나는 길을 택했다. 이제 이집트의 권력은 군사최고위원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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