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 당국이 불경기가 끝났다고 선언한 지 20개월이 지났지만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심각한 현상은 실업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는 1천390만명이었다. 이 가운데 180만명은 무려 99개월째 실업 상태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이다. 경기 후퇴에 따른 실업은 확실하게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재취업 훈련 전문 업체 챌린저에 따르면 지난 1월에 산업 현장에서 줄어든 일자리는 3만9천개인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나 감소한 것이다.
챌린저가 1993년부터 통계를 잡은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소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고 있다. 소비 지출은 실업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면서 증가하고 있다.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서슴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소매상에서 ‘직원 떨어내기’도 줄어들었다. 크리스마스에서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 시즌이 끝나고 소매상이 줄인 직원은 5천800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작년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다. 불경기가 극심했던 2009년에는 쇼핑 시즌이 끝나고 잘린 직원은 올해보다 10배 많은 5만8천명이었다.
그렇지만 고용주들은 여전히 직원을 새로 뽑는데 주저하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1월 신규 채용 인원은 3만6천명이었다. 인구 증가를 감안하면 신규 채용은 4배가 더 많아야 한다. 혹독한 겨울 추위 탓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기대 이하이다.
고용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 이유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것인 생산성 향상이다. 고용주들은 불경기 기간에 고용을 줄이고도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늘리는 지혜를 배웠다.
애리조나주 스콧데일의 MRI네트워크 채용 담당 부사장 보비 모스는 "전에 12명이 하던 일을 요즘엔 3명이 한다"고 말했다.
경기는 분명히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것이 실업자가 다시 일자리를 잡는데 전에 없이 어려움을 겪고 실업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인 셈이다.
일자리 하나에 실업자 4.6명이 경쟁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상적인 고용 시장이라면 일자리 하나에 2명 이상이 경쟁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기업인들은 불경기 때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 이익을 짜내지 않으면 위기를 넘길 수 없다고 절감했다.
하지만 소비가 늘어나면 일자리는 늘어난다.
서비스업체와 제조업체 대부분은 주문이 늘어나기 때문에 직원을 더 뽑을 계획이라고 최근 조사에서 밝혔다.
그래도 실업자들이 일자리 잡기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직원이 더 필요해도 고용주들은 오래 현장을 떠나 있던 사람을 뽑는데는 찜찜해 하기 때문이다.
어떤 고용주들은 놀고 있는 동안 기술이 쇠퇴하지 않았나 우려한다. 또 전보다 봉급도 적어지고 직위도 낮아진 새로운 직장에 오래 버티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래서 실업자보다는 현직에 있는 사람을 빼오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코네티컷 병원 체인에서 일하다 2009년 3월 실직한 앤드루 벡(59)은 600장이 넘는 이력서를 보내고 25번 넘게 면접을 봤지만 아직 재취업을 못했다.
벡은 "어디선가 일하고 있는 사람만 원하더라. 실업자라면 게으르거나 일솜씨가 별로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직업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금은 천국이다. 오라는데도 많고 현재 직장에서도 대접이 좋다. 직업이 없다면 지금은 지옥이다. 다시 직업을 얻으려면 아주 힘들다" 재취업 훈련 전문 업체 챌린저의 CEO 존 챌린저의 말이다.
노동 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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